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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0년 12월 16일 수요일 맑음 (블라디보스토크보다 더 추워... ㄷㄷㄷ)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0.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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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동네의 겨울에 대해서는 겪어본 사람들에게 몇 차례 들었더랬다. 그 때마다 '뻥이 심하고만.' 이라 생각했다. 처음 겪는 ㅇㅇ의 겨울. 경험자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무시무시한 날씨다. 특히나 이 동네만 유난히 더 춥다. 미친 것 같다.

  • 어제, 오늘 모두 아침 기온이 영하 15도 밑으로 떨어졌다. 어제는 영하 16도, 오늘은 영하 17도까지 내려간 걸 확인했다. 같은 시기, 블라디보스토크의 최저 기온이 영하 14도다. 수평으로 선을 그으면 블라디보스토크보다 북쪽에 있는 삿포로도 영하 5도 밖에(?) 안 된다. 그런데 이 동네는 영하 15도가 우습다. 하아...

  • 한 겨울에 예열한답시고 시동 건 뒤 3분 정도 기다렸다가 달랑 1㎞ 가서 차 세우는 건 차에게 정말 못할 짓이라 생각했다. 10년은 타야 하는데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이니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며칠 동안 자전거로 출/퇴근 했더랬다. 하지만 어제는 도저히 안 되겠더라.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에 며칠 동안 세워만 두는 게 더 안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제는 차를 가지고 갔다.

  • 그리고 오늘. 차로 가서 시동을 걸려고 버튼을 눌렀는데 반응이 없다. 응? 뭐지?
    다시 눌렀다. 여전히 반응이 없다. 하지만 스크린에는 불이 들어온 상태. 세 번째로 눌렀더니 그제서야 뭔가 소리가 나는데 한 방이 시동이 안 걸리고 키이잉~ 하고 쇠 가는 소리가 난다. 그러고보니 스마트 폰의 자동차 원격 제어 어플에서 배터리가 부분 충전으로 표시되었던 게 생각났다. 설마 방전된 건가?

  • 여차하면 보험 회사에 전화해서 점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짜증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다시 한 번 버튼을 눌렀더니 다행히 시동이 걸렸다. 하지만 모든 경고등이 다 뜨더라. 게다가 화면에는 친절하게도 한글로 A 기능 안 됩니다, B 기능도 안 됩니다, C 기능도 안 되고요, D 기능도 물론 안 됩니다, E 기능은 어떨까요? 응! 안 돼~, F 기능은 기대도 하지 마세요,... 줄줄이 안 된다고 뜨기 시작. 버튼을 눌러서 에러 표시창을 닫는 것도 일이다.

  • 보통 이런 경우 시동을 다시 걸면 괜찮아진다는 걸 아니까, 잠깐 기다렸다가 버튼을 눌러 시동을 껐고 5초 정도 후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다행히 문제가 없... 는가 싶었는데 엔진 경고등은 여전히 켜져 있는 상태.

  • 주행이 안 되는 건 아니니까 일단 타고 출근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낮의 따뜻함을 빌어 알아서 고쳐지기를 바랐다.

  • 퇴근해서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더니 엔진 경고등은 여전히 뜬다. 숙소에서 손전화를 들고 나가 딜러에게 전화를 했다. 노란색 경고등이 떴다고 하니까 오작동으로 뜰 수 있다더라. 며칠 지나서 사라지기도 한단다. 엔진 고장으로 점등이 되기도 하지만 수증기가 역류하거나 주유구 등을 통해 들어가도 뜬다고 하네? 당장 점검 받으러 갈 형편도 안 되는지라 일단 그냥 타기로 했다.

  • 맥주 생각이 간절해서 술 사러 편의점에 갔는데 평일에는 거의 문을 안 열던 분식집이 장사를 하고 있더라. 룸 메이트가 숙소에 있을지도 모른다 싶어 혼자 먹기에는 많다 싶을 정도로 주문을 했다. 10분 정도 기다린 것 같은데 그 동안 계속 시동을 켜뒀다.

  • 음식을 받아들고 와서 보니 룸 메이트는 나가고 없다. 아마도 근처에서 식사하는 모양. 남자 직원들끼리라면 숙소에서 두세 명이 모여 먹으면 되지만 여직원이 있으면 그게 불가능하다. 그나마 운동하는 곳에 테이블이 있어서 거기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마저도 막혀 버렸다. 뭐, 못하게 막으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인간이지. 아마도 근처에 새로운 장소를 찾아낸 게 아닌가 싶다.

  • 편의점에서 사들고 온 맥주를 냉장고에 넣고, 떡볶이와 컵라면으로 요기를 했다. 만두도 있는데 배 불러서 안 먹고 놔뒀다. 룸 메이트와 나눠먹을 생각이었는데 혼자 먹으니까 양이 많고만. 이따 저녁에 배가 좀 꺼지면 먹고 자던가 해야겠다.

  • 항상 21시가 넘어 퇴근했는데 18시도 안 되어 퇴근하니 이상하긴 하다. 딱히 할 일도 없고. 영화 보는 게 가장 좋은데 딱히 끌리는 영화가 없네.

  • 그러고보니 이번 주 토요일에 스물네 시간 동안 사무실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인터넷 망이 죽었다. 인터넷 없이 스물네 시간을 버텨야 한다. 아예 읽지 않은 책도 두 권이나 있고, 오랜만에 일본어 단어 외우는 것도 재미 있다 싶어서 어영부영 보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과연.

  • 그나저나, 이번 주는 진짜 일 안 하고 보낸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고, 상황이 그렇게 된다. 아무튼, 내일과 모레만 보내면 주말... 이지만 스물네 시간 근무니까 의미가 없다. 하지만 다음 주는 목요일까지 4일만 출근하면 금, 토, 일 쉬니까 그걸 기대하면서 보내야지. 날씨가 나쁘지 않다면 충주호까지 드라이브나 다녀올까 싶다.

  • 그나저나, 춥긴 정말 춥다. 컨벡션 히터를 켜놓고 있으면 5분 이내에 열기가 느껴지기 마련인데 10분이 지나도 여전히 찬 공기가 느껴진다. 좁디 좁은 방이 어느 정도 데워졌다 싶어 히터를 끄자마자 찬 공기가 밀려 온다. 이럴 때에는 역시 이불 안에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 겨우 19시지만, 일찌감치 이불로 들어가야겠다.

  • ...... 라고 썼지만 어영부영 하다보니 21시가 되어버렸다. 타임 머신이라도 탄 것 같다.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거지?

  • 아무튼, 오늘 회사에서 뭔가 만든답시고 엑셀을 만지작거렸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거다. 회사의 인터넷 망은 돌아가신 지 오래이고. 결국 집에 와서 검색을 했고, 답을 찾아냈다. 내가 알고 싶어 했던 건 셀에 입력된 값에 따라 계산하는 범위가 달라지는 거였다. 도저히 답이 안 나왔는데 인터넷 뒤적거리며 답을 찾아보니 거의 근처까지 갔었네. 조금만 더 절박했더라면 스스로 알아냈을텐데 싶다. 아무튼, 내일 출근하자마자 엑셀 켜서 만들던 거 손 봐야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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