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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1년 08월 14일 토요일 흐림 (간만에 외출/피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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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두 시 반에 깼다. 그대로 다시 잤어야 했는데 손전화를 들고 두 시간을 까먹었다. 네 시 반이 넘으니 어슴프레 밝아오기에 안대를 하고 잤다.
안대 덕분인지 일곱 시 넘어서까지 잘 수 있었다. 화장실 가면서 보니 룸 메이트는 이미 나간 모양. 보통은 씻으러 화장실 들어갈 때 나는 소리 때문에 나가는 걸 알 수 있는데 오늘은 딥 슬립하느라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려 했는데 찬장을 열어보니 비빔면이 가득. 한정판 슬리퍼 끼워 준다고 해서 두 봉지 패키지를 지른 게 크다. 없으면 또 생각이 나겠지만 당장 너무 많으니 먹어서 없애버리자 싶어 세 봉지 끓였다. 김자반과 깨를 찹찹 뿌리고 불닭 소스를 추가해서 뱃 속으로 옮겼다.

대충 씻고 출근하니 여덟 시 반이 넘은 상태. 사무실 동료는 이미 한 시간 전에 와 있었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수다 좀 떨다가 동료에게 배우기로 한 업무를 배웠다. 어렵더라.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가르치는 일에 특화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듣는 사람의 레벨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 사람에게는 이 수준으로, 저 사람에게는 저 수준으로, 듣기 좋게, 이해할 수 있게 알려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저렇지 못하다. 그저 자기가 아는 걸 떠들기 마련인데 그러다보면 결국 '나는 이거 안다.', '어떠냐, 나 좀 잘나지 않았냐?' 가 되고 만다.
나는 남을 가르쳐본 경험이 꽤 있는데다 그게 나랑 잘 맞는다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누군가에게 뭔가를 배울 때에도 그냥 듣는 게 아니라 '나라면 이렇게 가르쳤을텐데...', '이렇게 설명하면 좀 더 쉽게 받아들였을텐데...' 따위의 생각을 하느라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오전에 배운 것도 워낙 어려운 내용인지라 한 번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일단 적당히 들었다. 아는 게 없으니 질문할 수도 없는 처지. 일단 매뉴얼부터 한 번 읽어보고 또 가르쳐달라고 하던가 해야겠다. 온갖 영어 약자와 전문 용어들이 난무하니 정신을 못 차리겠다.

금요일에 하던 일이 마무리되지 않아서 그거 붙잡고 있으니 시간이 금방 간다. 원래 목표했던 시간을 넘겨버려서 서둘러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숙소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곧바로 출발... 하려고 차에 갔다가 어이 없어서 헛 웃음이 나왔다. 운전석 앞, 뒤 타이어에 거미줄이 쳐져 있더라. 하... 얼마나 안 탔으면.
회사에 가지고 갈 수 없으니 평일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여섯 시에 일어나서 씻고 뭐하고 출근하면 일곱 시, 퇴근하면 빨라야 저녁 일곱 시 내지는 여덟 시. 밥은 회사에서 먹고 왔지, 군것질거리는 한 꺼번에 사두니 방에 있지, 딱히 나갈 일이 없는 거다. 그러다가 주말이 되면 근처를 조금 돌아다니는 수준인데, 그러다보니 시골의 거대 거미 ㅺ들이 집을 지은 모양이다. 아오!

발로 대충 걷어내고 출발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서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떴다. 뭐, 그럴만 하다. 1년 내내 한 번도 정비 받은 적이 없이 탔으니 그동안 버틴 게 대단한 거지. 보통은 2개월에 한 번은 공기압 점검 받으라고 하던데. 아무튼, 주말인데다 연휴라서 문 연 곳이 있을까 싶지만 다니다가 눈에 띄는 곳이 있으면 바람 좀 넣어달라고 해야겠다. 차의 시가 잭에 연결해서 직접 해결하는 장치도 많이 나오긴 하던데 308 탈 때 시가 잭 쓰는 광택기 때문에 퓨즈 나간 게 트라우마가 되서 좀처럼 사고 싶은 맘이 안 든다.

거대 트럭이 앞을 막고 있는 덕분에 정속 주행했다. 트럭이 사라져서 좀 밟을만 하면 또 답답이가 등장하고, 그 앞에 더 답답이가 있고, 아주 그냥, 가관이다. 아무튼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 전화로 방문 기록 남기고 체온 측정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도착할 무렵 거세게 비가 내리다가 잠시 조용해졌는데 우산을 들고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갔거든. 그런데 비가 더 오더라. 맞거나 말거나 그냥 다녔다. 나이키 매장 쪽으로 갔는데 사람들이 잔뜩 줄 서 있더라고. 매장 내부에 들어가는 사람 수를 통제하기 위해 입구에서 줄을 세우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2m 거리두기는 사라진 지 오래.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에라이~ 안 가고 만다.

바로 발길을 돌려 입구에 있는 술 파는 가게로 향했다. 프리미엄 몰츠가 있기를 바랐지만 볼 수 없었고, 일본 맥주는 에비스 프리미엄 밖에 없더라. 와인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인지라 싸구려 스파클링 와인을 사려고 했는데 죄다 비싼 애들 뿐. 결국 만 원 짜리 스파클링 와인 한 병, 두 병에 만 원 하는 레드 와인, 간바레 오또상 900㎖ 짜리 한 팩, 이렇게 샀다. 그리고 벨기에 맥주 한 박스까지 사서 70,000원 들었다.

차로 끙끙거리며 들고 가서 발로 트렁크 아래 쪽을 찼는데 안 열린다. 이건 꼭 필요할 때 동작을 안 하더라고.

트렁크에 술을 넣고 갈 때와는 다르게 고속도로를 탔다. 반대 쪽은 꽉꽉 막혀 있는데 올라가는 길은 안 막히더라. 금방 숙소에 도착.

 

룸 메이트는 본가가 같은 경기도라(고 해봐야 경기 남부에서 북부 가는 시간이 대전에서 부산 가는 시간이랑 같지만) 자주 가는 편이긴 한데 오늘은 안 간다고 했다. 하지만 집을 비웠었는데 저녁에 늦~ 게 온다기에 일찌감치 혼자 생라면 안주 삼아 사들고 온 벨기에 맥주 마시기 시작했거든. 하지만 저녁 일곱 시 무렵에 돌아왔더라. 온 줄 모르고 있다가 화장실 가면서 봤네. 인스턴트 떡볶이 만들고 있는데 배가 불러서 같이 먹지는 않았다. 결국 각자의 방에서 각자 술 마셨다.

괴물 모니터를 샀는데 노트북도, PS5도, 그 스펙을 못 맞춘다. 케이블 탓인가 싶어 케이블도 바꿔 봤지만 헛 짓. 결국 그냥 타협하고 쓴다. 『 원신 』이 32:9 지원한다고 해서 실행해봤는데 그냥 모니터에서 설정한 비율 그대로 나온다. 모니터에서 32:9 선택하니까 억지로 잡아늘린 듯 어색하고. 게임에서는 해상도나 화면 비율 설정하는 항목이 안 보이고. 결국 포기했다. 『 데이즈 곤 』이 32:9 지원한다니까 설치해서 테스트 해봐야겠다 싶기도 하고.

PC에서는 『 문명 Ⅵ 』가 32:9 지원한다기에 실행해봤더니, 오! 된다. 거대한 지도가 펼쳐졌다. 그런데 너무 크니까 오히려 눈에 안 들어온다. ㅋ

게임하고, 맥주 마신 뒤 일찌감치 자려고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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