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포장일기 』

2022년 02월 17일 목요일 맑음 (질렀던 것들이 줄줄이 도착/만성 피로)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2. 17.
728x90
반응형

항상 23시 무렵에 잠이 드는데 수요일에는 새벽 세 시에 잤다. 그 여파 때문인지 17시가 되니까 잠이 막 쏟아지더라. 자려고 누웠는데 막상 누우니 잠이 달아났다. 결국 컬링 중계를 보면서 23시가 넘어 잘 수 있었다.

새벽에 깨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매운 걸 먹는 건 괜찮은데 그 후처리가 문제다. 이제는 입보다 다른 쪽 때문에 힘들다. 나이 들면서 하나, 둘 망가져가는 게 안타깝다. 예전에 나이든 분들을 보면서 '나도 늙으면 저렇게 될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귀신 같이 전부 그렇게 된다. 입을 함부로 놀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부쩍 잦다.

 

주간 근무를 마치고 와서 부지런히 질러댔던 것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주문한 시각이 늦은 밤이었으니까 그 날 빼고, 오늘 오전에 도착했으니까 사실 상 하루 만에 온 거다. 진짜 좋은 세상이다. 그 와중에 내가 사는 동네는 택배 파업 대상 지역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에서는 대중 교통 종사자들이 파업해도 시민들이 불만을 드러내지 않는단다. 내가 파업할 수 있기 때문에 저들도 파업할 수 있다는 생각이란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데 내로남불이 일상화되어 그게 쉽지 않지. 아무튼. 택배 일 하시는 분들, 고생 많으신데 힘든 만큼 벌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 사진 속의 블라인드가 걸려 있었다. 가로 줄 부분이 엇갈리게 교차하는 건데 저걸로 빛이 50%만 들어오게, 100% 들어오게 조절할 수 있는 거다. 문제는, 암막이 아니라서 어떻게 해도 빛이 들어온다.

ㅇㅇ에 살 때에는 방의 창문이 서쪽인지 북쪽인지, 아무튼 해가 전혀 들지 않은 방향으로 나 있었기 때문에 아침부터 잔뜩 쏟아지는 햇볕이 반갑지만 게임할 때에는 완전히 마이너스가 된다. 모니터의 성능이 너무 뛰어난 덕분에 어두운 부분을 완전히 검게 표시해버리는데 그렇게 되면 햇빛 때문에 더 안 보이게 되는 거다.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일본 여행 가서 뽑은 『 러브 라이브 』 캐릭터 무릎 담요로 가려봤지만 아무 효과가 없다. 빛은 전혀 가려지지 않았다. 결국 고민 끝에 암막 블라인드를 주문했다. 자기가 원하는 그림을 인쇄할 수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포항 앰블럼을 선택했고.

 

1월 29일에 질렀는데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연락이 왔다. 내가 보낸 파일에 앰블럼이 세 종류 들어있었던 모양이다. 그 중에 어떤 걸로 하겠냐고 묻기에 컬러 버전으로 해달라고 했다. 시안을 만들어서 보내줬다.

 

금방 될 줄 알았는데... 오늘 정오가 지나서야 도착했다. 19일이나 걸린 거다. 명절 연휴를 빼고서라도 너무 오래 걸렸다. 업체에서는 추석(?) 연휴 때문에 일이 밀려서 늦어지고 있다고, 18일에는 배송할 거라고, 그 18일은 넉넉하게 잡은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왔는데 결국 16일에 보냈더라. 배송만 아니면 딱 좋은데 말이지.

 

그래서, 설치한 모습이 어떠하냐 하면...

 

 

이렇다. 틈새로 빛이 새어들어오긴 하지만 저 정도면 게임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방이 확~ 어두워져서 게임하면서 어두운 곳에 가더라도 걱정이 없게 됐다. 쉬는 날 늦게까지 푹 퍼질러 자기에도 좋아졌고.

 

 

 

블라인드를 말아 올리면 이렇게 된다. 방이 확~ 밝아진다. 살면서 이렇게 해가 잘 드는 집에 살아본 적이 있던가 싶다. ㄱㅈ 살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정말 맘에 든다.

