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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1년 11월 27일 토요일 맑음 (승진 심사 탈락)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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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심사에서 탈락했다. 복직하고 나서 세 번째다. 당연한 얘기지만, 기분이 정말 더럽다.

 

원래대로였다면 목요일 오후에 결과를 발표해야 했다. 승진했다면 몇 명에게는 축하 전화가 올텐데 전화가 전혀 없어서 이번에도 물 먹었고나 하고 우울해하고 있었다. 잔뜩 가라앉은 상태로 출근했더니 발표가 금요일 오전으로 미뤄졌단다. 이것도 문제다. 지난 번에도 저 질알을 하더니 이번에도 또...
약속을 했으면 지키란 말이다. 승진 심사에 대한 결과 발표 날짜도 못 지키는 것들이 무슨 심의를 한다고. 염병할.

 

 

휴직 전에 승진 1순위라고 들었으니까, 누가 봐도 내 차례였으니까, 실제로 내가 휴직하면서 내 뒷 차례였던 사람이 승진했으니까, 복직하면 바로 승진할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래, 최소한 1년은 지나야겠지. 그리고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안 됐다. 이번에는 1년 6개월이 넘었는데도 미끄러진 거다. 휴직 후 특기를 바꿨기 때문에 그로 인한 패널티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그동안 거쳤던 사람 중에 고깝게 보는 ㅺ가 있는 건지, 별에 별 생각이 다 든다.

 

승진 심사에서 탈락하면 멘탈이 산산조각난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전혀 아무렇지 않지 않다. 나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들한테 밀릴 때부터 그랬다. 나는 남들보다 뛰어나게 일을 잘한다고 자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남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적어도, 월급 받는 이상은 하고 있다 생각한다. 종이와 펜으로 업무 실적 기록할 때 엑셀로 자동화한 프로그램 만들고, 다른 사람도 쓸 수 있게 나눠 쓰고, 브리핑이나 발표 자료 준비도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주위 사람들의 평가도 마찬가지고. 다만, 나 잘한다, 나 잘났다, 스스로 포장하는 건 못한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내 스스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면 주머니 속에 들어있어도 티가 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가 보석이 아니었거나, 어지간히 두꺼운 주머니 안에 들어가 있거나, 둘 중 하나겠지.

 

일 더럽게 못? 안? 하는, 복도에서 마주쳐도 인사조차 안 해서 싸가지 없는 ㄴ 소리 듣는 것도 이번에 승진했다. 이미 승진한 사람 중에도 내 기준에 일 더럽게 못하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다보니 단순히 업무 능력만으로 승진 시킨 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 나보다 먼저 승진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까 화가 나는 거다.

 

 

후우...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직장 생활하는 동안 마지막 승진이 될 거니까 천천히 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가 ○○○까지 승진할 리도 없고, 그렇게 되고픈 욕심도 없다. 그렇다면 이번 승진이 마지막이 될텐데 정년 퇴직까지는 15년 넘게 남았다. 그러니 욕심내지 말고 언젠가는 될 거라 생각하는 게 편하지 않을까? 게다가, 퇴직하고 나면 그 때 1년, 2년 빨리 하네, 마네 가지고 조바심 냈던 게 우습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하다.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인데, 승진 따위에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그렇게 득도한 사람처럼 생각하려고 해도 기분 나쁜 건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찌질이를 비롯해 승진하면 안 될 것들도 당연히 미끄러졌다는 거다. 저런 것들 중 하나가 승진해버렸다면 멘탈이 정말 남아나지 않았을 거다.

 

이미 지난 일,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랴. 그냥, 언제가는 되겠지라 생각하고 포기해야겠다. 내 일 잘 하면 언젠가는 되겠지. 그렇게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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