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 술 마시고, 금요일도 술 마시고. 오늘은 그냥 건너뛸까 했는데 저녁에 한 시간 남짓 자고 일어났더니 할 것도 없고 영 심심한 와중에 일요일 새벽부터 눈 온다니까 한 잔 마셔야겠다 싶어 결국 편의점에 다녀왔다. 옛날 통닭을 안주로 오늘도 술. 3일 연속이다. 어제 자면서 '슬슬 술 끊어도 되겠는데?' 라 생각한 게 무색할 지경.
구글에서 지난 해 오늘이라며 알람이 왔기에 봤더니 인천 공항이더라. 아... 아이슬란드에 간답시고 한국에 들어왔던 게 딱 1년 전이고나.
아이슬란드에 가는 건 흔히 말하는 버켓 리스트의 최상단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냥, 아무도 없는 조용한 눈 밭에서 일렁거리는 오로라를 본다면 그 감동이 얼마나 클까 싶더라. 막연하게 가고 싶다 생각만 했을 뿐인데 일본에서 유학하는 동안 쉬는 시간이 많았으니까 이 때다 싶어 다녀온 거지.
오로라는 제대로 보지 못했고 고생은 고생대로, 돈은 돈대로 까먹으면서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경험이었다.
아이슬란드에 가기 위해 한국에 들어와 인천 공항에서 잘 때에는 전 세계로 퍼진 전염병 때문에 해외 여행에 제한이 생길 줄도 몰랐고, 4월에 복직할 줄도 몰랐다.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잇달아 일어나는 것, 그게 인생이라 생각한다.
문득 円화 환율을 알아봤다. 네일베에 고시되는 게 1,050원이 안 된다. 꽤 떨어졌고나.
일본어 배운답시고 일본에 갈 때까지만 해도 1,000원이 채 안 됐다. 하지만 한 달 만에 1,000원을 훌쩍 넘겨버렸고 유학 기간 내내 1,100원 수준을 유지했다. 일본에서 까먹은 돈이 대충 따져도 3,000 만원은 더 되는 것 같으니 손해가 엄청 컸던 거다. 게다가 한일 관계가 최악일 때 갔으니까 여러 가지로 좋지 않았다.
일본에서 생활할 때에도 이미 자각하고 있었지만 그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다.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삶은 아니었지만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앞으로 다시 그런 날이 올까 싶다.
세 시부터 눈이 내린다 하니 다섯 시간 정도 남은 건가? 예보대로 눈이 많이 내린다면, 그 눈이 월요일 아침까지 녹지 않는다면, 걸어서 출근해야겠고만. 일단은 오늘, 내일 푹 쉬어야지. 오늘은 영화 보면서 제대로 빈둥거렸다. 내일도 즐겁게 빈둥(?)거리며 하루를 까먹어야지.
아이슬란드에 갔던 것도, 일본에서 유학했던 것도, 죽기 전에 떠오를 기억이지만 지금 이 깡촌에서 빈둥거리며 사는 것도 나름 즐거웠다고 되뇌일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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