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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7월 13일 수요일 비옴 (휴가가 끝나기 무섭게 찾아온 피로)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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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번 or 휴가 때에는 하루에 세 시간만 자도 피곤하지 않다. 하루에 2만 걸음 넘게 걸어도 22시 넘어서까지 쌩쌩할 수 있다. 하지만 사무실에 앉아 기를 빨리고 오면 그렇게 몸이 무거울 수 없다. 8일의 휴가 기간 내내 평소보다 많이 잔 날이 단 하루도 없었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더랬다. 하지만 휴가가 끝나니 보랏듯이 피로가 찾아왔다. 제기랄.

 

 

근무지를 여기로 옮겨 왔을 때 나보다 조금 빨리 이 쪽에 온 사람이 있었다. 나와 성이 같아서 조금 놀랐다. 굉장히까지는 아니지만 꽤 드문 성이니까. 그런데 이 AH 77I, 하는 짓이 가관이다. 업무 교육 받는 와중에 코 골고 잔다. 대가리가 딱히 좋아보이지도 않는데 노력도 안 하면서 꼼꼼하지도 않다. 한 마디로, 같이 일하기에 최악의 인간인 거다.

지지리 근무 복이 없는 나는 이 AH 77I 랑 한 사이클의 절반을 같이 일해야 한다. 하는 짓 보면 답답한지라 소 닭 보듯 무시하면서 지냈는데 일곱 시 20분이 됐는데도 안 보인다. '설마 또(!) 지각인가?'라 생각했고 아니나 다를까 30분이 넘어서까지 오지 않았다. 내가 본 것만 이미 두 번, 오늘이 세 번째다. 뭐 이런 AH 77I 가 다 있나 싶더라.

20대도 아니고, 나이 서른 넘어서 직장 생활 웬만큼 했다는 AH 77I 가, 주둥이만 열면 자기가 어디 있을 때 이랬다는 둥, 저기 있을 때 저랬다는 둥, 전 직장에서의 일을 요란하게도 떠들어대는 AH 77I 가, 대체 몇 번째냐. 내가 본 것만 세 번째인데 얘기를 들어보니 나 없을 때에도 지각을 한 적이 있는 모양이다. 한 번이야 실수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똑같은 짓을 반복하고 자빠졌으니 어이가 없다. 얼마나 직장을 우습게 알면 저 따위로 행동할까 싶어 짜증이 확 났다.

일을 열심히 하네, 마네를 떠나서 지각을 반복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다. 기본도 못 지키고 있는 거잖아. 저 따위 형편없는 AH 77I 랑 같이 일한다는 게 너무 짜증스럽다.

 

 

신입 계약직 애들이 들어왔는데 무척이나 활기차다. 보통 저 때에는 바짝 얼어서 눈치 보면서 웃는 것도 조심하기 마련인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던지고 건들거린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쟤들을 보면서 어이 없어 하는 내가 꼰대가 된 것 같아 거북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심해질텐데,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퇴근할 무렵이 다 되어 본사에서 전화가 왔다. 오래 전에 같이 일했던 선배였다. 이러저러하니 엑셀로 매크로 하나만 짜 달라고 한다. 엑셀 만지작거리며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니까 괜찮다. 문제는, 해달라고 하면 한, 두 시간 만에 뚝딱! 끝나는 줄 안다는 거다.
물론 그렇게 호다닥~ 끝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정확성이 가장 중요한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만들었다가 혹시라도 오류가 있으면 바로 잡기가 너무 힘들어진다. 하나, 하나, 천천히 확인해가며 만들어야 한다. 일단 오늘 내로 끝내는 건 무리니까, 내일 저녁 근무 전에 일찍 들어와서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파이썬 공부 좀 할 걸...' 하고 후회했다. 지금도 늦은 건 아닌데 일본어 단어 외우기도 버거운 터라 엄두도 못 내겠다.

