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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3월 26일 토요일 비옴 (빗소리/그 때가 좋았지…)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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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예보에서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온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일 하다가 먹을 거 산다고 매점에 가면서 하늘을 보니 오질라게 맑다. 점점 흐려지는 분위기인 것 같긴 한데 당장의 날씨만 봐서는 비 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할 정도. 날씨를 예상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나 싶더라. 다른 한 편으로는 일하면서 바깥 날씨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근무 환경이 참 지랄 맞다 싶기도 하고.

나는 출근하면 화장실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식사 자체를 안 하기 때문에 식당에 갈 일도 없고, 바람 쐬러 나가지도 않으니 출근하면 퇴근하는 순간까지 사무실에만 머무른다. 지금 일하는 곳은 사무실이 지하에 있어서 창문이 전혀 없기 때문에 비가 오는지, 눈이 내리는지, 천둥이 치고 벼락이 하늘을 갈라놓는지, 알 길이 없다. 게다가 근무 때마다 식사 시간이랍시고 한 시간씩을 근무 시간에서 까는데 나는 식사 시간을 전혀 소모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억울하다. 몇 년 전에 밥을 먹지 않으니까 식사 시간을 까지 말아달라고 했더니 나한테만 그렇게 적용하는 건 어렵다고 하더라. 당연히 부당한 일인데 조직을 이겨먹을 수 없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참는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이 부당한 일도 개선이 되겠지. 그 때가 되면 '나 때는 말이야, 밥도 안 먹는데 식사 시간을 한 시간씩 까고 그랬어.'라고 꼰대 멘트를 뱉을지도 모를 일이다.

 

 

3면이 바다, 육지와 연결된 유일한 방향은 주적이 막고 있는 나라인데 육군에 몰빵하는 게 참 ㅄ 같다고 생각했다. 장거리 포 설치해놓고 서로 쏴대며 죽이니, 살리니 하는 전쟁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제는 그런 전쟁을 하는 세상이 아니잖아? 게다가 북한은 이미 우리 상대가 안 되는 지경이고. 육군을 어떻게든 축소하고 해군과 공군이 좋은 장비와 인력을 확보하도록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보니 육군, 특히나 보병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사일을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로 상대 지역을 초토화 시킨 뒤 병력이 들어가 잔당 소탕하는 것이 현대전이라 생각했는데,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해서 공격해야 한다면 대량 살상 무기는 쓸 수가 없는 거다. 그런 전쟁에서라면 탱크를 앞세운 보병이 들어가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무튼, 나도 마찬가지지만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니까 당최 상상도 할 수 없다. 북한하고 전쟁이 나면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 같이 일하는 계약직 애들 보면 절대 그럴 것 같지 않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도 당당하게 포상을 요구하는 꼬라지를 보고 있자면 속이 터진다. 문제는 그런 것들한테 네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하면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며 질알한다. 힘과 권력으로 누르고 밟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적당한 압박과 부담이 주어져야 하는 곳에서도 그런 게 없어져버렸으니 답답할 때가 많다.

어제는 오랜만에 ㅇㅅ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를 만났다. 걸어서 1분도 안 걸리는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만나는 게 쉽지 않다. 코로나 때문에 식사 한 번 같이 못했고.
그 동료와 몇 마디 주고 받는데 내가 말 같잖은 소리에 욱! 해서 한 마디 해주는 걸 보면서 스트레스가 풀렸는데 요즘은 그런 걸 보지 못해서 답답하다고 하더라. ㅋㅋㅋ   이게, 무슨. 아쉬운 거 있으면 네가 하면 되지, 왜 나한테 뒤집어 씌우냐고 한 마디 했다.

이게 회사에서의 내 이미지다. 욱! 하고, 할 말 다 하는. 여기 와서는 최대한 얌전히 지내고 있긴 한데 저건 몸에 깊숙이 베어 있는 거니까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긴 하다. 가까운 자리에 앉은 상급자가 인사를 해도 전혀 대꾸가 없어서 최근에는 아예 인사를 안 하고 있는데 그걸로 딴지를 걸 분위기다. 인사 안 한다고 질알하면 받지도 않는데 왜 하냐고 받아칠 거 같긴 한데, 그러면 또 일이 커질 것 같긴 한데, 참는 게 좋을 것 같긴 한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

 

 

뭐. 나는 지금 직장에 잘 적응해서 다니고 있다. 맘에 안 드는 게 여럿이지만 싸워서 바꿔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포기하는 쪽이 빠르기 때문이다. 굳이 앞에 서서 싸우고 싶지 않다. 그렇게 다 내려놓고 시체처럼 왔다갔다만 하고 있는데도 건드리면 물어야지, 어쩌겠어.

 

어제는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꿈을 꿨다.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망설이다가 버린 짐들이 내가 이사갈 집에 고스란히 있어서 무슨 일이냐고 놀랐는데, 버린 걸 전에 살던 사람이 주워서 가져다 놨다는 거다. 꿈이지만, 실제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더라. 요즘 들어 부쩍, 다시 볼 일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함부로 하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 언제, 어디에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른다. 세상이 진짜 좁더라.

 

 

근무 때문에 월드컵 최종 예선을 못 본다. 이란과의 경기도 그랬는데 UAE랑 붙는 것도 못 본다. 근무조 참...   남들이 포항이랑 가까워져서 축구 보러 자주 가겠다고 하는데 근무가 들쭉날쭉하니 그마저도 쉽지 않다. 휴가를 내 맘대로 쓰는 게 아니라 근무조 감안해가며 써야 해서 더욱 그렇다. 김승대도 돌아왔는데, 스틸야드 한 번 가야 할텐데.

 

코로나나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지긋지긋하다.

 


 

어중간한 봄에 입을만한 옷이 없다. 지금까지의 나는 봄에 대체 뭘 입고 다닌 거지? 회사에 입고 다닐만한 꼰대스러운 옷이 필요해서 유니클로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어차피 금방 더워질 거니까 그냥 지르지 말자는 생각이 들어 창을 닫았다. 당분간은 긴 팔 남방을 팔 걷어 올려 입고 다니고, 조금 더 더워지면 반팔 입고 다니지, 뭐.

 

요즘 들어 부쩍 일본에서 살던 시절이 그리워져 그 때 썼던 글, 찍었던 사진을 보게 된다. 구글 지도에서 거리뷰도 보고. 지지리 궁상이다 싶긴 한데 그리운 걸 어쩌겠어.

 

자고 일어나면 방 안 가득한 홀아비 꼬랑내가 싫어서 대책이 필요했다. 인생 방향제라 생각했던, 정말 맘에 드는 방향제가 있는데 이것도 결국은 향이 약해져서 전혀 못 느끼게 되더라. 결국은 향초다. 양키 캔들이랑 우드윅을 두 개씩 샀다. 스위트 피 사고 싶었는데 파는 곳이 없어서 처음 보는 향으로 샀는데... 아... 너무 싸구려 향이다. 웨딩데이라는 녀석인데 기대한 향이 아니다. 큰 일 났다.
캔들 워머를 이용하고 있는데 맘에 안 드는 향은 거실에 두고 불을 붙여 쓰고 있다. 캔들 워머를 쓰면 향초의 양이 줄지 않지만 태워버리면 양이 점점 줄거든. 웨딩데이는 거실 행 확정이다. 다만 태우고 있는 우드윅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올 여름까지는 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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