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하고 도서관에 다녀올 계획이었다. 주차할 자리가 넉넉하지 못해서 자전거로 가는 게 맘 편한데 날씨도 제법 풀렸겠다, 운동할 겸 걸어서 갔다가 걸어서 오려고 했다. 3.8㎞ 정도 떨어져 있다고 나오니 10분에 1㎞를 걷는다고 가정하면 신호에 걸려서 멈추는 시간 같은 걸 고려해서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았다.
밥 먹고 나니 19시가 거의 다 됐는데 도서관은 20시에 문을 닫는다. 아무래도 시간에 쫓길 것 같아서, 그리고 어두워진 상태에서 걷는 건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바로 포기했다.
새벽에 자다 깨서 시계를 보니 세 시가 채 안 됐다. 태블릿과 손전화를 만지작거리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네 시 무렵에 다시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 오더라고. 결국 뜬 눈으로 새벽을 보내고 일곱 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뜨니 아홉 시. 일단 몸을 일으켜 냉장고에 있던 어묵탕 재료를 끓여 아침 밥 먹을 준비를 했다.
뱃속을 든든히 채우고 나니 열두 시가 다 됐다. 빈둥거리다가 슬슬 나가야겠다 싶어 샤워를 하고 출발. 순토 5와 갤럭시 핏 2를 모두 운동 모드로 두고 도서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추우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바람이 많이 불어 딱 좋은 날씨가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 춥다고 느낄 날씨였는데 나는 반바지를 입고 있음에도 겨터파크 개장!
벚꽃인가? 맞나?
바로 앞에 50원 이상 싼 주유소가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똥배짱? ㅋㅋㅋ
봄은 봄인가보다.
KTX를 비롯한 열차가 다니는 선로도 나오고,
필로티 구조인데 주차장이 공동 묘지 같아 보이는 모델 하우스도 지나간다.
일본에서 살 때에는 학교까지 날마다 왕복 3㎞를 걸어다녔고, 5㎞ 정도 떨어진 곳은 당연히 걸어서 간다 생각할 정도로 대부분의 이동 수단은 발이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운전을 하게 되니 정말 안 걷게 되더라. 특히나 ㅇㅇ은 시골 of 시골인지라 걸을 수 있는 길이 없었다. 하지만 이 동네는 은근히 걷기 좋다. 주변 상가에 걸린 간판이 일본어로 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일본에서 걷는 것 같기도 하고.
청바지를 입을까 하다가 반바지를 입고 나갔는데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 다만, 멋 낸답시고 컨버스 런스타 하이크를 신었더니 발이 영 불편하더라. 쉬는 날마다 도서관까지, 혹은 그 이상, 아니면 근처 대학교 트랙이라도 돌아서 10㎞ 정도는 걷자고 다짐했는데 다음부터는 편한 운동화를 신어야겠다.
도서관에 도착해서 일본 소설을 빌리고, 여행기를 좀 빌리려 했는데 어디에 있는지 못 찾아서 그냥 돌아왔다. 버스 타고 싶다는 유혹이 있긴 했지만 운동이라 생각하고 오는 길도 걸었다. 근처 대학교 운동장에 가서 천천히 한 바퀴 돌까 했지만 힘들어서 포기. 갈 때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돌아올 때에는 엉치뼈? 고관절? 옆구리에 뽈록한 타이어 아래 쪽의 뼈 있는 부분이 아프더라. 통증이 느껴지니 걸어서 오카야마까지 가겠답시고 100㎞를 걸어 오카야마에서 포기했던 때가 떠올랐다. 다시 하면 성공할 것 같은데 고작 8㎞ 걷고 통증을 느끼니 어림도 없다. 하지만 시간만 충분하다면 하루에 10㎞씩, 한 달 내내 걸어 오카야마나 히로시마까지 가고 싶다. 그럴 수 있는 시간이 다시 올까? 로또 1등 맞아서 사표 내지 않는 한 어림도 없겠지. 그나마 퇴직하고 나서는 시간이 나겠지만 그 때에는 환갑 넘은 노인일테니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핏빗이랑 손전화 기록을 합산한단다. 전혀 정확하지 않잖아, 그럼?
희한하게 3월에 엄청나게 걸었네. 무슨 마가 끼었나. ㅋㅋㅋ
└ 2019년 3월에 5만 걸음 넘게 걸은 게 히메지 갈 때였을 거다.
갈 때에는 뭐가 문제인지 0.21㎞ 걸은 걸로 기록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올 때에는 제대로 기록되었고.
순토에서는 이렇게 나온다. 이 쪽이 훨~ 씬 정확하다.
회복하려면 일곱 시간... ㄷㄷㄷ
갤럭시 핏 2는 수면 시간도 엉망으로 기록했는데 순토는 제대로 기록했다.
왕복 8㎞ 넘게 걸었다. 앞으로는 쉬는 날마다 이렇게 걸을 생각이다.
집에 오다가 편의점에 들러 팝콘이랑 녹차를 샀다. 영화 보면서 먹으려고. 샤워하고 영화 보다가 자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빨래가 눈에 들어왔고, 세탁기 돌린 뒤 빨래 널고 건조기 돌리니 벌써 17시. 하루가 다 갔다. 에효...
쉬는 날은 딱히 하는 것도 없는데 시간이 엄청 잘 가는 것 같다. 오늘 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 일찍 자야 하는데... 일단 게임 좀 하다가 졸리면 그 때 자야겠다. 태블릿으로 영화 보다가 자면 될 것 같은데.
푹 꺼진 침대에서 제대로 못 자니 오늘은 거실에 토퍼 펴놓고 자볼까 한다. 출입문 센서가 워낙 민감해서 뒤척거리면 바로 켜질 거고 그러면 잠이 확 깰 것 같긴 한데... 거실에서 안 자봤으니 일단 오늘 도전해봐야지.
만날 방구석만 지키고 있었는데, 오늘은 좀 걸었다는 이유로 그나마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아, 배달 음식을 시켜먹지 않은 것도 나름의 성과. ㅋ
근처에 노터치 방식의 세차장이 생겼다고 해서 가볼까 했는데 모레 비 온단다. 노터치 방식은 세차 효과를 아예 기대하면 안 된다고 하니 덜 더러울 때 가봐야 하는데. 뭐, 날씨 풀리면 그 때나 가보던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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