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세시 하고도 반에 깨는 인생을 살아왔다. 이유는 모르겠다. 희한하게 눈 뜨면 세 시 반이더라. 바로 다시 잠드는 날도 있지만 못 자고 뒤척거리다 해 뜨는 걸 보는 날도 있다. 이 익숙한(?) 패턴이 최근 무너졌다. 눈 뜨는 시각이 한 시간 뒤로 늦춰졌다. 요즘은 네 시 반에 눈이 떠지더라. 희한하다.
쉬는 날이니까 새벽에 눈이 떠지는 게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했다. 태블릿과 손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여섯 시가 넘어서 잠깐 자고, 여덟 시에 일어났다. 빈둥거리다가 씻고 나오니 아홉 시 반. 호다닥 출근했다.
원래는 업무 관련 내용도 검색하고 간단하게 교육 자료 만들 생각이었는데 다른 일 한다고 100분이 훌~ 쩍 가버렸다. 받는 만큼만 일하자는 주의니까 하던 일 정리하고 퇴근. 숙소에 와서 토퍼와 매트리스 덮개를 벗겨낸 뒤 베개와 함께 차에 싣고 빨래방으로 출발했다.
지금까지 네 번 정도? 갔던 빨래방인데 늘 한가했거든. 그런데 오늘은 사람이 많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한 명뿐이었는데 차 닦고 나서 땀 식히면서 쉬는 동안 네 팀이 더 왔다. 일찍 가서 다행이다 싶더라.
지난번에는 토퍼가 좀 덜 마른 것 같아서 건조기 시간을 4분 더 설정했다. 끝나자마자 꺼내서 숙소로 돌아와 침대 위에 세팅하고, 청소하기 시작. 현관이 너무 더러워서 다용도 청소 블록으로 바닥을 닦아냈다. 물에 적셔 닦아내니 금방 깨끗해진다. 맘 같아서는 제대로 청소하고 싶은데 혼자 사는 게 아니라서 막 헤집어놓을 수가 없다. 신발장이랑 싹 다 털어내고 싶은데.
하는 김에 베란다에 방치한 낡은 구두만 벗으라고, 화분도 정리했다. 방치해둔 폴딩 옷걸이를 설치해서 겨울옷을 옮겨 걸고 기존 옷걸이는 베란다에 갖다 놨다. 빨래 말릴 때 쓰려고.
바닥을 보니 너무 더러워서 베란다도 싹 청소하고 싶은데 역시나 룸메이트 짐이 있으니 맘대로 할 수 없다. 일단 내 손이 닿는 범위만 청소했다. 때가 잘 안 지워질 줄 알았는데 금방 지워지더라.
거실도 한 번 쓸고 닦은 뒤 청소 끝. 그다음은 옷 빨아서 널 차례. 살림하느라 하루가 다 갔다. 저녁으로 컵라면과 컵밥을 먹었지만 영 양에 차지 않아서 결국 하나로 마트에 다녀왔다. 간단하게 먹을 거 조금 산다는 게 5만 원 까먹고 왔다. 집 밖에 안 나가야 한다. -ㅅ-
즉석 냉면을 만들어 먹었는데 영 맛이 없다. 컴퓨터 앞에 앉아 빈둥거리다가 사 들고 온 막창을 안주로 맥주 두 캔 마시고 끝. 피곤하긴 한데 그래도 나름 알차게 보낸 것 같아 기분은 좋다. 평소에는 하는 일 없이 하루를 까먹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오늘은 그래도 뭔가 이것저것 했고나 싶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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