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덕분에 여러가지로 평범하지 않다. 평범하고 싶지만 평범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잠 같은 경우가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죽이네 살리네 하던 부모님, 살기 위해 도망갔던 엄마님, 그런 엄마님이 도망갈까봐 늘 두려웠던 나. 젖 만지면서 엄마가 곁에 있음을 확인했었기에 그게 귀찮아 도망가면서 자던 엄마를 쫓아다니느라 새벽에 깨기 일수였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서 자다가 눈 뜨면 어김없이 새벽 세 시. 술 처먹고 자도, 늦게 자도, 대개 비슷한 시각에 일어난다. 무서울 정도.
일요일에 늦잠 자는 것 역시 나는 경험한 적이 없는 일이었다. 『 디즈니 만화동산 』 을 보기 위해 일찌감치 일어났었으니까. 나이 먹고 나서도 일요일이라고 정오 즈음에 일어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어제는 모처럼, 남들처럼 빈둥거릴 수 있었다. 늦잠을 잔 건 아니지만 침대를 떠나지 않는 하루를 보냈다. 미드 보다가 잠이 드는 짓을 두 번이나 반복한 하루였다. 뭔가, 뿌듯했다.
오늘도 새벽에 잠을 설쳤지만 낮에 하도 자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정신 차리니 배가 고파 뭐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도미노 피자가 생각났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곳을 검색하니 15㎞ 떨어져 있다. 사실은 갑오징어 볶음을 먹고 싶었지만 그건 부천에 있는지라 숙소에 처박혀 있으라는 지시가 내려진 지금은 무리. 미리 주문을 하고 도미노 피자 ○○점으로 향했다. 주차 가능하다고 안내되어 있었지만 가게 앞 주차장에 주차하는 건 로또 2등 맞기 수준의 고 난이도. 다행스럽게도 공원 쪽에 차 세울 수 있는 자리가 비어 있어 거기에 냉큼 세웠다. 피자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머리 벗겨진 아저씨가 농구하는 걸 봤다. '농구 공 하나 사서 다음 주부터 농구하러 다닐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보통은 생각만 하고 땡인데 진짜 할까 싶을 정도로 훅~ 했다. 운동 부족이니까. 회사에는 농구할 곳이 없으니까.
피자를 받아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새우가 올라가 있다고 해서 주문했는데 파인애플이 함께 올라가 있었다. 대체 왜 그러는 건지 궁금했다. 왜 피자에 파인애플을 올리는 거야?
낮에 잠시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저수지 산책이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K2 경기가 있어서 그거 보고, 마사미 님과 통화할 겸 밖으로 나갔다. 편의점 문이 닫혀 있어서 달달 떨면서 통화하다가 결국 차 끌고 근처의 다른 편의점에 갔다. 드라이브 삼아 빙~ 돌아 숙소로 돌아왔다.
술이 받는 날인지 맥주 여섯 캔 마시고도 멀쩡. 원래는 JLPT N2 청해를 할 계획이었지만 이미 21시가 넘었으니 다음으로 미루자. N2는 180점 만점에 90점 이상이면 합격. 어영부영 합격은 하겠지만 점수는 개차반일 게 분명하다. 그 와중에도 오랜만에 코코이찌방야 가서 카레 먹겠답시고 근처 가게를 검색하고 있...
아무튼, 모처럼 쉬는 것처럼 쉬는, 헛되이 시간 까먹은 주말이었다. 요 근래 사무실에 붙어 살았으니까 이런 날도 있어야지, 뭐. 그리고 일본어 공부는... 항상 부족하지만 부족한대로 N2 시험은 봐야 한다. 앞으로 계속 공부할 거니까... 날마다 단어 외우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야겠다.
'『 포장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년 12월 02일 수요일 흐림 (토요일 같은 수요일) (0) | 2020.12.02 |
---|---|
2020년 12월 01일 화요일 맑음 (표창 / JLPT 취소) (0) | 2020.12.02 |
2020년 11월 27일 금요일 맑음 (진급 발표) (0) | 2020.11.28 |
2020년 11월 24일 화요일 맑음 (하아... 찌질이 ㅺ) (0) | 2020.11.24 |
2020년 11월 22일 일요일 비옴 (휴가 끝!) (0) | 2020.11.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