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은 격리로 시작해서 격리로 끝나는 것 같다. 유학 마치고 귀국하니 '2주 동안 격리하라'해서 포항 고모 댁에서 2주 내내 빈둥거렸고, 내 의사와 상관없이 떠나게 되는 시점에서 확진자 나오면서 또 일주일 동안 격리를 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다른 긴 휴가와 마찬가지로 이번 격리 기간 역시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가버렸다. 다음 날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에 피곤함을 모르고 지냈다. 새벽에 깨면 손전화 붙잡고 한 시간 정도 놀다가 다시 잤고, 그렇게 자다 깨다 하면서도 여덟 시면 일어났다. 컴퓨터 앞에 앉아 빈둥거리다가 이내 PS5를 켜고 『 디아블로 2 』 시작. 한 시간 정도 게임을 하다가 적당히 아침 때우고, 너댓 시간 정도 지나서 앉아있는 게 힘들어지면 침대로 뛰어들었다. 유튜브나 디즈니 플러스 영상 켜놓고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저녁 때우고 또 게임. 그러다 태블릿으로 영상 보면서 잔다. 일주일 내내 이랬던 것 같다.
어제 오전에 실시한 PCR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이번에도 재검사 뜨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오늘이면 격리가 끝나니까, 퇴근하면서 편의점 들리는 정도는 뭐라고 안 할테니까, 남은 누룽지를 다 털어 끼니를 해결하고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정오 이후 출근하라는 공지가 있었으니까 열두 시가 좀 안 되어 씻으러 들어갔다. 나야 걸어가도 10분이면 충분하니까 괜찮은데 멀리 사는 사람들은 애가 타는 모양. 출발해도 되냐고 물어보는데 기다리라는 메시지가 왔다. 그리고... 어제 검사 결과에서 양성 나온 사람이 있어서 추가로 역학 조사 중이라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에?
가장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추가 역학 조사 중이고, 최대 3일까지 격리가 연장될 수 있단다. 회장님이 무척 화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첩첩산중이네, 진짜.
나야, 뭐. 3일 더 놀면 좋긴 하다. ○○로 옮기는 것도 여유가 생겨서 3일 정도는 갇혀 있어도 괜찮다. 다만, 있는 거 다 파먹어서 더는 먹을 게 없는데. -ㅅ-
나는 월동 준비하는 다람쥐처럼 부지런히 쌓아두는 스타일이라 좁은 집에 사는 게 힘들다. 지금 살고있는 숙소도 작은 방이 터져나갈 듯 하고, 거실에 짐을 쌓아둔 지 오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꾸역꾸역 쌓아두는 건데 이번 격리 덕분에 여기저기 쌓아둔 먹거리들 다 털어먹었다. 다행이라면 다행. 하마터면 ○○까지 또 바리바리 싸들고 갈 뻔 했으니까. 문제는, 격리가 연장되어 이제 먹을 게 없다는 거. 일본 라면 밖에 안 남았는데 저것도 자주 먹으니 질린다. 그렇게 먹고 싶었던 건데도.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아직 추가 지침이 안 내려왔으니 기다려봐야 한다. 게임이나 하면서 빈둥거려야겠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티 나게 하고픈 게 내 욕심인데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떠나고 나서 사람들이 내 얘기하면서, 그 사람 있음 됐을텐데, 그 사람이 하면 쉬웠을텐데, 하고 아쉬워했음 좋겠다.
변화가 두렵고 싫은 나이가 됐다. 당연히 옮기는 것도 귀찮고 싫다. 하지만 모처럼 방 얻어서 혼자 살게 되니 조금 두근거리는 것도 있고 그렇다. 적응해서 살면, 뭐. 나쁘지 않겠지. 슬슬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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