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온 후 빈둥거리다가 통신사에서 1년에 세 번 제공하는 무료 영화 티켓이 생각나서 앱을 실행했더니 흥행 1위에 떠억~ 하니 올라 있었다. 밤 늦은 시간에 상영 시작하는 게 있기에 잽싸게 예매. 13,000원이나 하더라. 물가가 이렇게까지 올랐다고? 내 기억 속의 영화 표 값은 7,000원인데?
자전거를 타고 가도 되지만 운동할 겸 슬슬 걸어 갔다. 196명이 들어갈 수 있는, 지방 치고는 제법 큰 사이즈의 상영관에서 봤는데 나를 포함해서 여섯 명이 있었다. 내 뒤에 커플, 내 앞에 아줌마 셋. 영화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 돈 내고 영화 보는데 왜 10분이나 광고 보고 앉아 있어야 하냐'고 궁시렁거렸는데, '이 정도라면 어쩔 수 없고만'이라 마음을 고쳐 먹었다.
마블의 코믹스는 본 적이 없지만 『 아이언 맨 』을 필두로 시작된 마블 유니버스의 영화는 다 봤다. 유일하게 안 본 게 『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 』이다. 디즈니+로 볼 수 있게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 이터널스 』에 비해 엄청 늦게까지 공개가 안 된다. 아직까지 돈 내고 VOD로 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겠지.
아무튼, 멀티버스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그냥저냥 볼 수 있는 작품이지만 아무래도 사전 공부가 조금은 필요한 영화다. 게다가 마블의 다른 히어로 물을 전혀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해하는 게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뭐, 간단히 줄인다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엄마의 아이에 대한 광기 어린 집착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지만.
디즈니+에서 『 완다와 비전 』을 보고 가면 더 좋다는데, 나는 『 문 나이트 』 따위를 보느라 아직 못 봤다. '진작에 볼 걸...' 하고 후회했더랬다. 영화는 그저 그랬다. 마블 세계관에서 가장 강한 히어로가 캡틴 마블 아닌가 싶었는데 그냥 발리는 걸 봐서는 역시나 스칼렛 위치가 짱인 모양이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괜히 끄적거리지 말아야지.
영화가 끝날 무렵 닥터 스트레인지가 내뱉은 말이 인상적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사랑받는 것이 싫은 게 아냐. 그저, 겁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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