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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4월 13일 수요일 흐림 (확진 3일차)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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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올 확률이 80%였는데 70%로 떨어지더니 오늘 아침에는 60%가 되어 있다. 밖을 보니 하늘이 잔~ 뜩 흐려 비가 올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더워서 아침부터 선풍기를 켜야 했다.

 

확진 3일차. 희한하게 날마다 증상이 달라진다. 첫 날은 발열이 심했다. 온 몸에서 열이 올라오는데 그 와중에 춥다. 이불을 덮고 있으면 몸에서 나는 열 때문에 이내 걷어차게 되고 잠시 후 다시 추워져 이불을 끌어당기고. 그러다가 찾아낸 묘수(?)가 맨 바닥에 눕는 것이었다. 차가운 맨 바닥에 빤쓰 바람으로 누워 이불을 덮고 있으니까 딱 좋더라고. 하지만 몸에서 열이 어찌나 나는지, 10분도 안 되어 방바닥이 보일러 틀어놓은 것처럼 뜨~ 끈뜨끈 해지고 만다.

 

이틀째 되는 날은 열이 좀 가라앉는가 싶더니 목이 엄청나게 아파왔다. 보통 남자들 목을 보면 울대가 툭~ 튀어나와 있잖아? 나는 그게 거의 없는 편이어서 밋밋한 목이거든. 하지만 울대가 만져지긴 한다. 그 부분이 아픈 거다. 간질간질해서 기침하면 목과 가슴이 아프고.

 

사흘째인 오늘은 발열, 인후통이 조금 나아지고 근육통이 시작됐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 갈비뼈 아래 쪽 ¼ 지점부터 등가죽 전체가 뻐~ 근~ 하게 아파온다. 특히나 날개 뼈 있는 쪽에 통증이 집중된다. 무리하게 운동했을 때 느껴지는 근육통과는 다르다. 뻐근하긴 한데 좀 더 따가운 쪽에 가까운? 간지럼과 아픔의 경계에 있는데 아픔 쪽에 가까이 붙어 있어서 상당히 불쾌한 통증이다.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그고 나와 누가 팍팍 좀 주물러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일본 집에 있었던 코딱지만한 욕조가 그립다.

 

날마다 증상이 달라지니 희한하다 싶기도 하고, 돌아가면서 괴롭힐 수 있는 건 다 괴롭히는, 지독한 ××고나 싶어 괘씸하기도 하다. 일단 아픈 건 2019년에 일보에서 겪었던 감기보다 훨씬 덜 하니까 약을 먹지 않고도 그럭저럭 버틸만 하다. 격리 해제까지 4일 남았는데 그 때까지 아무 증상없이 나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꺼내어 쓴 갤럭시 기어 S2는 결국 못 쓸 수준이 되어버렸다는 결론. 시간이 오래되어 그런지 배터리가 녹는다. 가득 충전을 해놔도 다섯 시간을 못 간다. WiFi랑 GPS 끄면 그럭저럭 괜찮다는데 그렇게는 쓰고 싶지 않다.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에 메일로 문의를 해봤더니 전국 모든 서비스 센터에 배터리 재고가 없단다. 단종된 제품의 수리용 부품도 7년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건 결국 권장 사항에 불과한 거라 강제성이 없다. 단종하자마자 부품을 다 처분해도 할 말이 없는 거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교체용 배터리가 18,400원이다. 어색한 한국말에 해외 배송 어쩌고 쓰여 있는 걸 보니 중국 알리에서 파는 걸 가져다 다시 파는 것 같다. 일단 주문은 했다. 방수가 되는 제품이라 직접 뚜껑 따는 게 꺼려지긴 하는데, 다이소에 방수 테이프 있나 찾아본 뒤 직접 교체해야지, 뭐. 정식 서비스 센터에서 안 된다고 하니.

 

S5는 혈압 측정에 체온 측정 기능이 들어간다고 하니 사볼까 싶기도 한데, 오래된 제품을 찬밥 대접하는 걸 보니 안 사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다. 현대 자동차도 그렇고, 삼성전자도 그렇고, 레트로 전문 서비스 센터를 전국에 한, 두 군데만 운용해도 좋은 말 많이 들을텐데 말이지. 자사 제품의 내구도 자랑도 하고, 한 번 구매한 제품은 끝까지 책임진다는 인상도 심어줄 수 있고. 돈이 전부인 세상이 되었지만 소탐대실하는 기업이,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아 답답하다.

 

 

아프니까 제대로 잘 수 없어서 평소에는 다섯 시, 여섯 시에 일어난다. 오늘도 비슷하게 일어났는데 희한하게 침대를 벗어난 건 열 시 무렵이다. 간식으로 먹을 멸치를 볶고, 엉망진창이 된 삶은 계란을 부셔 넣은 뒤 즉석 밥을 볶아 아침을 만들었다. 참기름과 인스턴트 소스를 섞어 즉석 간장 계란밥을 만들었는데 대충 막 만든 것 치고 맛이 좋다. 역시, 오랜 자취 내공을 무시할 수 없다.

 

오늘은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게임하기에 딱 좋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 PS5에 손이 안 간다. 맘 먹고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 엔딩을 볼까 싶은데 그 맘이 잘 안 먹어진다는 게 문제. 오늘은 날씨도 흐리고 딱히 할 것도 없으니 멀미만 안 나면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겠다. 아니면 전자책 읽다가 자던가.

아, 전자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 십이국기 』를 전자책으로 사려고 했는데 없더라. 검색해보니 작가가 전자책 출판은 절대 안 된다고 거부했단다. 음... 이유가 뭘까? 아무튼, 전자책이 없으니 종이책으로 사야하는데 이사 다닐 때마다 짐이 될테니 부담스럽다. 진짜, 어디 깡시골에 한 2,000만 원 주고 집 하나 샀음 좋겠다. 마당에 수도 있고 빨랫줄 있는. 인구 감소 때문에 소멸 예상 도시가 점점 늘어난다는데 조만간 싼 가격에 살 수 있지 않을까? 지나치게 낙관적인 건가?

 

일어나서 밥 먹은 것 뿐인데 열한 시가 다 되어 간다. 빈둥거리는 동안 시간은 더 빨리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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