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의 겨울에 대해서는 겪어본 사람들에게 몇 차례 들었더랬다. 그 때마다 '뻥이 심하고만.' 이라 생각했다. 처음 겪는 ㅇㅇ의 겨울. 경험자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무시무시한 날씨다. 특히나 이 동네만 유난히 더 춥다. 미친 것 같다.
어제, 오늘 모두 아침 기온이 영하 15도 밑으로 떨어졌다. 어제는 영하 16도, 오늘은 영하 17도까지 내려간 걸 확인했다. 같은 시기, 블라디보스토크의 최저 기온이 영하 14도다. 수평으로 선을 그으면 블라디보스토크보다 북쪽에 있는 삿포로도 영하 5도 밖에(?) 안 된다. 그런데 이 동네는 영하 15도가 우습다. 하아...
한 겨울에 예열한답시고 시동 건 뒤 3분 정도 기다렸다가 달랑 1㎞ 가서 차 세우는 건 차에게 정말 못할 짓이라 생각했다. 10년은 타야 하는데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이니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며칠 동안 자전거로 출/퇴근 했더랬다. 하지만 어제는 도저히 안 되겠더라.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에 며칠 동안 세워만 두는 게 더 안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제는 차를 가지고 갔다.
그리고 오늘. 차로 가서 시동을 걸려고 버튼을 눌렀는데 반응이 없다. 응? 뭐지?
다시 눌렀다. 여전히 반응이 없다. 하지만 스크린에는 불이 들어온 상태. 세 번째로 눌렀더니 그제서야 뭔가 소리가 나는데 한 방이 시동이 안 걸리고 키이잉~ 하고 쇠 가는 소리가 난다. 그러고보니 스마트 폰의 자동차 원격 제어 어플에서 배터리가 부분 충전으로 표시되었던 게 생각났다. 설마 방전된 건가?
여차하면 보험 회사에 전화해서 점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짜증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다시 한 번 버튼을 눌렀더니 다행히 시동이 걸렸다. 하지만 모든 경고등이 다 뜨더라. 게다가 화면에는 친절하게도 한글로 A 기능 안 됩니다, B 기능도 안 됩니다, C 기능도 안 되고요, D 기능도 물론 안 됩니다, E 기능은 어떨까요? 응! 안 돼~, F 기능은 기대도 하지 마세요,... 줄줄이 안 된다고 뜨기 시작. 버튼을 눌러서 에러 표시창을 닫는 것도 일이다.
보통 이런 경우 시동을 다시 걸면 괜찮아진다는 걸 아니까, 잠깐 기다렸다가 버튼을 눌러 시동을 껐고 5초 정도 후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다행히 문제가 없... 는가 싶었는데 엔진 경고등은 여전히 켜져 있는 상태.
주행이 안 되는 건 아니니까 일단 타고 출근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낮의 따뜻함을 빌어 알아서 고쳐지기를 바랐다.
퇴근해서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더니 엔진 경고등은 여전히 뜬다. 숙소에서 손전화를 들고 나가 딜러에게 전화를 했다. 노란색 경고등이 떴다고 하니까 오작동으로 뜰 수 있다더라. 며칠 지나서 사라지기도 한단다. 엔진 고장으로 점등이 되기도 하지만 수증기가 역류하거나 주유구 등을 통해 들어가도 뜬다고 하네? 당장 점검 받으러 갈 형편도 안 되는지라 일단 그냥 타기로 했다.
맥주 생각이 간절해서 술 사러 편의점에 갔는데 평일에는 거의 문을 안 열던 분식집이 장사를 하고 있더라. 룸 메이트가 숙소에 있을지도 모른다 싶어 혼자 먹기에는 많다 싶을 정도로 주문을 했다. 10분 정도 기다린 것 같은데 그 동안 계속 시동을 켜뒀다.
음식을 받아들고 와서 보니 룸 메이트는 나가고 없다. 아마도 근처에서 식사하는 모양. 남자 직원들끼리라면 숙소에서 두세 명이 모여 먹으면 되지만 여직원이 있으면 그게 불가능하다. 그나마 운동하는 곳에 테이블이 있어서 거기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마저도 막혀 버렸다. 뭐, 못하게 막으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인간이지. 아마도 근처에 새로운 장소를 찾아낸 게 아닌가 싶다.
편의점에서 사들고 온 맥주를 냉장고에 넣고, 떡볶이와 컵라면으로 요기를 했다. 만두도 있는데 배 불러서 안 먹고 놔뒀다. 룸 메이트와 나눠먹을 생각이었는데 혼자 먹으니까 양이 많고만. 이따 저녁에 배가 좀 꺼지면 먹고 자던가 해야겠다.
항상 21시가 넘어 퇴근했는데 18시도 안 되어 퇴근하니 이상하긴 하다. 딱히 할 일도 없고. 영화 보는 게 가장 좋은데 딱히 끌리는 영화가 없네.
그러고보니 이번 주 토요일에 스물네 시간 동안 사무실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인터넷 망이 죽었다. 인터넷 없이 스물네 시간을 버텨야 한다. 아예 읽지 않은 책도 두 권이나 있고, 오랜만에 일본어 단어 외우는 것도 재미 있다 싶어서 어영부영 보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과연.
그나저나, 이번 주는 진짜 일 안 하고 보낸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고, 상황이 그렇게 된다. 아무튼, 내일과 모레만 보내면 주말... 이지만 스물네 시간 근무니까 의미가 없다. 하지만 다음 주는 목요일까지 4일만 출근하면 금, 토, 일 쉬니까 그걸 기대하면서 보내야지. 날씨가 나쁘지 않다면 충주호까지 드라이브나 다녀올까 싶다.
그나저나, 춥긴 정말 춥다. 컨벡션 히터를 켜놓고 있으면 5분 이내에 열기가 느껴지기 마련인데 10분이 지나도 여전히 찬 공기가 느껴진다. 좁디 좁은 방이 어느 정도 데워졌다 싶어 히터를 끄자마자 찬 공기가 밀려 온다. 이럴 때에는 역시 이불 안에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 겨우 19시지만, 일찌감치 이불로 들어가야겠다.
...... 라고 썼지만 어영부영 하다보니 21시가 되어버렸다. 타임 머신이라도 탄 것 같다.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거지?
아무튼, 오늘 회사에서 뭔가 만든답시고 엑셀을 만지작거렸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거다. 회사의 인터넷 망은 돌아가신 지 오래이고. 결국 집에 와서 검색을 했고, 답을 찾아냈다. 내가 알고 싶어 했던 건 셀에 입력된 값에 따라 계산하는 범위가 달라지는 거였다. 도저히 답이 안 나왔는데 인터넷 뒤적거리며 답을 찾아보니 거의 근처까지 갔었네. 조금만 더 절박했더라면 스스로 알아냈을텐데 싶다. 아무튼, 내일 출근하자마자 엑셀 켜서 만들던 거 손 봐야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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