 

 

8일이나 쉬고 왔지만 의외로 단어를 많이 기억하고 있었다. 하긴, 지금까지 수백 번을 썼으니까. 하지만 최근에 외운 단어들은 죄다 까먹었다. 전혀 기억이 안 나더라. 점심 시간이 지나고 조금 한가해져서 단어를 외우려 했는데 잠이 엄~ 청나게 쏟아진다. 같이 일하는 녀석이 말도 못하게 진한 커피를 타 줘서 마셨는데도 그렇다. 카페인 내성이 있는 게 틀림없다.

 

 

며칠 전에 외장 하드 디스크 케이스를 샀는데 그게 도착했다. 2.5 인치 베이 하나, 3.5 인치 베이 하나, 합쳐서 두 개의 디스크를 연결해서 쓸 수 있는 디스크 도킹 스테이션을 쓰고 있는데 얼마 전에 펌웨어 업데이트를 했는데. 그런데 그게 독이 되었는지 그 뒤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제대로 인식을 해서 잘 되는가보다 하다가 어느 날 보면 꽂혀 있는 3.5 인치 하드 디스크를 인식하지 못한다.

프린터 오류 때문에 프로그램을 다시 설치하는 등 이래저래 삽질을 한 끝에 가까스로 프린터가 제대로 동작하게 만들었는데, 그렇게 하고 나니 도킹 스테이션이 동작하지 않더라. 둘 다 USB로 연결을 해놓았는데 그 때문인가? 두 기기가 충돌하는 건가? 몇 번이나 껐다 켰다 하며 두 기기를 동시에 인식시키려 해봤지만 실패했다.

결국 도킹 스테이션을 포기하고 외장 하드 디스크 케이스를 질러버렸다. 그런데... 그렇게 돈 쓰고 나니 그 다음부터 잘 된다. 뭐야, 이게.

 

 

 

일단 택배는 뜯지도 않고 모셔뒀다. 이런 식으로 사놓고 그대로 내팽개친 것들이 몇 개 있다. 기껏 돈 주고 사서 안 쓰고 놔두는 거다. 멍청 비용이 시나브로 늘어난다. 큰 일이다.

써서 없어지는 게 아니면 돈 쓰지 말자고 날마다 다짐하지만 그걸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하아~ 어렵다, 어려워.

 

 

퇴근하고 집에 와서 커리를 만들어 먹었다. 끓는 물에 버섯, 당근, 감자를 넣은 뒤 커리 넣고 되직하게 끓이는 게 전부다. 돼지 고기 넣는 걸 싫어하니까 참치 한 캔 넣는 것 정도가 추가 과정이랄까? 그렇게 대충 만든 건데, 세상에나. 지나치게 맛있다.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건가?

 

 

 

정신줄 놓고 먹었다. 다 먹어버릴까 하다가 내일 아침에 먹으려고 조금 남겨뒀다. 오늘 밤에 먹어버릴 지도 모... 아, 안 된다. 살까기 해야 한다.

 

날씨가 말도 못하게 더운데다 비도 오락가락하니 뜀박질하러 가기가 힘들다. 그리하여 딱 두 달만 근처 헬스장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다시 퍼지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니 불안하다. 기껏 돈 써가며 등록했는데 밀집 시설이라면서 문 닫아 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운동하면 땀 때문에 옷은 당연히 젖는 거고, 신발만 안 젖는다면 비 오는 날에도 바깥에서 좀 뛸텐데 현실적으로 어렵지, 그건. 게다가 비 맞으면서 뛰면 미친 놈 보듯 볼 게 분명하다.

 

 

휴가를 이번 달 말에 쓴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 하더라. 코로나가 퍼지면 휴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거다. 하긴 그러고도 남을 회사지. 역시, 아끼면 × 된다. 지를 수 있을 때 질러버려야 한다.

 

퇴근해서 밥 먹고 유튜브 영상 몇 개 봤을 뿐인데 벌써 20시가 넘었다. 이제 뭐 하지? 딱히 할 게 있지는 않은데. 스타 크래프트나 한 판 하고 자야겠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비 안 오면 뛰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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