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포장일기 』

2022년 08월 22일 월요일 맑음 (또 열대야... 또 비...)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8. 22.
728x90
반응형

 

그제, 어제, 한 이틀 시원했다. 밤 늦게 퇴근하는데 시원하더라고. 다음 날 새벽에 출근하는데 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덕분에 어제는 모처럼 바닥을 벗어나 침대에서 잤다. 그동안은 너무 더워서 도저히 매트 위에 누울 수 없었거든. 어제는 창문 열어놨더니 시원하더라고. 그래서 선풍기만 켠 채 매트리스 위에서 잤다. 새벽에는 추워서 선풍기를 꺼야 했고. '이제 겨우 8월 중순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이렇게 시원해져도 되나?'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설레발은 필패. 오늘 저녁은 또 푹푹 찐다. 아오~

 


 

출근하기 전에 약을 챙겨 먹는다. 10년 넘게 먹고 있는 탈모 약이 네 알. 오메가 쓰리 한 알. 피크노제놀 한 알. 그렇게 여섯 알을 먹은 뒤 또 네 알을 더 먹는다. 올인원 솔루션이라고 해서 히알루론산, 은행잎 추출물, 비타민이랑 아연, 코엔자임이 한 봉지에 들어있는 거다.

기를 쓰고 오래 살아야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평균 수명보다 오래 살기 어렵다는 건 나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어렸을 때 몸을 너무 함부로 썼거든. 그 때에는 체력과 에너지가 영원할 줄 알았다. 피곤한 줄도 몰랐고 어지간히 다쳐도 병원에 안 갔다. 엄청난 속도로 재생되었으니까. 가만히 두면 알아서 치료 됐으니까.

그렇게 산 덕분에 마흔이 되자마자 '환갑까지 살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하게 됐다. 연금 받고 10년은 살아야 할텐데, 연금 받은 지 1, 2년 지나서 죽으면 너무 억울하잖아. 물려줄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닌데. 뭐, 그래서 늦게나마 몸 좀 챙기겠답시고 약을 먹고 있다. 문제는 약효를 전혀 못 느낀다는 거다.

 

출근하지 않고 쉬는 날은 약 먹는 걸 건너 뛴다. '아! 약!'하고 안 먹은 게 떠오르더라도 하루 정도는 쉬자 싶어 안 먹는다. 그런데 그렇게 안 먹어도 뭔가 나빠지는 게 느껴지지 않는다. 꾸준히 먹고 있는데 좋아지는 게 느껴지지도 않고, 안 먹어도 나빠지는 걸 못 느낀다. 그런데도 꼬박꼬박 먹어야 하나 고민이 된다. 피크노제놀은 유튜브 덕분에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올라서 한 달 분량이 5만 원을 넘어가고, 올인원 솔루션도 할인 받아야 비슷한 가격이 된다. 거기에 오메가 쓰리와 탈모 약까지 더하면 한 달 약 값만 10만 원 넘게 쓰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니까 계속 먹어야 하나 고민이 된다.

 


 

운동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 날마다 하면 몸이 회복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이틀 정도 운동했으면 하루는 쉬고 있다. 문제는 하루를 쉬고 나면 다음 날에도 가기 싫어지고, 이 핑계, 저 핑계로 또 빠진다. 그렇게 운동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날마다 가야겠다, 그렇게 다짐했는데... 다짐했는데...

오늘 퇴근하고 나서 체중계에 올라갔다. '70㎏ 넘으면 무조건 운동 가고 안 넘으면 안 가야지.'라 생각하면서.   이틀 연속으로 술 마셨고 지난 주 목요일 이후 3일 동안 운동을 안 했으니까 당연히 70㎏ 넘어갈 줄 알았는데... 응? 68㎏?

희한하다. 술 마셨고 운동 쉬었는데 빠졌다. 슬슬 운동한 효과가 나타나는 건가? 기초 대사량이 올라서 운동 안 해도 먹지만 않으면 빠지는 건가?

원래 계획대로라면 운동 안 가고 바로 밥 먹어야 했을테지만, 옷 갈아입고 운동하러 갔다. 10분 걷다가 10분 뛰고, 20분 걷다가 5분 뛰었다. 어영부영 한 시간 동안 6㎞를 걷고 뛴 뒤 돌아와 좀 빠졌나 확인해봤더니 67.4㎏이다. 40대가 된 이후 가장 낮은 몸무게다. 5㎏ 정도만 더 빼면 목표에 도달한다. 74㎏일 때 운동을 시작했으니까 6㎏ 넘게 뺀 거다. 지금까지 한 것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겠지.

