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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0년 12월 02일 수요일 흐림 (토요일 같은 수요일)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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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린 인터넷 강의를 어떻게든 다 들어야 했기 때문에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새벽 네 시까지 버티다가 잠이 들었다. 알람 끄는 걸 깜빡하는 바람에 일곱 시가 채 안 되어 한 번 깨야 했고, 다시 잠이 들었지만 뒤척거리다가 결국 아홉 시에 일어났다. 눈 뜨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미처 못 들은 인터넷 강의를 다시 켰다. JLPT 시험은 연기가 되었지만 강의 종료 기간이 얼마 안 남았기에 빨리 들어야 했다.

  • 그렇게 멍~ 한 상태로 앉아 있다가 슬슬 나가야겠다 싶어 대충 씻고 밖으로 나갔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차 뒤에 포항 스티커를 붙인 뒤 출발. 길을 익히 알고 있으니까 굳이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도서관에 차를 세우고 가까운 국민은행을 찾으려고 지도 앱을 켜려는데 저 앞에 은행 간판이 보이더라. 그냥 종종종종 걸어갔다.

  • 몇 달 동안 통장 정리를 하지 않았기에 꽤 밀려있을 거라 생각은 했는데 150건이 넘을 줄은 몰랐다. 자동화 기기에서 한~ 참을 찌직거리며 써댄다. 그냥 이대로 끝나나 싶었는데 역시나, 기장할 면이 부족하다며 재발급 받으라는 메시지가 떴다.

  • 안으로 들어가 안내해주는 분에게 통장을 재발급 받으려 한다고 했더니 다시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그러더니 자동화 기기로 안내를 해주시더라. 방금 전에 통장 정리를 한 기기 옆에 좀 더 거대한 기기가 있었는데 거기서 새 통장을 발급받을 수 있는 거다. 하... 세상 참... 어르신들이 세상 변하는 걸 못 따라가서 버벅거리는 이해되는 요즘이다.

  • 새 통장이 나왔지만 맨~ 앞에 있는 인감 도장 찍는 부분은 비어 있다. 이건 기계가 대신할 수 없으니까 사람이 해야 한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 아까 안내해준 분에게 가 도장을 건넸다.

  • 시간을 꽤 잡아먹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금방 끝났다. 마음 같아서는 PC방에 가서 간만에 게임이라도 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말라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차로 돌아가다가 순대국밥 파는 가게가 보여 배를 채우고 나왔다. 바로 앞에 2,500원 짜리 커피를 파는 가게가 보여서 커피 한 잔을 주문. 그리고 숙소로 돌아왔다.

  • 가는 길에 신호 위반하는 차가 있어서 블랙 박스 영상으로 신고하려고 메모리를 뺐다. 308 타던 시절에는 신호 위반이나 난폭 운전을 하는 것들에게 상품권을 종종 발행했더랬다.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60건이 넘으니까, 계산하기 쉽게 30개월 동안 60건이라고 하면 한 달에 두 건 정도는 발행한 셈. 국고에 큰 도움이 된 사람이다, 내가. 그 때에는 일일이 메모리를 빼서 컴퓨터로 가지고 옮기고, 위반 장면을 따로 갈무리하고, 아무튼 꽤나 번거로운 일을 했었다. 요즘은 좀 더 편해진 세상이니까, 차에 둔 보조 메모리 카드를 블랙 박스에 끼워두고 녹화된 메모리는 외장 리더에 끼워 손전화와 연결했다. 위반 영상만 손전화로 옮긴 뒤 컴퓨터로 편집하면 간단.

  • 하지만... 실패했다. 분명 900개 이상의 파일이 있다고 인식은 하는데, 정작 폴더를 열면 파일이 없다고 나오는 거다. 앱이 문제인가 싶어 다른 앱으로 시도해봤지만 마찬가지. 결국 귀차니즘을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했다. 빨간 불인데 좌회전 전용 차선으로 슬쩍 넘어와 신호 위반하며 달려간, 그래놓고 내 앞에서 빌빌거리며 한참을 간, 렌트 카 번호판 단 흰 색 랜드로버는 운 좋은 줄 알아라.

  • 어디를 가도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서 의아했는데 오늘은 수요일. 계속 토요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회사 창립 기념일이라 쉬는 건데 남들도 다 쉰다고 생각하는 거.

  • 오후에는 딱히 할 것도 없고, 어제 잠을 설쳤으니 낮잠이나 좀 잘까 싶다. 마땅히 할 것도 없는데 영화나 볼까 싶기도 하고.



  • 시원스쿨의 온라인 강의. PC 두 대에서 동시에 로그인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강의 재생은 안 된다. 동일 ID로 이미 강의 재생 중이라면서 안 되더라. 그런데 희한하게도 동시에 여러 과목의 강의 영상을 열 수는 있다. 예를 들어 '한 달 벼락치기 수능 특강' 이라는 강의가 있고 거기에 국어, 영어, 수학 강의가 각각 30개씩, 총 90개가 있다고 치자. 컴퓨터에서 국어 강의 영상을 켜놓은 상태에서 노트북으로 접속해서 영어 강의 영상을 켜려고 하면 안 켜진다. 그런데 컴퓨터에서 국어, 영어, 수학 강의를 각각 켜면 다 켜진다. 한꺼번에 다섯 개의 강의가 열리는 것까지 확인했다. 써먹을 데 없는 꼼수.

  • 공산주의는 정치 체제가 아니라 그냥 이념이라 생각한다. 만약 공산주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진다면 그보다 더 완벽한 건 없을 거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의 욕심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가 문제다. 게다가 모든 권력은 반드시 타락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두가 함께 잘 살자고 하는 정부의 지도자도 틀림없이 타락할 거니까.
    『 양들의 테러리스트 』 라는 책을 빌려들고 왔는데 이게 두 권으로 나뉘어 출판됐던 『 올림픽의 몸값』 개정판이라 하더라고. '이미 읽은 책인데 잘못 빌려왔네.' 라 생각했는데 읽어봐도 기억이 전혀 없다. 도쿄대를 서울대로, 도쿄 올림픽을 서울 올림픽으로, 재일 조선인을 조선족으로 바꾸면 영락없는 우리 이야기다.

  • 아이슬란드에 갈 때 만들었던 국제 운전 면허증의 만료일이 열흘 뒤.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때까지만 해도 국제적으로 퍼져버린 전염병 때문에 해외 여행이 막힐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더랬지. 참... 험난했던 2020년이다.

  • 어지간한 건 다 구할 수 있는 요즘 세상이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는지라, 일마존에서 뭔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그런데 주소를 한국으로 설정하면 알아서 국제 배송이 된단다. 응? 그래?
    요츠바랑 달력을 비롯해서 이것저것 마구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한국으로는 배송이 안 되는 제품도 꽤 있네. 일단 섬유 유연제나 식품류 같은 건 다 안 되는 것 같다. 다행히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미소시루 블럭은 국내에서 어렵잖게 살 수 있으니까, 그걸 사고 햇반으로 한 끼 때우면 될 것 같다. 요츠바랑 달력은 지를까 말까 고민 중. 일단 오늘 중으로 연하장은 주문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일본으로 보낼 수 있다. 벌써 14시. 노는 날은 시간 참 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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