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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1박 2일이지만 당일치기보다 짧았던 경주 여행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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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 집에만 있으면 아~ 무 것도 안 하고 빈둥거리다 시간을 보내게 되니까 저녁 무렵이 되면 뭔가 억울하다. 헛되이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 때문에 후회가 되기도 하고. 어디라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곳은 없는 상황. 문득 동궁과 월지(예전에는 '안압지'라 불렀다.)의 야경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검색해서 주차하기 편한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본 뒤 바로 예약. 평일이라 예약이 어렵지는 않았다. 하루에 30,000원이니까 비싼 편도 아니고.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갈 수밖에 없다. 낮 근무를 마치고 나니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당일 취소하면 손해가 막심하니까 어떻게든 가야 한다. 퇴근하고 나와 손전화를 보니 예약한 숙소에서 카톡이 와 있다. 숙소 이용과 관련된 안내가 하나, 저녁에 파티할 거니까 참석하려면 20,000원 내라는 내용이 하나. 17시 40분이 넘은 시각이었기에 늦었는데 지금 입금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된다고 한다. 부랴부랴 20,000원을 보냈다. 집에 들러 옷만 갈아입은 뒤 대충, 정말로 대~ 충 짐을 챙겨 출발.

티맵을 실행했는데 초기 화면에서 엄청 버벅거린다. 목적지를 입력해야 하는데 입력하는 창을 아무리 터치해도 반응이 없다. 빨리 출발해야 하는데 버벅거리고 있으니 속이 터진다. 결국 아이나비 앱을 실행했다. 그런데 얘도 버벅거린다. 뭐야, 이거. 앱을 몇 번이나 끄고 다시 실행한 끝에 가까스로 목적지 설정을 할 수 있었다. 집에서 나와 내비게이션을 켜면 항상 이런다. 와이파이가 되는 환경에서 모바일 데이터를 쓰는 환경으로 넘어가면서 정신을 못 차리는 게 아닌가 싶다.

 

 

좌회전 차선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행 신호가 떨어졌는데 맨 앞에 있는 차가 움직일 기미가 없다. 손전화라도 들여다보고 있었던 걸까? 선두에 있는 차라면 신호를 주시하고 있는 게 당연한데, 요즘은 저런 ㅵ이 엄청 늘었다. 쯧. 결국 저 쪼다 AH 77I 때문에 한 번에 못 나가고 다음 신호를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다음 신호에서도 앞 차가 세월아~ 네월아~ 가는 바람에 엄~ 청 짜증내면서 좌회전을 했다. 세상 혼자 사는 것들. 아오~

 

 

 

분명 무료 도로를 선택했는데 경로를 다시 탐색하니 어쩌니 하더니 고속 도로로 안내를 한다. 일단 내비게이션 말을 듣기로 했다. 퇴근 시간이라 차가 꽤 막힐 줄 알았는데 서울 방면으로 가는 차만 많고 부산 방면은 휑~ 하다. 크루즈 설정하고 스티어링 휠만 잡고 있어도 될 정도였다. 100㎞/h 맞춰 놓고 가면서 이렇게 뻥~ 뚫린 도로에서 제한 속도 100㎞/h는 진짜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도로 포장 기술도, 자동차 성능도 예전보다 엄청 좋아졌는데 제한 속도는 제자리 걸음이라니.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숙소에 도착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모텔. 그렇다. 이 곳은 모텔촌이었던 거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망한 모텔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였던 거고. 어쩐지... 1인실이 많은데다 싸기까지 하더라니.

 

 

 

ㄹㄷ게스트하우스

넓은 공터가 있어서 주차 걱정 없다는 것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앞, 뒤, 좌, 우가 전부 모텔. 😑

 

전형적인 싸구려 모텔 화장실이다. 여기저기 물 때가 끼어 있고, 딱히 깨끗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이렇게 보면 참 아늑하고 깔끔한 분위기인데... 실제로는 확실히 싼 티가 났다.

 

TV는 듣도보도 못한 브랜드의 제품, 창문의 블라인드는 암막이 아니라서 다음 날 햇빛이 그대로 들어왔다.

 

복도는 전형적인 모텔의 모습. 층마다 인터넷 공유기가 있었는데 복도에 저렇게 방치된 형태로 설치해놨다.

 

각 층의 입구에는 방에서 사용하는 비품 따위를 방치해두고 있었다.

 

 

 

 

동궁과 월지(舊 안압지)

숙소에 차를 세워둔 뒤 동궁과 월지에 다녀오기로 했다. 여행의 목적이 저기 야경을 보는 것이었으니까. 직접 운전해서 가도 됐지만 길을 잘 모르니까 버스 타야지. 네일베 지도가 안내해주는 버스 정류장은 어렵지 않게 찾았지만 내가 타야 할 버스는 언제 오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배차 간격이 길었다. 다른 버스는 중간에 환승을 해야 했고. 고작 4㎞ 가면서 버스까지 갈아타기 귀찮아서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다.