 


 

아침에 출근하니까 ㅇㅇ에서 같이 일했던 분이 메신저로 동료가 부친상 당했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몸이 좋지 않아서 수발 든다고 휴직했다는 소식까지 들었는데, 회복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모양이다. 장례식장까지 너무 멀어서 오후 반가를 쓰고 장례식장에 다녀올까 생각했다. 퇴근하고 다녀오면 너무 힘들 것 같더라.

하지만 가족장으로 치른다고, 조문은 정중히 사양한다고 해서 안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퇴근.

 

퇴근하는 길에 까치가 차에 치이는 걸 봤다. 새가 차에 치이는 건 처음 봤다. 보통은 아슬아슬하게 피하잖아? 바닥에 뭐가 떨어져 있는지 모르겠는데 두 마리가 날아들어 바닥으로 향하더라. 차가 코 앞에 있는데.
앞에 있던 녀석은 아슬아슬하게 피했지만 두 번째 녀석은 차에 부딪치고 말았다. 튕겨나가 도로에 떨어져서는 파들파들 떨더라. 급히 차를 세우고 새를 주워 동물 병원으로 달려갈 용기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새가 차에 치이는 걸 보다니... 라고 신기해했다.

 

가능한 주행 예상 거리가 80㎞도 안 되었기에 집 근처의 저렴한 주유소로 향했고 기름 넣으며 조문해도 될 것 같다는 톡을 봤다.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운동하러 갈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조문 가려니까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더라. 티맵으로 검색해보니 세 시간 반이 걸린단다. 생각보다 덜 걸리긴 하지만 왕복이면 일곱 시간이다. 게다가 기름 값이랑 통행료도 들고. 차를 두고 기차를 탈까? 평일이라 당장 예약하는 것도 가능한데. 게다가 서울역에서 4호선 타면 20분 밖에 안 걸린다고 나온다. 어떻게 하지?

 

일단 집에 도착한 뒤 다른 동료에게 전화했다. 옆에서 사람 목소리가 나더라니, 다들 조문 갔다더라. 하아... 가야 하는데... 경사라면 나 아니어도 축하해줄 사람이 많으니 괜찮다지만, 조사는 어떻게든 가야 하는데...

 

하지만 멀다는 핑계로 결국 안 갔다.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 늦게라도 갈까? 밤에 출발해서 아침에 조문하고 내려올까? 집에 도착해서 한숨 자고 출근하면 괜찮을텐데... 하지만 막상 하려니까 망설여진다. 마음이, 너무 안 좋다.

 


 

디아블로 이모탈 이벤트에 당첨되어 머그 컵을 받게 되었는데 배송 과정에서 깨졌다. 배송 기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나 몰라라 한다. 배송 대행 회사에 연락했더니 안타깝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단다. 그렇겠지. 기념품이니까,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니까 재고가 남아있을 리도 없고.

나는 이런 상황이 너무 싫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난다.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집에서 배송되어 오기만을 기다렸을 뿐이다. 하지만 컵은 깨진 채 도착했다. 이벤트 상품 배송 대행 업체에서 택배 기사에게 전달했을 때 깨졌는지, 기사가 물류 센터로 가지고 가던 도중에 깨졌는지, 우리 동네에 배송하는 기사가 깨먹은 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실수로 컵이 깨졌다. 그런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설사 누군가가 내 잘못으로 깨졌습니다라 한다고 한들, 깨진 컵이 돌아오지 않는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었는데,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손해와 스트레스는 오롯이 내 몫이 된다. 이런 상황이 너무 싫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평균보다 미숙한 계약직 직원들과 같이 일하는데 이 친구들이 실수를 너무 많이 한다. 어느 정도껏 해야 그러려니 할텐데, 나 같으면 절대 하지 않을 거라 생각되는 실수를 한다. 그렇게 실수해서 나무라면 잔뜩 풀 죽어 죄송합니다라 하는데, 정작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 제발 어렵거나 잘 모르겠다 싶으면 물어보라고 하는데 일단 저질러놓고 죄송합니다로 끝이다. 미치겠다.

 

피자 만드는 법을 가르쳐줬는데, 밀가루는 이렇게, 물은 저렇게 넣고 반죽하라고 알려줬는데, 잊어버릴 것 같으면 적으라고 해도 안 적더라니, 엉망진창으로 반죽을 해놨다. 도저히 못 쓸 지경이다. 그 와중에 피자 주문은 들어오고, 반죽이 없어 피자를 만들 수 없다.

