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장 많이 한 다짐은 '써서 없어지는 게 아니면 사지 말자!'가 아닐까 싶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꼬박꼬박 저 다짐을 한다. 문제는, 다짐하고 나서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뭔가 질러대기를 반복한다는 데 있고.
이번 주도 '돈 좀 작작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부지런히 질러댔다. 브레이크가 잡히지 않아. 😩
지른 게 제대로 도착하면 그나마 다행이지, 이번 주는 마가 꼈는지 오배송이 엄청나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산 지 20년이 넘었는데, 오배송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주는 더워서인지, 엄청나게 쏟아진 비 때문인지, 오배송이 줄을 잇는다.
나이키 언더 셔츠를 흰 색, 검은 색, 각각 한 벌씩 샀는데 다음 날 흰 색만 도착했다. 판매자에게 물어보니 따로 배송했단다. 응? 왜 굳이 배송비를 두 번 들여가며 따로 보냈을까? 검은 색은 이틀 뒤에 도착하긴 했다. 뭐, 내가 손해볼 게 없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말 일이지만.
저건 약과다.
구선손반에서 나온 우렁이 강된장이 맘에 들어서 또 사려고 했는데 홈페이지가 깨져서 판매 사이트로 들어갈 수가 없다. 결국 포기하고 CJ에서 나온 걸 먹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스티로폼 상자 아래 쪽을 종이 상자 찢은 걸 덧대어 테이프로 칭칭 감아놨기에 왜 그랬나 싶었는데, 저렇게 구멍이 나 있었다. 냉장 제품이라며 아이스 팩을 두 개나 넣었으면서 구멍난 상자에 담아 보내는 건 뭐야?
게다가 주문한 것과는 아예 다르게 와버렸다. 일단 냉장고에 넣어두고 내가 잘못 주문했는지 확인해봤다. 아니었다. 판매자에게 톡을 보내고 위 사진을 같이 보냈다.
판매자 쪽의 실수였다. 내가 톡을 보낸 지 다섯 시간이 지나 답장이 왔더라. 다시 보내준다더라. 이미 받은 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됐다. 된장찌개를 자주 끓여먹는다면 그냥 추가 결제하고 내가 먹겠다 하면 될 일인데, 내키지 않았다. 집에서 된장찌개 끓여먹을 일도 거의 없고, 판매자의 실수인데 내가 돈을 더 써야 한다 생각하니 그냥 싫더라.
영업일 기준으로 2~4일 내에 반품한 걸 수거해 간다는데, 냉장 제품이잖아? 내가 아무리 포장을 잘 한다 해도 4일 동안 안 녹을 리가 없다. 괜찮은 걸까? 언제 가져갈지 알 수 없는데 대체 언제 내놔야 해? 하아... 판매자 실수 때문에 왜 내가 고생해야 하냐고. 쯧.
아이스 팩이 녹거나 말거나 그냥 내놓고 나 몰라라 하면 될까? 하지만 그렇게 반품이 되면 폐기할 것 같지 않은데.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팔지 않을까?
그렇잖아도 스트레스 받는데, 그 와중에 물도 엉뚱한 게 도착했다.
문 앞에 놓여진 풀무원 샘물을 보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더라. 역시나 내가 잘못 주문했는지 확인해봤다. 아니었다. 알아보니 그 날 주문한 건에 대해 모조리 오배송이 일어났단다. 하...
전화번호가 있기에 전화를 했더니 벨이 울리자마자 받더라. 축~ 처진 목소리로 남자 직원이 응대를 한다. 오배송 때문에 엄청나게 까인 것 같더라.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거기에 대고 짜증을 낸들, 물이 순식간에 바뀌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지. 잘못 배송되었음을 알리고, 집 안에 들이지 않고 그대로 두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배송 기사님이 다시 가져가면서 제대로 된 걸 배송해준다고 한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쏟아지는 이런 날씨에, 2ℓ 서른여섯 개를 엘리베이터도 없는 3층 건물까지 올려다 놓으셨는데, 잘못 배송된 거라고 그걸 수거해 가고 또 배송을 해야 한다. 맘 같아서는 그냥 오배송된 거 그대로 먹었음 싶더라. 네슬레랑 풀무원이랑 맛 차이를 느끼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하지만 직원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네슬레 2ℓ짜리 열두 개가 5,900원인데 풀무원 서른여섯 개 쪽이 더 비싸겠지.
