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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6월 24일 금요일 흐림 (책 빌리러 12㎞ 걸었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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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근무를 마치면 다음 날은 저녁 근무다. 단순히 시간만으로 따지자면 24시간 뒤에 출근하는 셈이니까 꽤 여유가 있는 편. 하지만, 희한하게 빠듯하다.

열 시간이 넘는 낮 근무를 마치고 집에 오면 18시. 마지막 식사는 전 날 정오 전이니까 대충 계산해봐도 스물아홉 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은 것이다. 배가 고픈 것은 당연하고. 퇴근하기 전까지는 살까기 중이니까 굶자고 생각하지만 집에 오는 순간 생각이 달라진다. 도저히 안 먹고는 버틸 수가 없다.

열에 아홉이 라면이고 나머지 하나가 레토르트 식품이긴 한데, 아무튼 게 눈 감추듯 한 끼를 해결한다.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19시.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다 보면 순식간에 22시, 23시가 된다. 눈을 뜬 지 열일곱 시간이 넘어가는 거다. 늦게까지 놀고 싶어도 체력이 받쳐주지 못한다. 침대에 누워 태블릿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잠이 든다.

새벽 세 시에 깨서 빈둥거리다가 다시 잠이 들고, 이르면 다섯 시, 늦어도 일곱 시에 눈이 떠진다. 짧으면 다섯 시간, 길어도 일곱 시간을 채 못 잔다. 더 자야 하지만 정 피곤하면 정오 무렵에 좀 자면 된다고 생각하니 그닥 피곤하지도 않다. 그대로 일어난다.

컴퓨터 앞에 앉아 딱히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운동 → 샤워 → 식사를 마치면 돈 벌러 갈 시간이 된다. 운동을 안 가는 날에도 뭔가 하는 일 없이 시간이 금방 가버린다. 그 때 뭐 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대답이 궁한데 어찌저찌 시간은 금방 간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너~ 무 피곤한데 배는 고프고, 또 라면 먹자니 지겹고. 며칠 전부터 짬뽕 생각이 간절했었고 맥주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던지라 깐풍기 중간 사이즈와 짜장면, 짬뽕밥을 주문했다. 35,000원. 재테크 쪽 스킬은 아예 안 찍힌 캐릭터라서 안 쓰는 게 돈 모으는 유일한 방법인데 한 끼에 3.5만 원을 태우고 있다. 😩

짜장면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짜장면을 먹을 때마다 '짜파게티로는 이 맛이 안 나지~'라 생각하게 되는데 어제 먹은 건 짜파게티에 뭔가 요사스러운(?) 짓을 조금만 하면 비슷한 맛을 낼 수 있겠다 싶더라. 짬뽕밥은 그럭저럭 먹을만 했지만 부실한 건더기는 실망스러웠다. 오징어가 잔뜩 들어간 짬뽕을 먹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요즘 짬뽕은 홍합 몇 개와 오징어 한, 두 조각이 전부인 듯. 다른 집에 시키고 싶은데 더 망할까봐 겁이 난다. 몇 번 시켜먹은 집이 5점 만점에 3점 정도라면, 다른 집에 시켰다가 2점짜리 음식을 먹게 될까봐 걱정이 된다. 이 동네는 그런 동네니까.

 

서비스로 온 군만두는 먹지 않고 놔뒀다가 잠시 후(라고 해봐야 한 시간도 안 지나서) 배가 꺼졌을 때 먹어 치웠다. 그리고 깐풍기. 배가 불러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너~ 무 피곤해서 맨 바닥에 드러누웠고,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한 시간도 채 자지 못하고 깨서 컴퓨터 앞에 앉은 뒤 유튜브로 『 1박 2일 』 보면서 맥주 한 캔을 땄다.

맛이 없다. 깐풍기도, 맥주도. 만사 귀찮아서 그대로 펼쳐두고 다시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렇게 맨 바닥에서 잤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먹다 남은 깐풍기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고, 운동을 가려 했는데 나가기가 싫다. 최근 운동 의지가 점점 약해진다.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도서관에 다녀올 때가 됐다는 걸 떠올렸다. 어차피 가야 하니까 도서관에 다녀오는 걸로 운동을 대신하자!

