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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0년 10월 17일 토요일 맑음 (자다가 사고 치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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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산 지 오래 되었기 때문인지 홀아비 냄새에 민감하다. 나한테는 그런 냄새가 안 날 줄 알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방에서  독거 노인 시그니처 꼬랑내가 나는 게 느껴지더라. 그 때부터 온갖 종류의 방향제를 다 써봤다. 가장 맘에 드는 건 반고체 타입의 복숭아 향이었지만 이건 3일도 못 간다. 처음에만 향이 화악~ 나고, 그 다음부터는 아무 향도 안 나는 거다.

  • 결국 내가 선택한 건 양키 캔들. 향이 좋기도 하고 오래 남아서 좋더라. 가성비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그러는 와중에도 틈나는대로 디퓨저 따위를 사고, 실망하고, 또 사고, 또 실망하고. 그러다가 지난 달에 500㎖ 짜리 대용량 디퓨저를 '또 한 번 속아본다' 라 생각하고 질렀는데 이게 인생 디퓨저였다. 향도 맘에 들고 며칠 가다가 마느 다른 디퓨저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지속력이 맘에 들었다.

  • 좁디 좁은 방 한 쪽 구석에 뒀다가 며칠 전에 머리 맡으로 옮겼다. 그리고 오늘 새벽. 자다가 쓰러뜨렸다.

  • 길게 못 자고 수시로 깨긴 하지만 난폭하게 자는 것 같지는 않은데, 어제는 뭐가 문제였는지 자다가 오른쪽 팔을 침대 바깥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하필 거기에 디퓨저가 있었던 거고. 뭔가 친 것 같긴 한데 잠이 깨지 않아 정신이 없었다. 그대로 그냥 잤다. 한참을 더 자다가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뭐가 찝찝하더라고. 그래서 새벽 네 시에 불을 켜고 봤더니... ¼도 채 쓰지 않은 디퓨저는 ¼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나머지는 바닥에 흥건하게 쏟아져 있었다. ㅽ

  • 부랴부랴 티슈를 마구 뽑아내어 닦고 다시 자... 려고 했지만 결국 그대로 잠이 깨서 빈둥거리고 있다. '한 3만원 정도 주고 샀던가?' 싶었는데 확인해보니 6만원 넘게 줬네. 바닥에 5만원 어치는 쏟은 것 같다. 제기랄.

  • 뭐, 이게 인생이지. 곱게 잤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머리 맡으로 옮기지 않았더라면 아무 일도 없었을텐데, 그런 후회는 하나마나다. 이미 벌어진 일을 돌이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 맘에 든 제품이니까 다시 사자 싶어 확인해보니 하고 많은 향 중에 내가 질렀던 그 향만 품절이네. 일단은 참았다. 나중에 다시 들어올지도 모르고, 지금 당장 급한 것도 아니니까. 일단 남은 디퓨저를 쓰고, 다 떨어지면 양키 캔들 다 쓰고, 그리고 나서 사던가 해야겠다.

  • 그러고보면 요즘은 예전처럼 맘에 든다고 덜컥 또 사고 그러는 게 줄었다. 나중에 더 좋은 게 나온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있고, 방이 워낙 좁으니까 적당히 해야겠다 싶기도 하고.

  • 아무튼, 오늘은 회사에 잠깐 들렀다가 포항에 내려갈 계획이다. 룸 메이트가 아침 일찍 나가니까 라면 끓여 먹고 회사에 가야겠다 싶었는데 어째 오늘은 아홉 시가 넘었는데도 안 나가네. 그냥 컵라면 먹고 나가야 하려나. 나도 지금 나가지 않으면 포항 도착하는 게 너무 늦어질텐데 말이지.

  • 포항 갔다가, 광주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짐 정리하고 영월 다녀오면 휴가도 끝. 그래도 모처럼 이렇게 쉴 수 있어서 좋다. 간만에 노는 거라 두근두근. 새로 산 차와 함께 돌아다니는 거라 또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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