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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5월 09일 월요일 맑음 (너덜너덜/놀러갈 궁리)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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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근무를 하고 나면 확실히 쳐진다. 근무 시간이 무려 열한 시간이다보니 아무리 컨디션 좋게 출근해도 축~ 쳐져서 퇴근하게 된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수시로 쉬러 간다고 자리 비우고, 50분 동안 점심 시간도 갖지만 나는 화장실 다녀오는 1~2분을 제외하고는 자리를 안 비운다. 그냥, 자리 비우는 게 불안하다. 그런 몸뚱이가 되어버렸다.

힘들어 숨질 지경인데 그 와중에 살 뺀답시고 저녁도 굶어버리니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오늘은 너~ 무 힘들기에 퇴근하자마자 컵라면 먹고 밥까지 말아 먹었다. 도저히 못 굶겠더라. 보통은 그렇게 먹으면 저녁에 운동할 겸 슬렁슬렁 나가는데 그럴 힘도 없다. 몸이 천근만근이다.

 

 

 

저녁 근무를 하는 날이나 쉬는 날에는 근처 대학교의 트랙을 따라 걷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정해진 패턴 없이 내키는대로 움직이고 있다. 언제인가, 컨디션이 하도 좋기에, 몸이 깃털처럼 가볍기에, 전력으로 한 번 달려보자 마음 먹고 촥~ 치고 나가는데... 힘이 전혀 안 실린다. 상상 속의 나는 바람을 가르며 쭉~ 쭉~ 앞으로 나가고 있는데, 현실에서는 그저 타박타박 뛰고 있는 거다. 실시간으로 속도를 보여주는 시계를 보니 15㎞/h가 고작이다. 마라톤 선수들이 19㎞/h 속도로 두 시간 넘게 뛴단다. 국민학생 때 성화 봉송인지 뭔지, 아무튼 장거리 뛰는 사람을 따라 뛴 적이 있는데 천천히 뛸 거라 생각했건만, 웬걸. 슝~ 하고 사라져버리더라.

 

나는 왜 전력 질주할 수 없는 몸이 된 거지?

 

 

 

그 이유를 그제 알게 됐다. 몇 년 동안 하지 않던 운동을 갑자기 하니까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데 근육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그냥 참았더랬다. 그 상태에서 오늘이야말로 전력 질주를 해보겠답시고 뽝! 차고 나가는데 종아리에 통증이 몰려 오더라. 아... 그렇지. 나는 곤약으로 만든 면처럼 약하디 약한 종아리 근육을 가진 남자였지. 아마도... 몸뚱아리가 알아서 속도를 제한한 게 아닐까? 제발 정신 차리라고, 언제까지 청춘인 줄 아냐고. 하지만 그걸 무시하고 냅다 달리려 했다가 양쪽 종아리 근육이 또 상처를 입은 거다. 제기랄...

 

결국 하루종일 파스를 붙이고 살았다. 몇 만 원 주고 파스 패키지를 샀었는데 통 쓸 일이 없어서(운동을 안 하니까) 이걸 언제 다 쓰냐고 걱정했는데... 다섯 장 남았다. 😑

 


 

지금과 같이 근무 시간이 들쭉날쭉하면 평일에 쉬는 날이 많아진다. 남들 일할 때 놀아서 좋은 점은 유명 관광지에 가도 사람에 치이는 일이 거의 없다는 거다. 그래서 코로나 전에는 평일 쉬는 날에는 어디라도 나가려 들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방 밖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한 번 걸려버리고 나니 만능 부적이라도 받은 것처럼 간이 배 밖으로 탈출을 감행해버렸다. 그 덕에 이제는 쉬는 날 놀러다닐 궁리를 한다.

 

최근에는 합천에 다녀왔고, 다음으로 어디를 갈까 하다가 영덕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게 잡을 수 있는 시기가 5월 말까지라 하더라고. 시즌 끝나기 전에 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주 전인가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가 게 껍데기 버릴 일 생각하니 앞이 깜깜해져서 취소했거든. 아무래도 아쉬워서 다녀오기로 했다.

갈만한 곳이 있나 검색을 하는데 어째 지명이 낯익다. 가만히 보니 포항에서 멀지 않다. 장사 해수욕장도 소싯적에 여러 번 갔던 곳이고 유명하다는 곳이 다 고만고만하다. 음... 이렇게 된 거, 포항 찍고 영덕에 갈까?

 

포항에서만 30년 넘게 사신 고모께서 친척 형들 가까이로 옮긴다고 이사간 게 지난 해 9월이다. 고모가 30년 넘게 살았던 집은 그대로 있을까? 일단 거기부터 들러 혹시라도 헐리고 새 집이 올라가는 중인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 다음은... 스페이스 워크인가 뭔가, 새로 생겼다는 곳에 가봐야겠다 싶더라. 포항에서 20년 가까이 살았지만 떠나온 지도 그만큼의 시간이 지난지라 내가 아는 포항과 요즘의 포항은 엄청 다르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짠 것처럼 같은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게다가 맨~ 밑에는 업체로부터 돈 받았다는 글이 쥐알만 하게 쓰여 있고. 포항 관광지 홍보 대행사 같은 곳에서 돈 주고 글 쓰라고 시킨 모양이지? 뭐, 어찌 됐든 안 가본 곳이 많으니까 영일대 해수욕장이랑 환호 공원은 가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는 예전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뭔가 바뀌었나 싶기도 하고, 일본 거리를 걷는 느낌을 느껴볼까 싶으니 시간 봐서 다녀올까 싶고.

 

 

잠깐의 검색 끝에 만든 경로가 저렇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게스트하우스가 없어서 모텔 잡아야 하는 영덕에서 굳이 잘 필요가 있나 싶은 거다. 구룡포에도 게 파는 가게는 차고 넘치니까. 그럼 그냥 영덕으로 가서 구경할 거 하고 포항으로 가서 자고 올까?

 

포항에는 두 번인가 세 번인가 신세를 진, 호미곶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검색해보니 2016년에 쓴 내 글이 아직도 나오더라. 응? 그렇다는 건 최근 글이 없다는 건데? ……… 그렇다. 최근 글이 없다. 그나마 최근 글이 2019년이다. 게다가 공식 홈페이지는 접속이 안 된다. 뭐지? 장사를 하긴 하는 건가? 전화를 해볼까 했지만 혹시라도 내가 아는 사장님이 아닌, 다른 분이 전화를 받으면 굉장히 당황스러울 것 같아 못 하겠다. 어쩌지?

 

일단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 갔다가 호미곶 게스트하우스 들러 묵을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숙박이 가능하면 포항 쪽만 구경하고 숙소에 차 세워둔 뒤 게 먹고 와서 자면 되겠고, 안 된다면... 그냥 영덕으로 가야겠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한 시간 정도 운동장 걷고, 집 근처의 우편물 취급소 문 열자마자 가서 일본으로 택배 보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여행 출발할 예정. 그나저나, 내일 지난 주에 주문한 참외 도착한다는데... 하루 밖에 둔다고 상하거나 하지 않겠지?

 

원래 굉장히 딥~ 하게 여행 계획 세우는 편인데, 포항 가자고 마음 먹으니 뭐랄까, 홈 구장에 가는 기분이라 만만하게 느껴져서 준비고 뭐고 되는대로 가보자 싶다. 그래. 가끔은 그런 여행도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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