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기 두 시간 전만 해도 저녁 굶고 운동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시간 정도 남게 되면 집에 가서 뭘 먹을까로 마음이 바뀐다. 스물네 시간 넘게 굶었으니 밥 생각이 간절해질 수밖에.
퇴근하고 오자마자 짜장 라면 두 개를 끓였다. 면을 끓인 물은 따라내야 하는데 짜장 라면 두 개로는 부족할 것 같아 컵라면에 부었다. 짜장 라면은 결코 중국집 짜장면을 따라갈 수 없다 생각하고 살아온 40년이었는데, 최근 그 생각이 뒤집힐 것 같다. 중국집 짜장면은 기대 이하였고 인스턴트 짜장 라면은 기대 이상이다.
저녁을 먹고 나면 옆구리가 당겨서 뛸 수 없으니까 걷기라도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포항과 대구의 FA컵 경기가 있단다. 어쩔 수 없지. 중계 봐야지. 그런데 19시가 되어도 중계가 시작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못 보는 건가?'라 생각하고 다시 확인해보니... 내일이네.
이미 밖은 어둑어둑하고, 운동 가기에는 늦은 것 같고. 결국 방구석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 빈둥거리다가 『 미즈 마블 』 3화 보고, 잠이 와서 일찌감치 자려고 누웠다. 태블릿을 붙잡고 시간을 보내다가 졸음이 쏟아져 그대로 잠이 들었다.
자다가 눈을 뜨니 새벽 두 시. 태블릿을 붙잡고 한 시간 남짓을 빈둥거리다가 세 시가 넘어 다시 잠이 들었다. 다섯 시에 또 한 번 깨고, 완전히 정신을 차린 건 일곱 시. 비가 엄청나게 온다고 해서 눈 뜨자마자 창 밖을 봤더니 해가 쨍쨍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비가 올 날씨도 아니다. 이 정도면 운동 가도 되겠는데?
하지만 날씨 핑계로 운동을 쉬려 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가기 싫었다. 그냥 가지 말까 하다가, 최근에 술도 마시고 운동을 영 게을리했으니 가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위나 아래 중 하나는 짧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오늘은 반바지에 긴 점퍼를 입고 나갔다. 슬렁슬렁 걷다가 1.4㎞를 뛰고 걸어서 한 바퀴를 돈 뒤 다시 1.6㎞를 뛰었다.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인지 몸이 엄청 무거웠다. 한 바퀴를 온전히 뛰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1㎞도 못 뛰고 포기하는 일은 없어져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뛰고 있다 보면 바닥을 기고 있는 벌을 종종 보게 된다. 아, 저게 기력을 다 해 죽어가고 있는 벌인가? 인터넷에서 본 것처럼 설탕물이나 꿀물을 줘서 살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운동하던 중에 설탕물이나 꿀물을 구할 방법이 없으니 그저 지나칠 수밖에. 뭔 일인지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벌로 추정되는 벌레가 자주 얼굴을 들이 받았다.
집에 와서 옷을 벗었다. 점퍼 안에 입었던 언더 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땀에 젖어 무거워진 언더 셔츠를 벗을 때의 쾌감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게다. 옷을 벗어두고 샤워를 마치고 나와 세탁기를 돌렸다.
컵라면과 즉석 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나니 정오. 피곤해서 한 숨 잤음 좋겠는데 그렇게 되면 출근이 늦어지게 된다. 좀 늦게 가더라도 한숨 자고 갈까 싶기도 하고. 일단 날이 더우니 바닥에 좀 누워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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