카카오 택시를 이용할까 하다가 UT를 써보기로 했다.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니 바로 오더라. 내 앞에 택시를 기다리던 어린 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이 택시에 타려 하더라. 내가 다가가니 움찔 놀라서 물러났다. 나이 많은 아저씨가 자기가 탈 택시를 빼앗아 탔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내가 예약한 택시인데. 😭

 

기사님이 UT를 써본 적이 없는지 탑승하자마자 탑승을 눌러야 하는데 그걸 못해서 한참을 헤맸다. 결국 운전하면서 손전화 만져대는 걸 불안한 눈으로 봐야 했고, 어느 정도 간 뒤에야 탑승으로 바뀌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도착 완료로 자동 결제로 넘어가지 못해서 내가 도와드려야 했다. 탑승을 늦게 눌러 7,900원이 예상된 구간을 5,900원에 갈 수 있었다(하지만 돌아갈 때 6,000원 나온 걸 보면 딱히 이득 본 것 같지는 않다. 😑). 택시 타면서 든 생각은 '경주는 교토 수준의 국제적인 관광지는 못 되겠고나.'였다. 택시는 꾸지리했고, 운전은 험했다. 관광지에서의 택시 관리는 정말 중요한데, 경주는 아직 멀었다.

 

 

매표소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뭔 일인가 했더니, 공사 중이라 무료 입장이라더라. 공사 중이라니... 😰

 

 

도착해서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에는 아직 어두워지기 전이었다.

 

사람들이 꽤 많긴 했지만 한적한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대나무 숲 안에서 새소리가 요란하다. 뭔가 있는 것 같아 가까이 가보니 공사 장비 같은 것들이 잔뜩 있었다. 😑

 

 

 

 

 

 

 

 

 

 

 

 

 

 

 

 

 

 

 

 

 

 

 

 

 

 

분명히 여기서 사진 찍은 적이 있는데... 기억을 되짚어보니 예전에 경주 여행하면서 여기서 사진 찍었던 적이 있다. 찾아보니까 그게 무려 2014년이다. 벌써 8년 전이라니... https://pohangsteelers.tistory.com/1008

 

충동적으로 저지른 경주 여행

이틀을 쉬었다. 집에만 있는 게 답답해서 어디든 가고 싶었다. 마땅히 가고 싶은 곳은 없지만 어디든 가고 싶은 상황인 거다. 인터넷으로 좀 검색해보고 후보군을 강릉, 여주, 파주로 줄였다. 강

pohangsteelers.tistory.com

 

 

 

 

 

 

ㄹㄷ 게스트하우스 파티

20,000원에 삼겹살과 술이 무제한이라는 게스트하우스의 파티는 20시 30분부터였다. 적당히 시간에 맞춰 숙소로 돌아갔다. 시간이 조금 남아 방에서 빈둥거렸다.

 

침대 맡의 작은 스탠드 조명이 참 분위기 있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그저 그렇다.

 

닳고 닳은 나무 문. 21세기에 보기 힘든 모습 되시겠다.

 

블로그에서 여기 사장님이 스타벅스 굿즈를 엄청 좋아한다는 글을 봤는데 과연 입구 장식장 안이 온통 스타벅스였다.

 

경상도에서 SSG 팬이라니, 핍박 받으며(?) 응원하겠고나 싶더라. ㅋ

 

제법 맛있었던 두부 김치. 저게 다였다. 다 먹으면 더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상추와 고추도 마찬가지. 리필은 없었다. 뭐, 요청하지 않았으니 달라고 하면 더 줬을지도 모르지만.

 

20시 30분부터였기에 시간 맞춰 내려갔는데 여자 게스트 한 명 말고는 안 보여서 입구의 스타벅스 굿즈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여자 스태프가 들어와도 된다고 해서 안으로 들어갔더니 음식이 차려 있더라. 아무데나 앉아도 된다고 해서 맨 구석으로 앉았는데 잠시 후 한 쪽으로 당기라고 하더라.

내가 앉은 테이블에는 스물일곱의 전(前) 예능 PD 처자, 서른셋의 사업을 그만두고 쉬고 있는 총각, 스물넷의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총각 둘이 자리했다. 여자 스태프가 고기를 구우며 어디서 왔는지, 몇 살인지 묻기에 돌아가면서 간단히 자기 소개를 했다. 내 나이를 말하니 "네?"하고 되물어서 두 번을 더 말해야 했다.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한국에서는 슬슬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걸 눈치보게 됐다. 한참 뒤에 서른넷 먹은 사람이 와서 "제가 제일 나이 많죠?"라고 하던데. 훗.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고기와 술을 마셨다. 옆에 앉은 처자가 술을 꽤 잘 마시더라고. 예전 같으면 같은 페이스로 부지런히 마셨을텐데, 술 안 마신지 오래 됐으니까 천천히 끊어 마셨다. 이 날 아마 반 병도 안 마셨을 거다.

