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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1년 01월 25일 월요일 맑음 (코로나 블루, 나는 우울하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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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찌질이 AH 77I 가 개소리하며 설쳐댄 게 지난 주 목요일. 염병하는 꼬라지를 보면서 '한 대만 후려쳤으면 좋겠다!' 는 생각 뿐인 머리를 비워내려 노력했다. 스스로를 다독거리며 참을 인을 쓰고 있던 중에 간발의 차이로 찌질이 브로스에 들어가지 못한 I氏가 입을 함부로 놀려 타는 불에 기름을 부었더랬지.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쌍소리를 내뱉고 개질알을 떨 뻔 했다. 그렇게 했더라면 땅을 치며 후회했을테고.

  • 다행히 잘 참았지만 그 때 떨어진 텐션이 복구되지 않고 있다. 딱히 우울하거나 울적하다는 자각은 없는데, 그냥 무기력하다. 회사에서 벌레만도 못한 것들을 워낙 많이 보았기에, 보통 사람을 가장한 쓰레기들이 잔뜩이라는 걸 알기에, 돈 벌러 가서는 될 수 있으면 입을 다물고 있으려 한다. 그래도 한, 두 마디씩 쓰잘데기 없는 소리도 하고, 뒤통수 칠 사람이 없다는 판단이 들면 광대가 되기를 꺼리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지난 주 목요일 이후로는 딱히 그럴 기회도 없어서 그냥 찌그러져 있었다.

  • 나는 별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에게는 내 어두운 오라가 전달되는 모양이다. 무슨 일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고, 요즘 뭔가 분위기가 어둡지 않냐는 사람도 있고. 다들 걱정해주는 마음에 그런다는 걸 안다. 괜한 걱정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애써 즐거운 척 한다거나 기쁜 척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회사에서의 인간 관계는 고작 이 정도인 것이 맞다는 생각도 든다.

  • 따지고 보면 나 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이 훨씬 많을테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입 상처가 생채기 수준이라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입 상처는 치명상 수준일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입힌 상처보다는 내가 입은 상처를 보고 아파할 수밖에 없는 게 나라는 사람이라는 게 한심하다. 좀 덜 이기적으로 살자고 날마다 다짐하면서도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 어렵다, 생각하는대로 산다는 건.

  • 그래도 찌질이 삼형제처럼 살지는 말자고 날마다 다짐하고, 그것만큼은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나이 처먹고 식탐 부리지 말자, 주둥이 함부로 놀리지 말자, 아는 척 나대지 말자,...


  • 내 또래의 사람들은 정신 병원이라고 하면 침 흘리며 실실 웃다가 갑자기 칼을 휘둘러대는 수준의 미친 ×들이나 가는 곳이라 생각하는 게 다반사다. 나 역시 그러했다. 그런 내가 3년 전에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서 상담도 받고 약도 받아 먹었더랬다. 우울증 때문이었다. 뭐, 나 자신은 홧병이라 생각하지만.

  • 아무튼... 우울증 환자는 탈모인 이상으로 많다(난 둘 다. ㅽ).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려 할 뿐이지. 난 병원에서 인정한, 약물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우울함을 느끼는 환자다. 좋아질 때도 있기 때문에 약을 달고 살 필요는 없지만 나빠질 경우에는 일반적인 사회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함의 늪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나 같은 경우는 이 우울함이 외부에 폭력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거다. 그게 물리적인 폭력일 수도 있고 말이나 행동을 통해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히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아무튼 남에게 해를 끼치는 지경이 될 수도 있는 거다. 그런 짓을 하고 나면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우울함이 배가되어 더욱 더 깊은 늪에 빠지게 된다. 다행히 나는 스스로가 대충 어느 정도의 레벨에 있는지를 아니까, 사고가 터지기 전에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임계점에 가까운 상태다.

