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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2월 24일 목요일 맑음 (멍청 비용… 경험에서 배… 우지를 못해서. 😭)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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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자를 대우하는 건 그 사람이 나보다 먼저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나도 먹는 나이를 그 사람이 좀 더 일찍부터 먹어왔기 때문은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젊은이들이 나이 먹은 사람을 존중하고 대접하는 건 그 사람의 경험 때문이다. 나보다 먼저 태어나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이미 겪었고 그로 인해 깨달은 것이 있으니까,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보다 나은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듣고자 존중하는 거다. 노화로 인해 약해진 몸을 배려하는 것이 더해지는 것이고.

문제는, 한국에서는 저러한 본질이 흐려져 그저 나이 먹으면 대접 받으려 드는 ㅵ이 차고 넘친다는 거다. 물론 멋지게 나이 먹은 사람들도 간혹 보이긴 하지만 열에 아홉은 나이가 벼슬인 줄 안다.

스스로 저걸 자각하고 있으니까, 재수없는 영감탱이는 되지 말자고 수도 없이 다짐하는데 요즘 거울을 보다보면 성격 못된 늙은이가 보여서 흠칫! 놀라곤 한다.

 

아무튼. 요즘은 경험 때문에 나이 든 사람을 존중할 필요가 없어졌다. 인터넷 덕분이다. 옆 동네 가려면 짚을 엮어 만든 신발 여러 켤레 챙겨야 하고 발바닥 부르트면서 걷는 건 당연, 산짐승의 위협을 이겨내야 간신히 도착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방 안에 앉아서 키보드 두드리는 것만으로 알 수 있는 세상이 된 거다. 그런 세상이 되었는데 여전히 나이로 벼슬하려는 것들은 꼰대 소리 들으며 조롱 당하는 거고.

 

 

뭐, 굳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더라도 내가 직접 부딪혀 보면 된다. 다소 손해를 볼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깨달음을 얻어서 다음에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되는 거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깔끔×장이라는 업체가 있는데 청소나 정리에 필요한 물건들을 귀신 같이 만들어 판다. '이런 게 있음 좋겠는데...' 하면 어김없이 있다. 저 업체를 통해 이것저것 많이도 질러댔는데 결과적으로 만족하고 쓴 게 하나도 없다. 그릇 정리함도, 변기 세정제도, 주방용품 정리 선반도,... 죄다 '이게 뭐야?' 하고 실망하며 썼다. 그런 경험이 있으면 더 이상 저기서 뭔가를 사지 말아야 하는데, 멍청하게도 '아! 이거 있어야 하는데!' 하고 또 지르는 거다. 멍청 비용이 제법 많이 들어갔다. 다행히도 지금은 저기서 뭔가를 사지 않는다. 헛 짓인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저기서 지른 것 중 테이블 보호 필름이 있다. 두닷에서 비싼 책상을 지르면서 상판 보호용으로 필름을 질렀는데 광고 움짤에서는 마치 이불 펼치듯이 펄럭~ 하고 위에 깔았거든. 그래서 그런 식으로 펼친 뒤 정리하면 알아서 밀착이 되는 건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냥 투명한 필름이다. 그것도 아주 얇은.

 

 

 

혼자서 붙이는 건 절대 무리. 게다가 어디가 윗 면인지, 어디가 접착면인지 표시도 안 되어 있다. 낑낑거리며 한참 만에 붙어 있던 투명 필름을 떼어내고 접착면을 드러낼 수 있었는데 테이블이 하도 크다보니 기포가 생긴다. 이 쪽을 밀면 저 쪽이 울고, 저 쪽을 밀면 이 쪽이 울고. 결국 포기하고 될대로 되라고 마구 문질러버렸더니 여기저기 쭈글쭈글, 엄청 보기 싫게 마무리가 됐다.