나름 나쁘지 않은 분위기였고 그럭저럭 재미있었는데 고기 굽던 스태프 처자가 갑자기 "언니! 이 쪽으로 와!"라고 하며 누구를 부르더라. 그리고 잠시 후 처자 두 명과 덩치 큰 남자들 몇 명이 합류했다. 스태프가 대화하는 걸 보니 게스트는 아닌 것 같더라. 중간에 야구장에서 착용하는 머리띠 같은 걸 하고 와서 관종 짓 하는 걸 보니 저 양반이 사장인가 싶기도 했고.

아무튼, 그렇게 사람들이 더해지면서 무척이나 맘에 안 드는 분위기가 됐다. 시끄러웠고 무례했다. 고기를 굽던 여자 스태프 자리에 앉아 대신 고기를 굽던 사람은 자기가 곽도원의 사촌 동생이라는 거짓말을 했고, 군생활 1,000일 이상 한 사람 있냐며 거들먹거리기에 해병대 하사 전역했다고 한 마디 해줬다. PD 처자 옆에 앉은 처자는 스무 살이라고 소개하던데 전혀 그렇게 안 보였다. 장례 지도사라는데 사람 상대하는 직업 가진 이가 저렇게 무례해도 되나 궁금했다.

분위기도 별로 맘에 안 드는데 고기도 부족했다. 넉넉하게 구워서 주는 게 아니였다. 한참 더 먹어도 되는데 정리하는 분위기더라. 게다가 주류 무제한이라더니 술 떨어졌다며 게스트한테 사오라 마라 하기도 했다. 이게 20,000원 짜리라고?

 

22시 30분이 되니 이제 정리해야 한다며 2차 갈 사람들은 밖에 모여 달라고 하더라. 우리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끼리만 간다면 2차 갈 의향이 충분히 있었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합류한 사람들도 같이 간다고 하면 괜히 내 돈 써가며 헛 짓 하는 거다 싶어 그냥 방으로 올라갔다. 뭐, 이렇게 경험을 통해 걸러야 하는 숙소 리스트가 작성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배가 고파 다음 날 눈 뜨자마자 영업 중인 식당부터 검색했다. 근처 식당으로 가다 보니 망한 모텔이 보이더라.

 

돼지 + 순대국밥이 10,000원. 맛있다는 후기가 제법 많았는데 내 저질 입에는 그냥저냥이었다. 국밥이 국밥이지, 뭐.

 

 

오랜만에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거고,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좋다 말았다. 차로 돌아가 바로 출발했다.

 

 

 

경주 국립 박물관

원래는 토함산과 석굴암에 갈 생각이었는데 만사 귀찮아져서 경주 국립 박물관으로 향했다.

 

 

예전에는 아래에 나무로 된 받침목이 있었는데 이번에 가니까 그게 사라지고 없더라.

 

 

 

 

 

 

사진 찍는데 왼쪽 아래 모서리에 뭔가 자꾸 찍혀서 고장난 줄 알았다. 필터까지 빼서 닦고 나니 괜찮아졌다.

 

 

목이 날아간 부처 상. 예수쟁이들의 소행도 있을텐데 그런 얘기는 안내문에 적혀 있지 않았다.

 

예전에는 못 봤던 건물인 것 같은데... 가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안 갔다. 뭔지 알아야 가던가 말던가 하지. 😑

 

물이 흐르고 있음 참 좋았을텐데. 바~ 싹~ 말라 있다.

 

 

 

 

 

이 야트막한 높이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뭐, 사람마다 제각각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요? 나도 모릅니다. ← 이런 식의 안내문이 많았다는 게 특이했다. 하긴... 1,500년도 더 옛날 일인데. ㅋ

 

 

 

 

 

 

 

 

 

 

 

 

 

도굴 당하면서 깨졌다는 돌. 도굴범은 손모가지를 마취없이 잘라버렸으면 좋겠다. 문명 국가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뭔가 교토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전시 형태라서 찍어 봤다.

 

사진 찍는 실력이 형편 없어서 나무에 새겨진 무늬가 나오도록 찍는 데 한참 걸렸다.

 

원품은 보존 과정에서 태워버렸단다. ㄷㄷㄷ

 

 

 

 

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비파형 동검이라 배웠는데 지금은 요령식 동검이라 하는 모양이다.

