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포장일기 』

2021년 08월 17일 화요일 맑음 (모니터 사망)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8. 17.
반응형

3일의 연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훌~ 쩍 지나가버렸다. 토요일은 오전에 사무실 들어갔다가 나와서 여주 다녀오니 다 지나가버렸고, 일요일은 빈둥거리다가 사무실 잠시 갔다오니 금방 저녁. 룸 메이트와 가볍게 일 잔 하니 하루가 끝났다. 그리고 월요일(8월 16일).

하루 전까지 아무 문제 없던 모니터가 이상하다. 모니터 한 가운데에 하얀 색 짧은 줄이 쉴 새 없이 오르내린다. 처음부터 이랬다면 몰랐을 리 없을 터. 뭔가 이상하다 싶더라니, 이내 상태가 더 안 좋아진다. 자꾸 깜빡거린다. 급기야 꺼져 있는 시간이 더 길어져버렸다. 해결하겠답시고 별에 별 짓을 다 해봤다. 껐다가 켜보기도 했고, 초기화를 해보기도 했다. 케이블 때문인가 싶어 케이블도 바꿔봤지만 모니터는 여전히 먹통. PC 문제인가 싶어 PS5를 켜봤지만 달라지지 않는다. 전원을 껐다 켜면 삼성 로고에 이어 오디세이 로고가 뜨는데 그게 생략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메인 보드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8월 6일 오후에 받아서 설치했으니까 만 10일도 안 되서 고장난 거다. 뽑기 운이 지지리도 없는 건지, 조강지처(?) LG 모니터 버린 벌을 받는 건지. 이래서 손전화를 제외하고 화면 달린 기기는 LG 제품 사야 하는데. 아오~

 

혼자 별에 별 짓을 다 해봐도 안 되기에 일단 포기. 모니터가 나가니 컴퓨터를 쓸 수가 없다. 컴퓨터가 안 되니 할 일이 없다. 게임도 안 되고, 인터넷도 못 하고. 결국 태블릿으로 만화를 보다가 자동차 타이어 공기압 문제나 해결하자 싶어 밖으로 나갔다. 아홉 시가 넘었으니 근처 카 센터에 가보기로 한 거다.

주유구를 열어 적정 공기압을 봤다. 세 명이 타면 앞이 38 psi, 뒤가 34 psi 더라. 여름에는 10% 정도 더 넣으라고 했으니까 앞에 42 psi, 뒤에 38 psi 넣으면 될 거라 생각했다. 타이어를 보니 최대 51 psi까지 견딘다고 되어 있어 넉넉하다 생각했다.

카 센터에 도착해서 인상 좋아보이는 아저씨께 타이어에 바람 좀 넣으러 왔다니까 잠깐 기다리란다. 마침 나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아주머니가 바람을 넣고 있었다. 기다렸다가 앞에는 42, 뒤에는 38,... 말할 틈도 없이 공기 충전이 시작됐다. 40 psi에 맞춰넣고 때려 넣는 거다. 앞, 뒤 타이어에 차이를 두거나 하는 것도 없다. 그냥 40 psi다. ㅋㅋㅋ
이게 시골의 삶이다. 앞 타이어는 원하는 것보다 약간 부족하고 뒷 타이어는 과하다. 하지만, 뭐... 둔해서 승차감 따위에 차이를 못 느낄테니 그냥 가만히 있었다.

공기 충전이 끝나서 차에 오르니 경고등이 꺼져 있더라. 좋은 세상이고만.
바로 차를 몰고 세차장으로 가서 신나게 물을 뿌리고, 카 샴푸를 찍찍 쏴댄 뒤 대충 문지르고, 다시 물로 헹구고, 물기 닦아내고. 숙소로 돌아와 왁스 먹일 생각이었는데 주차장에 도착하니 만사 귀찮아서 포기.

다시 모니터를 켜봤다. 여전히 먹통이다.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진다. 나는 192만원에 사긴 했지만 출시가 240만원 짜리 모니터가 열흘 만에 고장이라니. 욕을 안 할 수가 없다.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문의 글을 남긴 뒤 손전화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결국 방문 수리를 신청했다. 이 동네는 ○○인데 가장 가까운 서비스 센터가 □□이라서 그 쪽 기사님이 나오는 걸로 되었더라.

방문 예정 시간이 13시 30분인데, 회사에 있을 시간이다. 점심 시간으로 바꿔줄 수 없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기사님도 식사해야 하는데 안 되겠다 싶어 일단 그대로 뒀다.

출근하자마자 여차저차해서 오후에 두 시간 정도 외출 다녀오겠다고 허락을 구한 뒤 점심 시간에 숙소로 왔다.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빈둥거리고 있자니 기사님에게 연락이 왔고 약속한 시각에 도착. 모니터를 보면서 켜보라 해서 전원을 넣었다. 부팅 화면조차 안 나온다. 케이블 갈아봤고, 초기화도 해봤고, PC 문제인가 싶어 PS5도 연결해봤다고 했다. 기사님이 의심할만한 걸 다 해봤다고 먼저 말을 꺼냈더니 뒷판을 뜯어 시리얼 번호가 있는 부분을 촬영하더라. 그리고는 새로 바꿔준단다. 이걸 뭔가 선심 쓰듯 말하더라. 아니, 사용한 지 열흘 된 240만원 짜리 모니터가 고장났는데, 새걸로 바꿔준다고 생색낼 일인가?