안 되겠다 싶어 자동으로 반죽하는 기계를 샀고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런데도 실수를 한다. 밀가루 대신 찹쌀 가루를 넣는다거나 물을 안 넣고 밀가루만 넣은 채 기계를 돌리는 거다. 확인도 안 하고.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실수들을 하면서도 월급 달라, 수당 달라, 휴가가 필요하다, 할 말은 다 한다. 하아... 나 같으면 민망해서라도 저런 말 못할 것 같은데. 업무 능력이 부족하니 추가로 교육하겠다 하면 갑질한다고 뭐라 한다.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제는 포기했다. 그냥 내려놨다.

 

그 와중에 주위 사람들은 승진 때문에 말이 많다. 나는 당연히 복직하면 승진할 줄 알았다. 승진을 코 앞에 두고 휴직했으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ㅇㅇ에서도 1순위가 아니었고 복직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승진하지 못했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여기로 옮겨 왔는데 나보다 입사가 3년 늦은 사람이 승진을 노리고 있더라. 당연히 자기가 할 줄 알고 있다. 그런데 자기보다 선배인 내가 오니 적잖이 신경이 쓰이나보더라. 주변 사람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네가 할 거라고 그 사람을 다독거린다. 나는 그것도 기분 나쁘다. 내 앞에서는 다들 신경쓰지 않는 척 하면서, 뒤에서는 먼저 와서 일하고 있던 사람에게 네가 승진할 거라고, 난 너 밀어줄 거라고, 그 따위 말이나 하고 있는 거잖아.

○○○○이 나한테는 어떤 요구도 하지 않고 귀찮은 일은 안 시키더라니, 그것도 승진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예전에 말 같잖은 지시하는 상급자에게 질알하는 걸 봐서 몸 사리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후배 승진 시키려하니 내가 껄끄러운 거다. 3년 후배를 먼저 승진 시키려드니 미안하겠지. 그러니 나와는 접점을 안 만들려 하는 거다.

 

내가 승진 시켜달라고 징징거린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3년이나 입사가 늦은 후배가 승진하는 꼴을 보면서 축하한다고 박수 칠 정도로 마음이 넓은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최대한 신경 안 쓰고 살려 하는데, 잊을만 하면 주위에서 툭툭 건드린다. 너무 짜증이 난다.

 

이런저런 상태가 몰려 또 우울증이 왔다. 다행히 심각한 건 아니라서 아껴둔 약으로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있는 약이 다 떨어지면, 그 때에는 다시 병원 신세를 져야 할 게다. 세상 일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당연한데, 자꾸 병원과 약이 기대어 징징대는 게 아닌가 싶어 자괴감이 든다.

 


 

두 번 연속으로 쉬는 날이 휴일이었던지라 집에만 있었다. 다음 쉬는 날은 목요일이니까, 밀양이든, 예천이든, 봉하 마을이든, 다녀와야겠다.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신경이 쓰이긴 하는데 어디라도 다녀와야 숨통이 좀 트일 것 같다.

 

운동 다녀와서 샤워하고 비빔면 두 개 끓여 먹은 뒤 세탁기 돌렸을 뿐인데, 딱히 한 게 없는데 벌써 23시가 다 되어 간다. 뭔 시간이 이렇게 빠르냐. 내일은 근처 자전거 가게에 정비 가능한지 묻는 전화를 해야 하고, 다음 달 자동차 정기 점검 예약도 해야 한다. 일단 저 두 개가 가장 굵직한 거니까 아홉 시 넘으면 바로 전화 & 문자로 해결하고 운동 가... 아, 그 전에 도서관 다녀와야겠다. 도서관에 갔다 와서 운동하고, 샤워한 뒤 밥 먹고 빈둥거리다 돈 벌러 가면 될 것 같다.

 

회사에 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너무 싫다. 인터넷으로 매 주 사고 있는 로또는 5등 당첨도 안 된다. 스즈키에서 여름 프로모션 하던데 125㏄ 바이크가 500만 원 가까이 한다. 1,000만 원을 보태면 1,400㏄ 바이크를 살 수 있는데 말이다. 문제는, 500㏄ 바이크 살 돈도 없다는 거다. 로또나 됐으면 좋겠다. 바이크 타면서 여행이나 다니고 싶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