 

 

그냥 책상 살 때 같이 지를 걸. 그럼 5% 할인 되는데. 싼 게 비지떡이라는 걸 수도 없이 겪어놓고, 몇 푼 아끼겠다고 바보 짓을 또 해버려서. 에효...   결국 두닷에서 테이블 매트를 다시 질러야 했다. 인터넷으로 실리콘 재질의 매트를 사려고 알아보니 두닷에서 사는 것보다 비싸면 비쌌지 싸지는 않더라고. 다른 업체에서 판매 중인 것보다 좀 얇아 보이긴 하는데 모서리 라운드 곡률을 일일이 재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지르려고 보니 지난 번에 40만 원 넘게 지르며 적립한 돈을 쓸 수 없게 해놨다. 7만 원 넘어야 쓸 수 있단다. 같이 구입할 만한 게 있나 찾아봤는데 죄다 비싼 것 뿐. 그 중 원가 4만 원이 넘는 책장을 2.1만 원에 파는 걸 발견해서 같이 주문했다. 그러면서 적립금 7,000원 남짓을 다 쓰고. 7,150원 쓰려고 21,000원 짜리 책장을 사는 게 잘한 짓인지는 자신이 없지만, 아무튼.

 

 

 

 

경험을 통해 거를 수 있는 건 지름 뿐만이 아니다. 사람도 거를 수 있다. ㅇㅇ에 있을 때 찌질이를 일주일 정도 겪어 보고 저건 걸러야겠다 싶어 그 뒤로 1년 반 동안 줄곧 무시하고 살아왔다. 그렇게 무시해도 일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 각자도생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직장은 그렇지 않다. 같이 일하는 AH 77I 중 정말 모자란 놈이 하나 있는데 얘랑은 업무로 계속 엮이니까 무시할 수가 없는 거다. 맘 같아서는 그 따위로 일하려면 꺼지라고, 대가리 속에 뭐가 들었냐고 지랄하고 싶은데 그저 꾹 참고 있다.

스스로 일 못하는 걸 아니까 자꾸 자학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쌍소리를 입에 담는다. 자기보다 윗 사람 앞에서는 주둥이를 조심해서 놀려야 한다는 상식 자체가 없는 AH 77I 되시겠다. 게다가 일 못하는 걸 알면 잘하려고 노력을 해야 할텐데 그 때마다 계약직에게 기대고, 담배 피우고 오겠다며 한참 동안 자리 비우는 건 다반사다. 근무 중에 코 골고 자기까지 한다. 한동안은 내 눈치 보느라 안 자는 것 같더니 슬슬 긴장이 풀렸는지 어제는 낮 근무인데 처 자더라.

저녁 근무 때에는 바쁜 일도 없는데 번번히 사고를 쳐서 수습하느라 엄청 짜증난다. 한 소리하면 꼰대 소리 들을까봐, 그리고 내가 걔처럼 지금까지 해온 일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면 엄청 버벅거릴 게 분명하니까 참고 또 참았는데 저 ㅄ 때문에 안 바빠도 될 상황에서 자꾸 바빠지니까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다. 며칠 이내로 개질알을 한 번 하지 않을까 싶다.

 

 

 

어제는 오후 무렵이 되니 뒷목이 뻐근~ 하게 아파왔다. 퇴근하고 운전할 무렵에는 엄청 심해져서 이러다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그나마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돌연사 해도 백골이 되기 전에 발골될 수 있겠지만, 혹시라도 퇴직하고 얼마 안 있어서 죽으면... 누구 하나 찾아줄 사람도 없고. 뼈만 남은 채 발견될지도.

퇴직한 선배들 중 일흔 넘도록 사는 사람이 드물다. 죄다 환갑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고가 올라온다. 연금 받은 지 몇 년 되지도 않아서 훅훅 가는 거다. 그렇게 고생하고 자식 좋은 일만 하다 가는 거지. 나도 이렇게 살다가 갑자기 훅~ 가면, 가족이랍시고 애먼 ×× 것들에게 피 같은 돈 넘어갈까봐 걱정이다. 말로 그치지 말고 정말로 돌연사 했을 때 유산 상속에 대해 알아놔야겠다. 유산이라고 할 것도 없고 빚 남기고 죽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혹시 모르니까, 죄다 국경없는 의사회에 기부해버릴테다. 가족이 어디 있어, 가족이. 그냥 족이다.

 

 

 

밥 먹고 나니 열한 시다. 새벽에 토트넘 경기 본다고 깼다가 다시 자서 그런가 개운하지가 않네. 지금 자면 한숨 더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찌 할꼬. 날이 따뜻하면 세차하러 가겠는데 여전히 추우니까 미뤄야 할 것 같다. 근처에 산책이나 갈까 싶기도 하고. 이래저래 귀찮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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