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취  미 』/『 BOOK 』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7. 4.
반응형

 

페이지를 넘기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소설이 있는 반면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소설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 전자의 예라면 온다 리쿠의 작품은 후자에 해당한다. 마이클 셀렌버그가 쓴, 베스트 셀러 목록에 꽤 오래 머물러 있었던 이 책은, 온다 리쿠의 여러 소설보다 열 배 이상으로 책장 넘기기가 어려웠다. 두 번의 실패 후 세 번째 만에 가까스로 다 읽었다.

논조는 같지만 챕터 별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다 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하며 읽어야 하니까 한 번에 다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플라스틱의 등장 덕분에 거북이는 등껍질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살해 당하지 않아도 됐다는 글에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그러나 그러한 플라스틱의 처리에 대한 부분은 전혀 언급이 없다. 100년이 지나도 분해되지 않는다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강대국이 개발 도상국, 후진국의 개발을 방해한다는 글에 공감했고, 종말론적 환경주의를 기독교에 비교하는 글은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전지전능하다는 신의 자리에 환경을 끼워넣은 게다.

태양과 바람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가 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원자력에 대한 찬양에는 공감할 수 없었다. 안전하다고?

사고가 발생하는 비율로 따지자면 가장 안전한 교통 수단은 항공기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비행 공포증을 갖고 있다. 그 공포증은 터무니 없는 것일까? 항공기는 사고가 날 경우 사망 확률이 상당히 높다. 차와는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걸 안다. 즉, 사고가 좀처럼 나지 않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나게 되면 높은 확률로 죽는다. 그래서 무서워하는 거다. 원자력도 비슷하지 않을까? 게다가 좀처럼 사고가 나지 않는다지만 한 번 사고가 나면 그 수습이 쉽지 않다. 당장 후쿠시마만 봐도 그렇잖은가?

미국처럼 땅 덩어리가 넓은 나라라면, 사고가 난 지역을 폐쇄하고 지도에서 없애버리는 게 가능할 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고 나는 순간 끝이다.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 났다고 경상도를 폐쇄할 수 있나? 게다가, 그 안전하다는 원자력 발전소는 왜 수도권에 짓지 않는가? 냉각수 때문에 물가에 지어야 한다고? 그래서 바다를 접해야 한다고? 인천 있잖아? 왜 경상도, 전라도에 발전소 짓고 송전탑 줄줄이 박아 수도권으로 보내고 있는 거지? 북한 때문에 수도권에 원자력 발전소를 지을 수 없다고? 그럼 수도를 이전해야지? 수도는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 거리에 두면서, 원자력 발전소는 안 된다고?

 

'아, 그렇고나!'하고 감탄한 부분도 있었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고나~'하고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건 아닌데...'라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옮긴이의 글에서 박정희, 이승만 언급한 걸 보고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데 굳이? 혹시나 해서 옮긴이를 검색해봤더니... 아니나다를까... 쯧...

 

다른 걸 다 떠나서, 석탄이나 석유를 태워 전기를 얻는 화력 발전과 원자력 발전을 비교해보자. 놔두면 후손이 쓸 수 있는 것을 태워 없애 현재의 우리가 전기를 쓰는 것 vs 남겨봐야 쓸 데도 없는, 처치 곤란의 폐기물을 만들어내며 전기를 쓰는 것 아닌가? 자원이 무한하지 않으니 고민하고, 보다 풍부한 자원을 활용한 발전을 연구하는 것일 게다. 그 완벽한 대안으로 원자력을 언급하는 부분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 어찌 되었든 폐기물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후쿠시마에 대해 안전하다 말하는 걸 보고 경악했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수준 이하라고? 후쿠시마 앞 바다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들이 어떤 상태인지 사진을 통해 충분히 알려져 있는데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풍력 발전을 옹호하는 이들도 자신의 거주지 근처에 발전소가 생기는 건 반대한다고 썼더라. 본인은 원자력 발전소를 옹호하니 집 근처에 지어져도 괜찮은 걸까?

 

나보다 배운 분, 나보다 똑똑한 분이 쓰신 글에 토 다는 게 우습겠지만 열 사람이 있으면 열 개의 생각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환경 단체의 과격한 행동이나 종말론적 주장은 꼴불견이고 툰베리의 주장에 공감하는 것도 아니며 채식 같은 건 할 생각도 없는 1인이지만, 책을 통해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그닥 탐탁치 않게 느껴졌다. 나무위키에 있는 옮긴이의 화려한 약력을 보니 더더욱.

https://namu.wiki/w/%EB%85%B8%EC%A0%95%ED%83%9C#s-4.5

 

노정태 - 나무위키

이 저작물은 CC BY-NC-SA 2.0 KR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라이선스가 명시된 일부 문서 및 삽화 제외) 기여하신 문서의 저작권은 각 기여자에게 있으며, 각 기여자는 기여하신 부분의 저작권

namu.wiki

 

 

 

https://newspeppermint.com/2021/05/10/m-apocalypse1/

 

피터 글릭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저: 마이클 셀렌버거)” 비판(1/2)

(피터 글릭, YaleClimateConnections) 원문 보기 “로미오와 줄리엣”의 몬테규 집안과 캐퓰릿 집안을 생각하면 됩니다. 아니면 1863년에서 1891년 사이, 서로 원수지간이던 웨스트 버지니아와 켄터키주

newspeppermint.com

 

https://newspeppermint.com/2021/05/10/m-apocalypse2/

 

피터 글릭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저: 마이클 셀렌버거)” 비판(2/2)

(피터 글릭, YaleClimateConnections) 원문 보기 근거들을 취사선택하거나 오해, 남용한 고전적인 오류들도 있습니다. 셀렌버거는 자기 자신을 감정적 논증이 난무하는 분야에서 과학과 사실을 전달하

newspeppermint.com

 

https://newspeppermint.com/2021/05/19/m-shellenberger1/

 

피터 글릭의 비판에 대한 마이클 셀렌버거의 반박(1/2)

(마이클 셀렌버거, environmentalprogress) 원문 보기 피터 글릭의 비판   1. 피터 글릭은 예일기후대응모임(Yale Climate Connections)에 올린 내 책에 대한 서평에서 내가 환경주의와 기후과학을 오해하고 있

newspeppermint.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