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멘터리에 용산 전자 상가가 나온다. 여러가지 추억이 얽혀 있는 곳이라 기분이 묘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컴퓨터 만지는 걸 좋아했고 학교에서도 그걸 알았다. 때문에 전공과 무관한 회사로 취업을 알선해줬다. 그게 지금은 망해서 사라진 뉴텍 컴퓨터의 포항 지사였다. 당시 뉴텍 컴퓨터는 저렴한 가격에 전국 규모의 서비스 망을 갖춰서 꽤 인기가 있었다. 포항에만 해도 포항 ○○점 하는 식으로 두, 세 개의 업체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취업 나간 업체는 학교의 대 선배님이 사장인 곳이었다. 한 달에 50만원 받기로 하고 출근해서 컴퓨터 수리를 주로 했다. 출장 수리에도 따라나갔고.
당시 사장님은 세상 변하는 데 안목이 있었던 분이었기에 컴퓨터 수리로는 먹고 살 수 없음을 일찌감치 간파하셨더랬다. 그래서 POSCO에 컴퓨터 관련 자재를 납품하는 걸로 주 업무를 슬~ 쩍 바꾸는 중이었다. 때문에 컴퓨터 수리는 부업으로 밀리는 상황. 적당히 일을 배운 뒤 컴퓨터 고치는 일은 스무 살도 안 된 내가 전적으로 담당하게 됐다.
교체용 부품이나 새 컴퓨터 조립도 가끔 했는데 당시 취업나갔던 업체에서 거래했던 곳이 있었더랬다. 저 업체와는 그 후로도 수 년 간 더 거래했다. 군대 가서 백령도에 들어갔더니 컴퓨터 잘한다고 소문이 나서 고쳐달라, 조립해달라, 엄청 불러대더라고. 백령도에서 얼추 열 대 정도는 조립한 것 같은데 그 때마다 선인 상가 21동의 그 업체를 이용했었다.
옆에 있는 매장까지 잡아먹으며 덩치를 키웠던 때도 있었고, 오랜만에 갔더니 노른자 자리에서 밀려나 한 데로 밀려나 있기도 했다. 저 업체에서 나를 상대로 얼마나 남겨먹었는지 모르겠지만, 눈탱이 맞지는 않았다 믿고 싶다. 지금은 아예 없어졌는데, 어디에서 무슨 일 하고 사시는지 궁금하네.
아무튼, 백령도에서 컴퓨터 그렇게 조립하면서 10원 한 푼 남겨 먹은 거 없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인데 저 사람들 상대로 남겨 먹는다는 게 내 기준에서는 굉장히 비도덕적인 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안 좋은 소문내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긴 하더라. 알고 보니 다른 데보다 비싸네 어쩌네 하면서. 컴퓨터 조립한 지 6개월이 지났으니 부품 값이 떨어지는 게 당연한데 그걸 가지고 남겨 먹은 것처럼 말하고. 어디를 가도 7H AH 77I 들은 있기 마련이다.
24시간 근무를 하면서 공부 좀 하자고 마음을 먹지만 한 번도 해낸 적이 없다. 어제도 그랬다. 책 두 권 읽고, 영화 두 편 보니까 끝이네. ㅋ
퇴근하고 와서 세 시간 정도 잤나? 정오가 조금 넘어 일어나서 씻지도 않고 근처에 있는 다이소로 향했다. 평일 낮인데도 주차할 자리가 없네. 맞은 편에 대충 세워놓고 필요한 것들을 사들고 왔다. 과도도 샀고, 전자 레인지용 접시도 사고. 분갈이용 흙을 또 사들고 왔다. 지난 번에 분갈이 한 후 스파티필름이 죽어가고 있다. 아니, 거의 다 죽었다. 대충 해도 살겠지 싶어 마구잡이로 한 탓이다. 바닥에 물이 잘 빠지는 자갈 같은 걸 깔고 그 위에 흙을 놓고 해야 하는데, 반대로 한데다 양분 공급한답시고 이상한 거 잔뜩 부어놔서 오히려 해가 됐다. 당장이라도 갈아줘야 하는데 미루다가 결국 해가 지고 말았다. 내일은 세상 없어도 갈아줘야 한다. 제발 살아나줬으면 좋겠다.
화루에서 쟁반 짜장을 사들고 왔는데... 맛이 없다. 게다가 짬뽕 국물 좀 챙겨 달라고 그렇게 말해도 대답은 네~ 하면서 한 번을 안 챙겨준다. 아오. 다음부터 화루에서는 쟁반 짜장 안 사먹는 걸로.
벌써 22시가 넘었다. 누워서 한 시간만 빈둥거리다가 자야겠다. 내일과 모레는 칼 퇴근. 자전거 타고 갈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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