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추 한 달 만에 스물네 시간 근무였다. 지난 달 30일에 근무하고 어제 근무였으니까 딱 30일인가? 다음 달은 휴일 근무가 있을텐데 일단 예정된 건 설 연휴 중 하루. 늦춰질 가능성은 없고 당겨질 가능성은 병아리 눈꼽 만큼 있긴 한데 돌아가는 분위기를 봐서는 그냥 그대로 가지 않을까 싶다.
사무실에서 스물네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바쁜 일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잘 간다. 책도 보고, 이런저런 영상도 보고, 그러다보면 몇 시간이 금방이다.
퇴근하고 숙소에 와서 컴퓨터 앞에 잠깐 앉아 있다가 대충 옷 입고 차로 향했다. 2020 시즌 유니폼을 두 벌 가지고 있는데 먼저 샀던 심동운, 400경기 기념으로 샀던 김광석, 모두 다른 팀의 선수가 되어버렸다. 굳이 모셔둘 필요 있을까 싶어서 그냥 시트 커버로 써야겠다 생각했지. 시트에 씌웠더니 옷이 팽~ 팽~ 해진다. 아무래도 열전사로 스폰서 마킹한 부분은 틀림없이 떨어질 것 같다. 뭐,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그냥 쓰려 한다. 예전에는 기를 쓰고 모셔두려 했는데 내 집이 없다 보니 뭔가 소유한다는 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트에 들러 간단한 먹거리를 샀다. 30분 이내에 차를 빼면 무료이고 그 이상은 영수증을 찍어서 주차 요금을 처리해야 하는데 9만원 넘게 쓰면서도 30분이 채 안 걸렸다. 이 동네에 살면서 돈을 덜 쓰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대형 마트가 없다는 것도 들 수 있을 것 같다. 마트에만 갔다 하면 몇 만원 쓰는 건 일도 아니다.
750㎖ 맥주 여덟 캔을 20,000원에 사고 안주와 과자 조금 샀을 뿐인데 저렇게 나갔다. 진짜... 돈 쓰는 건 너무 쉽다. 재테크고 뭐고 아예 안 하는 내 입장에서는 안 쓰는 게 최고인데.
장 보고 나서 도서관에 가는데 꺾어야 하는 부분을 지나버려서 근처를 한 바퀴 돈 뒤 유턴해서 들어갔다. 『 한자와 나오키 』 네 권이 모두 있어서 책 빌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원래 한 번에 일곱 권까지 대출이 되는데 자동화 기기가 열네 권까지 된다고 안내하더라. 숨간 움찔! 했다. '일곱 권을 더 빌릴까?' 잠시 망설였지만 그냥 일곱 권만 들고 나왔다.
원래는 근처 아무 안경점에나 들어가서 야간 운전용 안경을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워낙 대충 입고 간 터라 도저히 추워서 못 돌아다니겠더라. 급한 게 아니니까 다음에 하자고 생각했다.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라면 두 개를 끓여 사들고 온 새우 초밥과 같이 먹고, 누워서 빈둥거리다가 잠이 와서 잤다. 두 시간 정도 잤나? 몸은 여전히 피곤한데 잠은 더 이상 오지 않아서 그대로 일어났다.
순토 시계는 참 맘에 들지만 한국에 순토 제품을 파는 것들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 제품 가격도 들쭉날쭉이고 스트랩을 비롯한 관련 상품 판매도 엉망진창이다. 그야말로 개판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다시는 안 산다, 다시는 안 산다 하면서 순토 5가 벌써 네 번째 녀석. 스트랩에 때가 꼬질꼬질하게 꼈기에 만능 해결 도구, 과탄산소다를 써도 되는지 검색해봤다. 안 나온다. 실리콘 재질의 스트랩을 과탄산소다에 넣어서 때를 지워도 되는지에 대한 글이 안 보이더라. '뭐,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 종이 컵에 따뜻한 물을 받고 과탄산소다를 조금 넣었다. 그리고 스트랩을 분리해서 거기에 담궜다. 시계 본체에도 여기저기 꼬질꼬질하게 때가 끼어 있기에 매직 블럭으로 닦아냈다.
