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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  미 』/『 BOOK 』

『 바람이 강하고 불고 있다 』 by 미우라 시온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1.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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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우라 시온. 1976년에 도쿄에서 태어난 일본의 여성 작가. 우리나라의 연세대에 비유되는, 일본 내에서도 알아주는 명문 와세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편집자가 되기 위해 취업 활동을 했으나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그 때 글 쓰는 재주를 알아본 편집자의 권유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눈썰미 있는 사람들은 그런 게 막 보이고 그러나보다.

 

  • 스무 개 이상의 작품을 써냈고 대부분 우리나라에 번역이 되었다. 나는 마사미 님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하고 많은 작품 중 하필이면 가장 먼저 선택한 게 『 검은 빛 』 이었다. 왜 '하필이면' 이냐고? 미우라 시온의 모든 작품을 읽어본 건 아니지만, 다른 작품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어둡고 거친 면이 보이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저 작품을 처음 읽었으니 당연히 그런 분위기의 작품을 쓰는 작가라 생각한 거다. 다음으로 읽은 게 『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 집 』 이었기에 작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아예 달랐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온다 리쿠의 수많은 작품 중 처음 읽은 게 『 밤의 피크닉 』 이어서 청소년들의 감정을 잘 풀어내는, 청춘물에 최적화되어 있는 작가라 생각했다가 그 다음에 읽은 책들이 죄다 아예 다른 분위기여서 '응?' 하고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다.)

 

  • 『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 는 『 검은 빛 』 보다는 『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 집 』 같은 분위기의 작품이다. 정식 육상부는 존재하지만 장거리 파트는 따로 없는 대학에서 하코네 역전에 출전하여 눈에 띄는 성과를 낸다는 내용이다. 하코네 역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하코네 역전에 대해 좀 알아야 한다.

 

  • 하코네는 동네 이름이다. 도쿄 근처에 있고, 유명한 온천이 많아서 온천 관광지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여행 못 가고 제주도도 꿈도 못 꾸던 시절 수안보나 온양으로 신혼 여행을 갔던 것(지금 젊은이들의 아버지, 어머니 세대도 아니고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 정도까지 올라가야 하는 이야기다.)처럼, 일본에서도 해외 여행이나 오키나와, 홋카이도에 가는 게 무리이던 시절에 각광받던 여행지였다. 죽기 전에 하코네에 가고 싶었다라는 유언을 남긴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2018년에 다녀왔던 적이 있다. 그 때 썼던 글들은 아래에...
    pohangsteelers.tistory.com/1577 pohangsteelers.tistory.com/1578 pohangsteelers.tistory.com/1580 pohangsteelers.tistory.com/1581

 

  • 아무튼, 그런 동네다. 저 동네에서 매년 1월 2일, 3일, 이틀 동안 뜀박질이 펼쳐진다. 여자부도 있긴 한데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남자 대학부다. 109.9㎞ 거리를 다섯 명이 이어 달리고, 다음 날 전 날 들어온 순서대로 같은 거리를 다시 달려 총 217.9㎞ 를 열 명이 나누어 달리는 거다. 학교의 이름이 쓰여진 어깨 띠를 두르고 뛰는데 이게 바톤 역할을 한다.

 

  • 전쟁 중에 중단된 적이 있긴 하지만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다 텔레비전 중계가 시작된 것도 30년이 넘었다. 시청률은 30%에 육박하고, 선두 다툼이 치열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학교의 분전 등이 이슈가 되면 40%를 훌쩍 넘어가는 것도 예사다. 일본 사람들은 새 해의 시작을 하코네 역전과 함께 한다고 보면 된다.

 

  • 올 해 같은 경우 출전 선수의 90% 이상이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나왔다는 게 이슈가 됐고, 자국 브랜드인 미즈노와 아식스가 찬 밥 대접을 받았다는 것 역시 화제가 됐다. 특히 아식스는 미즈노에조차 밀렸는데 그 여파로 주식 시장이 열리자마자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다.

 

  • 그런 뜀박질 대회를 다룬 작품이라는 거다. 고등학교 때 촉망받던 장거리 선수가 학교 폭력에 연루되어 달리기를 그만두게 되었고, 집에서 부쳐준 돈을 마작으로 날린 뒤 편의점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입학할 학교의 선배 눈에 띄게 되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하숙 집에 들어가게 된다. 들어간 이후에 그 하숙 집이 간세 대학의 장거리 육상부 숙소와 같은 개념이라는 걸 알게 됐고, 본의 아니게 하코네 역전을 목표로 연습을 하여 결국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뭐, 그런 이야기다.

 

  • 전형적인 일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소설이 허구의 이야기니까 현실성을 따진다는 게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정말이지 현실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다. 예전에 달리기를 했었다거나 축구를 했었다는 멤버야 그렇다 쳐도, 방구석에서 만화책만 읽어대던 녀석이 군말없이 연습에 참여해서 하코네 역전에 나간다는 게...

 

  • 게다가 주인공은 정의감 넘치는 열혈 엘리트로 설정된 것도 진부하다. 일본에서 과거의 폭력 때문에 본인이 좋아하거나 잘 하는 무언가를 그만둔 설정은 상당히 자주 등장하는데 대부분이 이지매나 불합리한 대우를 참지 못해 벌이는 짓이다. 그래서일까? 일본인들은 과거의 잘못에 대해 상당히 관대하다. 마사미 님이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의 학폭에 따른 후폭풍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하셨는데 과거의 일인데 그게 지금에 와서 문제 되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는 거다. 이지매를 당하던 동료를 위해 폭력을 행사했다거나 하는 게 아니다. 본인이 다른 이들을 괴롭히면서 폭력을 행사한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대부분 과거의 일이라는 이유로 용서가 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음...

 

  •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전형적인 이야기이다 보니, 당연히 실사화 됐다. 소설이 2007년에 출간되었는데 2년 뒤인 2009년에 이미 영화로 만들어졌고 2018년 10월부터 2019년 3월까지는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방송이 되기도 했다.

 

  • 장거리를 뛰어본 적이 없는 이들이 20㎞가 넘는 거리를 한 시간 안팎으로 뛰어낸다는 게 현실적이지 않긴 하지만, 재미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이야기인지라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것 같다. 게다가 여차하면 후속작을 내기 좋게끔 마무리 짓기도 했고. 웨이브에서 애니메이션을 무료로 볼 수 있으니 소설을 읽고 난 후의 기억이 없어지기 전에 정주행에 도전해봐야겠다.

 


 

  •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 전부 23회로 구성되어 있고 30분 안팎인데 앞, 뒤로 붙는 주제가를 건너 뛰면 20분 조금 더 되는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것과 다른 이미지로 등장하는 인물이 몇 명 있어서 좀 어색하지만, 나름 잘 만든 작품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달리는 동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거다. 그냥 동네 이어 달리기 대회도 아니고, 하코네 역전에 나가는데 거기에 대해 너무 쉽게 동의하고 연습에 나선다. 쌍둥이들이야 '그런 성격이니까~' 하고 납득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인물들은 좀... 애니메이션의 감독도 그런 걸 느꼈는지 소설과는 달리 반발하는 멤버들에 대해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아직 9화를 보고 있으니까 좀 더 봐야 제대로 된 소감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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