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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3월 17일 목요일 비옴 (월세/하는 거 없이 바쁨)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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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옷만 호다닥 갈아입은 뒤 바로 누웠다. 그대로 잠이 든 뒤 한 번도 안 깨고 알람 울릴 때까지 자면 일곱 시간은 잘 수 있지만 가능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나처럼 23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잠이 오기에 바로 눈을 감았는데 막상 자려니까 잠이 달아나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그러다가 엄청난 알람 소리에 깨고 말았다.

일본에서 쓰던 손전화가 우렁차게 울고 있었다. 뭔가 싶어 봤더니 진도 6.8 짜리 지진. ㄷㄷㄷ

유학하면서 만난 선생님, 친구들과는 라인을 통해 가끔 연락하는데 그 계정을 한국에서 쓰는 손전화로 옮길 방법이 없다.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일본 라인이라서 일본 번호가 필요한 거다. 유학 마치고 돌아오면서 조만간 다시 일본에 가면 선불 유심이라도 산 뒤 한국에서 쓰는 폰으로 넘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조만간이 2년 넘게 오지 않는다. 염병할 코로나. 아무튼... 그런 이유로 배터리 광탈하는 엑스페리아를 여전히 살려두고 있는데 그 녀석이 엄청나게 울어대는 거다. 미야기에서 진도 7에 가까운 지진이 났단다.

진도 3짜리에도 엄청나게 쫄았었는데. 하지만 옛날 생각은 옛날 생각이고, 일단은 자야 한다. 알람을 끄고 잤다.

 

새벽에 일어나 잽싸게 확인해보니 그 사이에 쓰나미 경보도 들어와 있고. 후쿠시마 가까운 곳이라 뭔 일이 일어났을지 알 수가 없다. 피해 없이 조용히 지나가야 하는데 말이지. 그러고보면 오카야마는 진짜 복 받은 동네다. 은퇴해서 숨만 쉬고 빈둥거려도 밥 굶을 걱정이 없게 되면 오카야마에 가서 살아야지. ㅋ

 

 

아무튼. 계약한 지 두 달째 되는 날이다. 월급 받는 것처럼 월세를 내자고 마음 먹은지라, 알람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자마자 월세를 냈다. 한 달에 43만 원, 1년이면 516만 원.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집 자체의 크기는 ㅇㅇ의 반 정도로 줄었지만 그 공간을 오롯이 혼자 쓰고 있으니까 편하긴 하다. 처음에 집 얻으려고 내려왔을 때 갔었던 부동산에서 당근 마켓에 꾸역꾸역 매물을 올리고 있던데 보고 있노라면 쓴웃음 밖에 안 나온다. 죄~ 다 사기 매물이다. 광각 카메라로 찍은 뒤 빛 보정해서 실제보다 밝고 뽀샤시하게 나온. 있는 그대로의 사진을 올려서 장사하는 부동산이 없다. 사기로 먹고 사는 것들이 점점 늘어난다.

 

아침 일찍 돈 벌러 가는데 앞에 아무도 없는데도 빌빌거리며 차로를 막고 있는 차를 보니 짜증이 확~ 밀려온다. 왜 저렇게 민폐를 끼치면서 운전하는지 모르겠다. 옆 차로로 빠지면 되잖아?

궁시렁거리며 출근. 아침부터 장비가 속을 썩인다. 그 와중에 제대로 대처를 못해서 나보다 여기 근무 경력이 긴 사람이 대신 조치를 했다. 스스로 무능한 사람인 것 같아 조금 속이 상했다. 지금 내 모습이 젊었을 때 무능하다고 씹어댔던 사람과 오버랩 됐다.

예전에는 어렵지도 않은 일인데, 배울 생각은 안 하고 그저 손 놓고 있는다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 먹으니까 아무 것도 하기 싫다. 배우는 것도 귀찮고 그냥 하던 것만 하던대로 하는 게 만사 편하다. 이러면 안 된다 생각하지만 맘만 그렇지 몸이 안 따라준다. 지금도 이런데, 더 늙으면 어찌 될꼬...   나이 먹은 사람들한테 질알하지 말아야겠다. 내 미래일 가능성이 엄청 높으니까.

하지만, 인사 안 받는 꼰대 ㅺ는 되지 말아야지. 근처에 앉아 있는 영감 하나가 인사를 해도 본 척 만 척 한다. 한, 두 번이 아니라서 저게 일부러 저러는고나 싶다. 서너 번 참았는데 이제는 나도 인사 안 할 생각이다. 해도 본 척 만 척 하는데 아쉬울 게 뭐 있다고 꼬박꼬박 인사하나. 나도 그냥 본 척 만 척 해야지.

 

 

퇴근하고 와서 팬에 물을 약간 담은 뒤 가스 레인지 위에 올렸다. 냉장고에서 얼어가고 있는 팽이 버섯을 조금 뜯어 넣고, 청양 고추도 썰어 넣었다. 그리고 유통 기간이 거의 끝나가는 일본 카레를 한 조각 떼어내서 넣었다. 휘휘 저어 녹인 뒤 쪽~ 빨아 맛을 봤는데... 맹탕이다. 싱겁다.

잠시 고민하다가 남아도는 스팸 한 캔을 썰어 넣었다. 여전히 싱겁다. 소금을 넣을까 하다가 미소시루 하나를 짜넣었다. 소금기가 조금 느껴진다. 끓이면 괜찮을 것 같다. 면 사리를 하나 넣고 누룽지도 조금 넣었다. 그렇게 한참 끓인 뒤 그릇에 덜어 한 입 먹어보니... 맛있다! ㅋㅋㅋ

 

 

밥을 먹고 난 뒤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어 널었다. 4일마다 쉬는 근무를 하고 있으면 4일 내지는 5일에 한 번 꼬박꼬박 청소, 빨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그렇게 살림하다 보면 하루가 훌~ 쩍 지나버린다는 건 단점이고.

 

 

내일은 근처 대학교 농구장에 가서 공 좀 던지던가, 가까운 산에라도 다녀오자고 마음 먹었는데 비가 온다. 어쩔 수 없이 방에 처박혀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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