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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4월 15일 금요일 맑음 (확진 5일차)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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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가 시작된 뒤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일기부터 쓰고 보는데 오늘은 하루가 다 가서야 일기를 쓴다. 어떻게 보면 이게 맞는 건데.

 

날마다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서 정말 지독한 병이다 생각했는데 5일차인 오늘은 딱히 체감할 수 있는 증상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무기력증? 아무 것도 하기 싫다. 뭐, 예전에도 쉬는 날은 아무 것도 하기 싫긴 했는데 그게 오만 배는 심해진 느낌?

마른 기침은 아직도 간간히 나오는 중이고, 날개죽지 쪽의 따끔거리는 듯한 통증도 아직 조금 남아있다. 어제는 낮에도 자고, 저녁에도 일찍 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깨지 않았다. 몇 시에 자더라도 항상 새벽에 한 번 이상은 깨기 때문에 눈을 떴을 때 창 밖이 살짝 밝아져 있어서 놀랐다. 날이 밝으려면 여섯 시가 넘어야 하는데, 지금이 여섯 시 넘어간 시각이라고?

 

팽이 버섯 잔뜩 넣고 우동 끓여서 배를 채우고, 빈둥거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무 의욕이 없어서 뭔가 하고 싶지가 않다. 그 와중에도 시간은 가고, 결국 격리 기간 중 가장 하는 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

 

저녁에는 냉동 삼겹살을 꺼내 구웠다. 기름이 엄청나게 나오더라. 기름에 튀기다시피 바싹 구워 비빔면이랑 같이 먹었는데 태어나서 먹어본 삼겹살 중 가장 맛없다. 할라피뇨에 의지해서 꾸역꾸역 먹었다. 아직 한 팩 더 남았는데 저건 구운 다음 밥이랑 볶아서 먹어야겠다.

 

내일 자정부로 격리가 풀린다. 스물일곱 시간 정도 남았다. 출근 안 하는 건 좋은데 날씨가 워낙 화창하다보니 답답하긴 하다. 일요일에는 근처 공원에 산책이라도 다녀와야겠다. 그나저나, 딱 일주일 지나면 다른 사람한테 퍼뜨릴 위험 같은 건 없어지는 건가? 혹시 모르니 마스크 벗지 말고 입 벌리지 말아야지. 당분간은 회사 가서도 몸 사려야겠다.

 

슬슬 출근할 생각하니 답답해진다. 놀고 먹을 수 있음 참 좋을텐데 말이지. 쉬는 동안 게임 좀 할까 했지만 여기저기 아파와서 게임은 거의 안 했다. 유튜브 영상 보는 것도 지겨워서 어영부영 영화 몇 편 본 게 전부. 『 문 나이트 』는 너무 질질 끄는 느낌이라 점점 지루해지고, 적당히 고른 영화들도 그닥 재미 없었다. 오늘도 영화나 한 편 보고 잘 생각이다.

 

내일은 빨래 좀 하고, 청소도 좀 하고. 일요일에는 차 한 번 닦고 자전거도 좀 닦아야겠다. 회사 동료와 잠깐 만날 수 있을랑가 모르겠는데 그렇게 되면 간만에 바람 좀 쐬고, 저녁에는 운동해야지. 이제 막 시작한 운동이 코로나 때문에 강제 중단되서 효과를 1도 못 봤다. 체중계를 사서 몇 ㎏ 나가나 봤더니 운동 효과가 1도 없다. 아니, 효과가 있어서 그렇게 나온 거라면 그동안 하루 한 끼 먹은 건 다이어트에 전혀 도움이 안 됐다는 얘기. 아무튼. 부지런히 빼야 한다. 18시 이후에는 마시는 것 외에는 먹지 않을 생각. 그러려면 잔뜩 질러놓은 군것질 거리부터 해결해야 한다.

 

슬슬 코로나의 끝이 보인다. 올해 하반기에는 해외 여행 갈 수 있을까? 풀어준다면 당장 일본부터 한 번 다녀오고 싶다. 거리두기는 아예 끝낸다고 하니 축구나 배드민턴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괜찮은 동호회 있나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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