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의 목적지는 경교장이었다. 그런데 경교장 쪽으로 가다보니 왼쪽에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 보이더라고. 눈에 보이는 곳부터 다녀오자는 생각에 발걸음을 돌렸다.
지금은 멀티플렉스가 당연한 세상이 되었지만 내가 학생이던 시절에는 상영관 하나짜리 극장이 여기에 하나, 저기에 하나, 각자 존재하고 상영하는 영화도 제각각이었다. 입구에서 표를 사서 들어가면 빈 자리에 알아서 앉는 방식이었고, 영화가 끝나더라도 나가지 않고 버티면 다시 보는 것도 가능했다. 당연히 정확한 관객을 집계하는 게 어려웠더랬지. 실제로 중학생 때 성룡이 나온 영화를 보러 가면 두 번 보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 쇼킹 아시아 』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엄청 늙어보이는 녀석도 입구에서 쫓겨났지만 나는 모두의 예상을 뚫고 당당히 들여보내져서 좋다고 봤던 기억이 있다.
마침 빗방울이 떨어지기에 안에서 시간을 좀 보낼까 했다. 혼자 계시던 아주머니가 가방을 보며 '참이슬'에서 나온 가방이냐고 관심을 보이시더라. 그렇다고 대답한 뒤 할만한 게임이 있나 봤는데 붙어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게임은 없더라고. 결국 게임은 하지 않고 만화방으로 올라갔다.
도쿄의 코딱지만한 땅을 팔면 평생 빈둥거리고 살 수 있는 돈을 만질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거품이 잔뜩 낀 시기였더랬지. 돈과 시간이 넘쳐나니 사람들은 애먼 짓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오컬트에 몰두하는 것이었다. 초능력이나 외계인 어쩌고 하는 이야기들이 이 때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고 그게 우리나라에 찔끔찔끔 들어와 내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였다.
테이프로 고정해놓은 것들도 있었지만 나쁜 마음 먹으면 몇 개 집어갈 수도 있겠다 싶더라. 물론 CCTV가 있을테지만.
구경을 하면서 맞은 편을 보니 식당이 보인다. 그러고보니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았다. 배가 고팠다. 반대 쪽을 보니 1층에는 강남 면옥인가 하는 가게가 있었고 2층에는 육개장 파는 가게가 보이더라. 비가 제법 오고 있었기에 육개장을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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