게다가, 기사님이 사무실에 돌아가 보고서 작성해서 올리면 재고 파악한 뒤 설치 기사가 와서 새 제품 설치해주고 고장난 건 수거해 간단다. 이게 빨라야 일주일은 걸린단다. 일주일? 일주일? 15인치 노트북 화면으로 버텨야 하는 일주일은 누가 보상해주는데? 어이가 없어서 일주일 동안은 모니터 없이 쓰라는 말이냐고 되물었더니 '빨라야' 일주일에서 '늦어도' 일주일로 말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이 가관. 베트남에서 주로 만드는데 베트남이 코로나로 난리인지라 물량이 없으면 돈으로 줄지도 모른단다. 환불 조치 할 수도 있다는 거다.

하! 어이가 없네.
자, 여기서 문제. 나는 카카오메이커스를 통해서 192만원에 구입했다. 20만원 상당의 헤드셋을 사은품으로 받으면서 말이다. 만약 삼성전자 측에서 환불을 한다면 192만을 돌려주고 헤드셋은 수거해가나? 이건 내 입장에서 말이 안 된다. 내가 모니터에 충격을 준 것도 아니고, 책상 위에 두고 쓰는데 열흘 만에 고장난 거다. 양품이 아닌 확률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192만원 환불해준단다. 출시가는 240만원이다. 환불 받아도 동일 제품을 구입하지 못한다.
240만원을 환불 받는다? 이게 맞는 거 아닌가? 물량이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동일 제품을 구입할 수 있으려면 출시가로 환불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192만원 주고 사서 240만원 돌려 받았다고, 차익을 남겼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240만원을 돌려받은 뒤 NEO G9가 아니라 다른 모니터를 구입한다면 말이다.).

돈이고 나발이고 필요없다. '메인 보드 교체해도 되니까 나는 당장이라도 내 모니터 고쳐내라!' 라고 하고픈 심정인 거다. 하지만 이미 물 건너 갔다. 제품 구매 영수증이랑 구입 증거가 되는 자료 보내달라기에 카카오 톡 메신저 갈무리해서 보내줬다. 그리고 나는 회사로 복귀.

한 시간 정도 남아서 일하다가 돌아와서 보니 아무 연락도 없었네. 삼성전자에 남긴 문의 글은 복붙 답변이 왔고. 엉망진창이고만. 열여덟!

 

나 같은 도시 빈민에게는 192만원이면 굉장히 큰 돈인데, 고민하다가 지른 건데, 이 따위 불량품을 뽑아가지고. 젠장. 일주일 걸린다 치면 다음 주 화요일이란 말인데, 언제 가지고 오네 마네 하면 그 시각에 맞춰서 또 외출 써야 하고, 아오! 귀찮아! ㅆ...

 

입에서 욕 나오게 만든 삼성전자지만 주가가 바닥이기에, 내 인생에 없을 거라 생각했던 주식이라는 걸 해보자 싶어 급하게 거래 어플을 설치했다. 키움 많이 쓴다던데 야구 팀 하는 꼬라지 때문에 꼴 보기도 싫어서 그냥 주거래 은행에서 만든 어플을 깔았다. 비대면 계좌 계설까지는 어찌저찌 했는데 문제는, 통장의 돈을 옮길 수가 없다. 비대면 계좌 개설이라서 일주일 뒤부터 가능하단다. 야, 이, 씨... 일주일 뒤에 삼성전자 주가 오르면 계좌 만든 의미가 없다고.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 같지 않은데!!! (이래놓고 더 떨어지면... -ㅅ-)
그냥... 내 팔자에 주식은 없는 모양이라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당분간은 노트북의 15인치 화면으로 버텨야 한다. 2018년 6월에 구입했을 때에는 따로 쓰는 데스크 탑이 있었고,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LG 모니터를 질렀기에 항상 큰 화면을 썼더랬다. 34인치, 49인치 모니터를 쓰다가 15인치 쓰려니까 장난감처럼 느껴진다. 삼성전자에서 재고가 있네, 없네, 연락이 오기를 기다려야 하고, 재고가 있어서 새 제품으로 교환해준다고 하면 날짜와 시간을 맞춰야 하는데 일하고 있는 동안은 전화를 못 받으니 부재중 전화가 와 있을 것이고, 언제 와라 마라 해쌌고, 아오~ 생각만 해도 짜증난다. 불량품 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데 아무 보상도 못 받는다는 게 더 짜증스럽다. 잘 쓰던 LG 모니터를 외면한 벌을 받는가보다 싶다.

 

대체 휴일 덕분에 이번 주는 그나마 좀 짧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당장 이번 주 토요일에 책 반납하러 가야 하는데 그 때까지 다 못 읽을 것 같다. 다시 빌릴 수 있긴 한데 틀림없이 예약이 있을 삘. 결국 그냥 반납하고 다음에 다시 빌려야 하나 싶다.

고모한테 전화가 왔는데 내 짐을 그대로 가지고 이사한단다. 책장이 가장 큰 짐인데 그대로 가지고 가서 형들이 갖다 쓰거나 한단다. 하긴, 제법 비싸게 주고 산 책장이라 ×값에 넘기는 것도 아깝긴 하다. 아무튼, ○○에 내려가봐야 알 것 같다. 창고 안 빌려도 될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긴 한데, 이것저것 버려야 할 것들이 잔뜩인지라 벌써부터 걱정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