 

 

 

어쩌면 내가 국민학교 미술 시간에 만든 찰흙이 수 세기 뒤의 박물관에 전시될지도 모를 일이다. 😶

 

 

유명한 신라 천년의 미소.

 

이차돈 순교비는 2014년에도 찍었던 것 같다. 그만큼 인상 깊은 전시물이다.

 

 

 

박물관에서 나와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도 막히지 않았다. 경주까지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으니까, 이 동네 사는 동안 틈나는대로 가서 구경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 때문에 여기저기 안 들리고 대충 한 군데 정도만 보고 온 거다. 에버랜드 옆에 살면서 연간 회원권 가진 사람처럼, 여유있게 구경하러 다녀야겠다.

 


 

모텔을 개조해서 게스트하우스로 꾸민 형태의 숙소를 싫어하지 않는다. 게스트하우스에 가는 건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맺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명이 잠을 자는 도미토리 룸은 분명 불편하다. 코 고는 사람도 있고, 이 가는 사람도 있고, 과음해서 자다가 토 하는 사람도 있다. 모텔을 개조한 형태의 숙소는 1인 1실 형태가 많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의 장점을 가져가면서 편히 잘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기기도 한다.

이번에 묵은 숙소도 그랬... 어야 했다. 낡은 모텔이지만 잘 꾸며 놓으면 충분히 좋은 숙소가 될 수 있었을 거다. 화장실에 거꾸로 붙은 거울이나 꾸질꾸질한 타일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변기의 물 때 정도는 얼마든지 제거할 수 있었을 거다. 쉽게 씌우고 벗길 수 있는 베갯잇과 침대 시트로 청결을 추구할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화장실은 낡은 모텔의 그것 그대로인지라 깨끗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침대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누군가가, 대체 몇 명일지 모르는 사람이 이미 몸을 뉘인 곳에 누워야 한다는 게 굉장히 찝찝했다. 그게 침대 뿐만 아니라 베개, 이불에 다 적용되는 얘기였다.

게다가 숙소 비품을 계단 입구의 넓은 공간에 방치해둬서 깔끔하다는 생각은 1도 들지 않았다. 하긴, 인터넷 공유기를 복도 바닥에 그냥 설치해둔 수준이니 뭘 바라겠어.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후기를 썼던 파티는 더욱 더 가관이었다. 고기도 부족했고, 술도 부족했다. 둘 다 무제한 제공이라고 했던 것들이다. 고기를 필요한 만큼만 사놓은 게 아니라 냉동실에 미리 갖다둔 것 같던데, 아직 한참 더 먹을 수 있는데 깨작깨작 구워서 배를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소주 두 병 올려놓고 무제한 제공이라 하는 건 정말 양심이 없지 않나?

게다가 스태프들도 엉망진창이었다. 우르르~ 몰려와서 자기들이 더 신나서 떠들었다. 다른 후기에는 여성 게스트한테 찝쩍거렸다는 내용도 있었다.

 

 

 

좀 더 냉혹하게 까내릴 수 있었지만 적당히 하자 싶어 그냥 불만족스럽다는 정도로 후기를 썼다. 그런데 후기를 쓴 지 30분도 되지 않아 사장이라는 사람에게 카톡이 왔다. 몸이 좋지 않아 매니저에게 맡겼는데 그렇게 됐다며 사과를 하더라. 사과로 끝났다면 장사할 줄 아는 사람이고나 싶어 나름 좋게 평가했을 거다. 그렇다고 후기를 고쳐 쓰거나 다시 저기를 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사과로 끝나지 않았다. 숙박비와 파티 비용을 돌려줄테니 후기를 내려 달라고 했다. 아... 그런 수준이고나. 그럼 그렇지.

금은보화가 솟아나는 항아리를 품고 있는 것도 아니고, 5만 원이면 나한테는 작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그 돈 받자고 후기를 지우는 건 양심을 속이는 짓 같아 차마 할 수 없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이 남겨놓은 좋은 후기를 보고 기대를 품은 채 방문했다가 실망하고 왔는데, 거기 가담하는 꼴 밖에 더 되겠어?

카톡 답장은 하지 않았고, 당연히 후기도 그대로 뒀다. 사장이 적극 개입해서 명예 훼손 운운하며 강제로 글을 내릴 수는 있겠지만(이런 경험이 몇 차례 있다.) 그건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이고. 일개 숙소에서도 이런 딜이 횡행하는데, 큰 돈이 걸린 판에서는 얼마나 더러운 제안이 오고 갈지 상상도 못하겠다. 굉장히 마음이 불편했다.

 

저 숙소, 추천하지 않는다. 아니, 말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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