 

그러고보니, 이 집에 들어온 지 벌써 한 달이 됐다. 오늘 아침에 눈 뜨자마자 월세를 냈다. 사무실 사람들에게 한 달에 이만큼 낸다고 했더니 다들 비싸다고 난리더라. 나도 지역 시세에 비하면 좀 과하다 싶긴 한데, 이렇게 해가 잘 들고 주차 편리하니 충분히 감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11개월 후에 올려 달라고 한다면 이사를 고려해봐야겠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리 회사는 월급 만큼은 칼 같이 준다. 쉬는 날이면 그 전에 주고. 형편이 어렵다며 월급 밀리는 회사도 많다는데 꼬박꼬박 돈 잘 주는 게 어디냐. 나도 집 주인에게 우리 회사 같은 세입자가 되자고 마음 먹었다. 물론 계좌 이체를 걸어놓으면 좋지만 1년 후에 어찌 될지 모르니까.

쉬는 날에도 이체할 수 있으니까, 돈 주기로 한 날 꼬박꼬박, 아침 일~ 찍 부쳐주자고 마음 먹었다.

 

 

 

방의 다른 쪽 벽은 이렇게 꾸몄다. 엽서는 진작에 붙였는데 지도 붙어있는 쪽은 휑~ 하... 지는 않고 야광 별이 붙어 있다. 제기랄. 인테리어 감각하고는.

 

명화 사서 액자에 넣어 걸고 싶었는데 큰 사이즈로 사려니까 꽤 비싸더라. 고민하던 중에 저 지도를 구입하게 된 거다. 자석으로 된 족자에 넣어 걸었더니 딱이다. 뒷면에는 은박 스크래치로 가려진 다른 버전의 지도가 인쇄되어 있다. 다녀온 곳은 긁어내서 표시할 수 있는 거다. 코로나 때문에 꼼짝을 못하고 있는데, 슬슬 다니면서 긁어볼까 한다.

 


 

어제는 세차장에 자전거를 타고 다녀왔다. 고압수를 뿌리면 찌든 흙탕물이 씻겨내려갈 줄 알았는데 오래된 거라 그런지, 아니면 수압이 약해서인지, 안 씻기더라. 결국 대충 씻을 수 있는 부분만 씻어내고, 에어 건으로 물기를 불어낸 뒤 자전거用 WD-40을 뿌려 마무리 했다. 자전거를 산 지도 꽤 됐는데 아직까지는 고장없이 잘 굴러간다.

 


 

일기를 쓰다보니 벌써 14시다. 슬슬 돈 벌러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출근은 17시 30분까지지만 월세 벌려면 일찍 가서 앉아 있어야 한다.

 

지금 사는 집이 내 집이었으면 한다. 경남에는 남아도는 집에 1,500동 넘는다는데 어디는 집 값이 말도 안 되게 올랐네 어쩌네 해쌌고, 대통령 후보들은 죄다 집 값 잡겠다 하고.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남아돌아 비어 있는 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하고 흉물이 되어버리니까. 지자체에서 매입한 뒤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으로 임대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지방이라서 좀처럼 처리가 어려운 모양이더라. 실제로 여행 다니면서 폐허처럼 변한 집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곧 그렇게 될 터인데, 빈 집을 팔거나 하지 않고 그냥 방치한단다. 추억이라면서.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내가 은퇴를 고민할 때가 되면 지방의 작은 도시들은 소멸 어쩌고 하는 수준이 될 게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남아도는 집에 큰 돈 들이지 않고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내 인생의 계획에 집 사는 건 없었다. 이 생각은 변하지 않고 있는데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모아서 지방에 집 살 돈 정도는 만들어둬야 하지 않나 싶다.

 

생각해보니 한 달에 100만 원씩만 저축했어도 지금 쯤이면 1억 정도는 모았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빚이 1억 가까이 있는 사람. 경제 관념이 어지간히 엉망진창이고나 하고 반성하는 중이다.

 

 

슬슬 돈 벌러 가야겠다.

 

 

 

거실은 대충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