  •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 따위는 나와는 먼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짧게라도 떠났던 여행이 백신이자 치료제였을지도 모르겠다. 회사에서는 숙소를 벗어나지 말라 하고, 나는 하지 말라는 짓은 안 하는 사람이니까 숙소에 얌전히 처박혀 있고, 그러다보니 시나브로 우울한 감정이 커지고 커진 모양이다. 산이든, 바다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 그 와중에 보게 된 게 이 영상. 처음에는 영상에 등장하는 처자가 가수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노래를 부른 사람(まじ娘 = majiko)은 따로 있고 저 처자는 중국인이다. 홋카이도에 사는 처자를 찍고 거기에 음악을 입힌 건지 모르겠지만 영상에 유입된 사람이 급증했다. 알 수 없는 유튜브의 알고리즘 덕분이다(나도 그렇게 빨려들어간 사람 중 한 명이다. -ㅅ-). 글 쓰는 지금, 이미 조회수 700만을 돌파했다. 천 만 돌파가 머지 않았다.

  • 영상을 찍은 곳은 홋카이도오타루(오겡끼~데스끄아~ 의 그 오타루 맞다. 『 러브 레터 』 촬영지도 오타루 되시겠다.)라고 한다. 홋카이도에는 딱 한 번 가봤는데 하코다테와 삿포로, 그리고 일본의 최북단이라는 왓카나이 말고는 가보지 못했다. 홋카이도를 제주도 정도의 크기라 생각한 무지 때문이다. 눈을 지독하게 싫어하지만,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겨울의 홋카이도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타루를 지나갔었는데, 왜 들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언제쯤 해외 여행이 가능해질까? 일본의 모든 것이 그립다. 주차된 차가 없는 거리,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유료 주차장의 노란 간판, 철로 위를 가로지르는 낡은 육교, 사람 없는 한적한 전철 역,... 모든 것이 그립다. 어쩌면... 지금 너무 힘드니까, 스트레스에 절여진 상태니까,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좀 더 미화시킨 뒤 자꾸 떠올리는 게 아닐까 싶다.

  • 그러고보니 오랜만에 메이 쨩에게 연락이 왔다. N2에 합격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뒤 일본어 공부를 계속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먹고 사느라 바빠 그만둔 사람도 있을 거다. 지난 해에 시험을 보려고 했지만 취소가 되어 결국 응시하지 못한 내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부럽다. 게다가 나는 N5 수준의 단어 600개를 잊지 않기 위해 아둥바둥하고 있는데 N2에 합격했다고 하니 그저 부럽다.

  • 일본에 유학 가기 전에는 히라가나, 가타가나만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더랬다. 초능력 같은 게 생겨서 갑자기 일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수준이라면, 유학 전의 나에게는 초능력과 같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대로 불만이다. 남들은 1년 6개월의 유학만으로 통역, 번역이 가능할 거라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아니까 말이다. 아무튼... 살아있는 동안은 계속 공부하고 공부해서 일본인에게 한국 사람이라고 했을 때 거짓말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되었으면 좋겠다.

  • 최근 『 꽃보다 청춘 』의 아이슬란드 편을 다시 보고 있다. 예전에는 그냥 와~ 와~ 하고 봤지만 지금은 '아, 저기!' 하고 아는 길도 보이고 '맞아, 나도 그랬지.' 하고 공감하는 부분도 생겼다. 큰 돈이 깨졌지만 아이슬란드에 다녀온 걸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보다 다양한 나라에 다니면서 여러 경험을 했을텐데, 너무 아쉽다.

  • 정의당 당 대표가 성추행을 저질러 물러났단다. 상대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같은 당의 의원이란다. 뭐, 저런 게 다 있나 싶다. 사실 상 노회찬, 심상정의 사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저 두 사람 덕분에 그나마 이름을 알린 게 아닌가. 노회찬은 세상을 떴고 심상정은 대표 자리를 내놓았다. 더욱 분발해도 모자랄 판에 저게 뭐하는 짓이냔 말이다. 결국 보수 꼴통들에게 또 빌미를 던져줬다. 노무현 이후에 쥐새끼와 닭대가리를 불러온 건 보수를 자처하는 매국노 집단이 아니다. 진보를 자처하며 '너희들과는 다른, 특별한 나' 라는 7H AH 77I 들이 망국의 짐승 두 마리를 대통령 자리에 앉힌 거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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