차에 눈이 덮여 있지는 않지만 엄청 꼬질꼬질하다. 세차한 지 이틀 밖에 안 됐는데. 좀 닦아내고 싶긴 한데 토요일에 또 눈 예보가 있더라. 월요일은 비 온다 되어 있고. 그냥 둬야겠다.
텐트 없이 달랑 차만 가지고 가서 자고 오는 걸 스텔스 차박이라 한단다. 여기저기 여행 다녀보니 단양, 영월, 충주에 스텔스 차박에 어울리는 장소가 있더라고. 단양은 유료 주차장이지만 충분히 가능할 것 같고, 영월과 충주는 무료니까 눈치 안 보고 차 세운 뒤 잘 수 있을 것 같고. 세 곳 모두 화장실이 깔끔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에 차박에 딱이다. 다만, 날씨가 너무 춥다 보니 화장실을 폐쇄할 가능성도 있는지라 그건 미리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원래는 오늘 저녁에 가서 자고 올 생각이었는데 미리 주문한 토퍼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오늘 저녁에 도착할 예정이란다. 이 동네에 가장 늦게 오니까 빨라야 20시, 늦으면 22시가 될 것 같은데... 오늘은 건너 뛰고 내일 갈까 싶기도 하고. 멀쩡한 숙소 놔두고 좁은 차에서 몸을 구겨가며 힘들게 잘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여행하지 못한 지 오래되다 보니 답답해서 돌아다니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하다.귀 뒤가 계속 간지러워서 왜 이러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마스크 끈 때문인 것 같다. 바셀린을 좀 바르긴 했는데 금방 나아질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이러네. 에효.
포항에서 훈련 받을 때 상당히 긴 거리를 걸었던 적이 있다. 30㎏ 짜리 군장을 짊어지고 20㎞ 이상을 왕복한 걸로 기억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을 거다. 당시에도 적당히 뻥이 섞였을 거고 내 기억도 과장될 수밖에 없으니까.
나름 선두에 서서 지치지 않고 반환점을 돈 뒤 생활관이 보이는 시점에서 마지막 휴식이 있었다. 그 때 발가락마다 일일이 따로 감았던 청 테이프를 떼어냈다. 하라고 하니까 했지만 이게 무슨 의미냐고 투덜거리면서 감았던 거였다. 그런데... 몇 시간 동안 문제 없었는데 그 짧은 거리를 걸었다는 이유로 물집이 잡혔다. 청 테이프를 감고 있을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었다. 이게 경험이고나, 역시 괜한 건 없고나 하고 후회가 섞인 감탄을 했더랬다.오카야마까지 걸어가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그렇게 발가락마다 하나씩 일일이 테이핑하고 준비를 철저히 했더라면 성공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와서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한들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밖에 안 되겠지만.
스텔스 차박이라 하는 이유가, 주차인지 차박인지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라더라. 이런저런 장비를 동원해서 캠핑을 하면 당연히 알겠지만 달랑 차만 가지고 캠핑하는 거니까. 원래는 오늘 주문한 토퍼가 일찌감치 도착하면 떠날 예정이었는데 이미 740㎖ 맥주 두 캔을 비웠을 때 도착했으니 오늘은 무리다. 그렇다고 내일은... 음... 글쎄... 장담을 못하겠다. 안 갈 거 같은데.
1년 전 오늘 아이슬란드에 있었다면서 추억팔이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1월도 다 끝나 간다. 1년 전 이맘 때 어땠는지 봤더니, 뭣 같은 AH 77I 때문에 우울증이 터져서 학교에도 안 가고 그랬던 시기다. 지금은 그런 어두운 시기조차 그립다. 일본에서 보냈던 모든 시간, 다시 오지 않을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소중하게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그립다. 11층 맨션에서 씻고 나와 학교까지 걸어가는 그 길이 너무나도 그립다. 다시 없을 일이라는 걸 아니까, 그게 너무 안타깝다. 날마다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는 영화가 나에게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다. 마침 JLPT N2 교과서에 1년 전 오늘 날짜가 적혀 있어서 짠했다. 말도 못하게 그립다.
그냥... 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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