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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0년 10월 29일 목요일 맑음 (갈까 말까 고민 중)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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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학 가기 전에 했던 일은 24시간 문을 여는 식당의 요리사 업무와 비슷했다. 출근해서 일할 준비를 마친 뒤 주문을 기다린다. 음식 재료들을 다듬고 청소도 깔끔하게 해놓지만 주문이 들어오지 않으면 할 일이 없다. 일단 손님이 들어와서 주문을 해야 할 일이 생기는 거다. 한가할 때야 밑도 끝도 없이 한가하지만, 바쁠 때에는 정신없이 바쁘다. 손님이 언제 몰리지 예상할 수 없으니까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빈둥거리며 쉴 수 있는 상황에서도 갑자기 손님이 들이닥칠까봐 살짝 쫄아 있었다.
    지금 하는 일은 일러스트 작가의 채색 도움에 비할 수 있겠다. 작가가 그림을 그려서 넘겨줘야 채색을 할 수 있다. 일은 고정적으로 들어오지만 분량은 제각각. 일주일에 한 장만 칠해야 할 때도 있고, 서너 장을 칠해야 할 때도 있다. 내가 조금 덜 칠하면 다른 사람이 많이 칠하면 되고, 다른 사람이 덜 칠하면 내가 많이 칠하면 되니까 업무 부담이 덜하다. 게다가 업무 분량도 대충 예상이 가능하니까 들어오는 일을 보면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어느 쪽이 나으냐고? 당연히 지금이 낫다.

  • 출근해서 보니 작가로부터 그림이 넘어오지 않았더라. 할 일이 없는 거다. 그렇다고 손 놓고 놀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든 할 일을 찾았다. 색상표를 정리한다던가, 인터넷에서 배색 관련 정보를 찾아 보기 좋게 모아둔다던가.

  •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오늘은 P 선배님이 뜬금없이 점심을 먹자고 한 날. 일 도와줘서 고맙다면서 밥 사겠다고 하긴 했는데 그게 오늘 점심인 모양. C氏와 같이 먹기로 했는데 휴가 가는 바람에 단 둘이 먹게 됐다. 성격만 보면 참 부드럽고 좋은 사람인데 업무로 부딪치면 영 피곤한지라 딱히 호감을 갖고 있지는 않은데 밥을 얻어 먹으려니까 부담스럽더라. 게다가 L 선배님과 껄끄러운 관계인 것을 아는지라 나를 두고 서로 상대를 견제? 탐색? 뭐, 그런 걸 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좀...

  • 아무튼 커피까지 잘 얻어 마시고 회사로 복귀. 오후에도 부지런히 밥 값을 했다. 오늘은 운동 시간에 모처럼 캐치 볼을 했고, 시간이 남아서 한 바퀴 뛰었다. 천~ 천~ 히 뛰었음에도 숨이 턱에 찬다. 내장 비만에 운동 부족. 내가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이제는 완벽한 아저씨다. 에효...

  • 저녁 밥 먹고 바로 퇴근. 빨랫 거리가 얼마 안 되지만 틈날 때마다 부지런히 세탁기를 돌리는 게 좋다. 냉장고에 닭알 아홉 개가 있기에 삶기 시작. 그대로 두면 안 먹고 상하게 될 게 분명하다.

  • 아, 그리고... 스파티필름. 카카오 메이커스를 통해서 자그마한 화분을 샀는데 물만 줘도 쑥쑥 자라더니 자그마한 화분이 터져 나갈 정도가 되어버렸다. 좁은 곳에서 갑갑하게 사는 것 같아 분갈이를 해주기로 마음 먹고, 다이소에서 필요한 것들을 산 뒤 이사를 시켜줬다. 그런데...
    분갈이를 한 뒤 팔팔하던 녀석이 시름시름 죽어간다. 바닥에 플라스틱 망을 두고, 그 위에 자갈 같은 걸 깐 뒤 흙을 덮어야 하는데, 흙부터 깔아버린 거다. 대충 해도 잘 자랄 거라 믿고 귀찮아서 마구잡이로 해버렸는데 그게 문제였다. 게다가 양분을 제공한다는, 토끼 똥처럼 생긴 비료 덩어리를 잔뜩 올려놨더니 바람이 안 통해서인지 썩어가기 시작했다.
    아차! 싶었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죽은 잎파리를 다 떼어내고 나니 너댓 개 밖에 남지 않더라. 그렇게 또 방치를 하니 잎파리가 누~ 렇게 말라간다.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분갈이 세트를 사들고 왔고, 오늘 퇴근 후에 분갈이를 하려고 했는데... 이미 늦었다. 스파티필름은 요단강을 건넌 지 오래였다. 썩어서 줄기와 뿌리가 그냥 떨어져버리더라. 주인을 잘못 만나서 이렇게 숨을 거두는고나. 미안하다... T^T

  • 지난 번에 영월 다녀오면서 뜬금없이 통영에 꽂혀가지고, 다음 달에는 통영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 퍼지는 꼴을 보니 다음 달에 제대로 휴가를 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더라. 고민을 하다가 '그냥 이번 주에 확 질러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침 맘에 드는 게스트하우스에 빈 자리도 있는 것 같고.
    내일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하니까 미리 짐 꾸려놓고, 퇴근하자마자 출발하면 21시 전에는 도착. 숙소에서 쉬고 모레 천천히 구경한 뒤 하루 더 묵고 일요일 아침에 일찌감치 출발하면... 딱 괜찮은데.
    망설여지는 건 이번 달 지출. 이번 달에는 디퓨저 6만원 넘게 산 걸 제외하면 딱히 뭘 산 것도 없고, 포항/광주/영월 다니면서 차 밥 먹이고 통행료 낸 것 정도가 가장 큰 지출이다. 하지만 여행 비용 정도는 주말에 부지런히 돈 벌러 간 걸로 충분히 막을 수 있으니까 금전적인 압박은 없을 것 같은데.

  • 통영은 한 번도 간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2017년에 거제도 가면서 다녀온 적이 있네. 거제도 바로 옆이 통영이니까. 그 때 동피랑, 서피랑이랑 여기저기 보고 왔는데 만약에 간다면 이번에는 안 갔던 곳 위주로 갈까 싶다.

  • 글 쓰는 지금도 갈까 말까 고민 중이다. 만약 가지 않는다면 숙소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빈둥거리다가 주말을 보내고 말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충청북도 쪽으로 당일치기 다녀오자니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고. 역시 마음 내키는대로 통영에 가는 게 정답일까? 일단 일기 마무리하고, 빨래 널고, 닭알 삶는 거 건져낸 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 모처럼 일찍 퇴근했더니 저녁 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지네. 간만에 스타 크래프트나 한 판 해야겠고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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