 

집에서 4㎞ 떨어진 도서관까지 걸어가서 책을 반납했다. 그리고 다른 책을 빌리지 않고 그냥 나왔다. 오늘은 집에서 더 가까운, 다른 도서관(정보 센터)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정보 센터까지 걸어간 뒤 기존에 사용하던 대출용 카드로 책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ㄱㅅ 도서관은 한 번에 열 권까지 빌릴 수 있는데 여기는 다섯 권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대출 기간은 2주. 연장도 안 되고 곧바로 재대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앱으로 1주일 연장이 가능한 ㅇㅇ 도서관이 그립다. 여러 지역의 도서관을 이용해봤지만 ㅇㅇ 도서관이 단연 최고다.

아무튼. ㄱㅅ에서 가장 많은 책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는데, 올라가는 계단에 붙은 안내문을 보니 17만 권을 가지고 있다는데, 소설 외에는 죄다 부족해보인다. 대부분의 책꽂이가 소설에 할당되어 있을 만큼 소설은 엄청나게 많은데 총류로 구분되는 책도 많지 않고 여행이나 역사 관련 책들은 확실히 얼마 안 된다. 여기가 맘에 들면 ㄱㅅ 도서관에 갈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ㄱㅅ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 정보 센터는 기대가 큰 탓이었는지 영 실망스러웠다.

 

 

ㄱㅅ 도서관이 4㎞ 떨어져 있으니까 왕복하면 8㎞를 걷게 된다. 오늘은 정보 센터에 들렀기 때문에 걷는 거리가 조금 늘었다. '1㎞ 정도 더 걷게 될까?'라 생각했는데 집에 돌아와 거리를 확인해보니 12㎞ 걸은 것으로 나오더라. 겨드랑이와 등이 땀으로 흠~ 뻑 젖어 있었다.

정보 센터에 갔을 때 목이 너무 마른 와중에 급수대가 딱 보이더라고. 잽싸게 그 쪽으로 갔는데 얇디 얇은 종이 컵 뿐이다. 아쉬운대로 거기에 물을 받았는데 새가 모이 쪼는 것도 아니고, 기별도 안 간다. 세 번을 내리 마셨지만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목만 축이고 나가서 음료수를 사먹자고 생각했다. 집으로 오는 중에 CU 편의점이 있어서 최근 맘에 들게 된 오징어 안주를 사려 했는데 없더라. 제로 콜라만 사들고 나와서 벌컥벌컥 마셨다.

 

 

7월 초의 연휴 때 자전거를 타고 속초에 갈 생각이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무리인 것 같다. 살며서 가장 많이 걸은 건 오사카에서 고베까지 40㎞ 가까이를 걸었던(https://40ejapan.tistory.com/248) 건데 그 때에도 집에서 출발해서 처음 몇 시간은 룰루랄라였다. 하지만 고베의 숙소에 도착할 무렵에는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되었더랬다.

자전거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도, 출발하고 얼마 후까지는 '할 만 한데?'라 생각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엄청 힘들겠지. 전기 자전거라서 모터의 힘을 빌릴 수 있다 해도 그 시간이 무궁하지 않으니 틀림없이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하고 후회하는 시간이 올 게다. 그냥 차 가지고 갈까?

그렇게 고민하다가 떠오른 절충안이, 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는 것! 속초 숙소에 차를 세워두고 근처만 자전거로 구경하고 다니는 거다.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은데. 드론도 띄... 아, 드론!

 

ㄱㅅ 도서관(위에서 말한 ㄱㅅ 도서관과는 다른 곳이다)에 가다 보니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나오던데 거기가 드론 스팟이라더라. 관제권을 벗어난 지역이라서 허가 없이 드론을 날릴 수 있다. 촬영 허가만 받으면 되는데 7월 20일까지 미리 허가를 받아 놨다. 일요일에 자전거 타고 가볼까 싶기도 한데 자전거로 가기에는 길이 영 좋지 못하니 그냥 차 가지고 가야 할 것 같기도 하고. 30분 날리면 배터리 없어서 돌아와야 하는데 그걸로 될까 싶기도 하고, 첫 비행이니 그거면 충분하다 싶기도 하고.

 

아무튼, 땀으로 범벅이 되었으니 샤워하고 슬슬 돈 벌러 갈 준비를 해야겠다. 그 전에 이번 주 일요일에 촬영해도 되는지 전화로 물어봐야겠다.

 

어제 저녁에는 천둥도 치고 비가 제법 오는 것 같더라니, 아침부터 해가 살짝 보이면서 비가 그쳤다. 더 올 것도 같은데 소식이 없네. 윗 동네만 난리인 모양이다.

 

 

출근하기도 전인데 피곤하다. 시간 외 포기하고 천천히 가도 되지만 월세 내려면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 은 아닌데, 자꾸 애먼 데 까먹어서.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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