아무튼. 그렇게 오배송이 잇달아 터지니 짜증을 안 낼 수가 없다. 에효...
그 와중에 직장에서도 짜증나는 일이 있었다. 계약직 직원이 속을 썩였다.
나는 하라는 거 하고, 하지 말라는 거 안 하는 사람이다. 고지식하다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는데, 빨간 불에 멈추는 거라고 배웠으면 새벽 세 시에 개미 한 마리 없더라도 멈춘다. 근무 중에 포항과 울산이 우승을 놓고 싸우고 있더라도 몰래 숨어서 중계를 보거나 하지 않는다. 그 따위로 월급 도둑질하는 건 옳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 업무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중요하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거다. 그래서 자리를 비우는 것에 있어 꽤 민감하다. 그런데 이 동네 애들은 그런 긴장감 따위 전혀 없이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비우더라.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게다가 근무 중에 처 잔다. 가관이다.
어제 속을 썩인 계약직 직원은 근무 중에 쉬고 오겠다면서 자리 비우기를 예사로 했던 녀석이다. 그러지 말라고 수도 없이 경고했고, 패널티도 한 차례 줬었다. 그런데 어제 또 40분 넘게 자리를 비우더라. 근무 중에 40분이나 자리를 비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에게는. 나는 4분도 비운 적이 없다. 회사에서 식사도 안 하기 때문에 화장실에 다녀오는 1~2분 정도를 제외하면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그런데 무려 40분을...
악역을 맡고 싶지 않아서 될 수 있으면 싫은 소리 안 하려 하고, 나보다 한~ 참 어린 친구들 눈치 보면서 잔소리하고 싶은 거 꾹꾹 참아 왔는데, 우습게 본 건가? 무시 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고, 이미 여러 번 경고를 했는데도 저러니 말로는 안 되겠다 싶더라.
나는 너랑 근무 못 하겠으니까, 내일 팀장한테 근무 편성 바꿔 달라고 할 거다, 그런 줄 알아라, 그렇게 말했다. 다른 반장보다는 내가 훨씬 널널하다는 걸 잘 아니까 그제서야 아차 싶었던 모양이지. 잘못했다면서 한 번만 더 봐주면 안 되냐고 사정을 하더라. 이미 늦었다.
오늘 아침에 팀장에게 얘기했다. 팀장이 따로 시간을 내서 약간의 잔소리를 하고 패널티를 주더라. 그 와중에도 무슨 핑계가 그리 많은지, 주절주절. 봐주지 않기를 잘했다 싶더라.
오늘은 이미 편성된 근무라서 같이 해야 했는데 하루종일 의기소침해서 축~ 가라앉아 있는 걸 보니 안스러운 마음도 들었는데... 자업자득이다. 게다가, 얼마 못 가 또 병이 도질 거다. 오늘은 물 뜨러 다니면서 잠깐 자리 비우는 거 말고는 얌전히 잘 붙어 있더라. 문제는 저게 퇴사할 때까지 가느냐 하는 것이지. 사람이 좀처럼 안 바뀐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기대는 안 한다. 그냥... 같이 근무 안 했음 좋겠다.
최대한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데, 그러면 감사한 줄 알아야 하는데 더 요구한다. 그게 너무 어이없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보다가 『 일본의 굴레 』라는 책을 알게 되어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 저자 서문을 읽자마자 이건 빌려서 볼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 들더라. 퇴근하고 와서 바로 주문했다. 3만 원 가까이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서문만 읽었는데도 그렇다.
지금이야 코로나 때문에 해외 여행 가는 게 쉽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나라가 일본이었다. 나는 회사에서 일본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왜?) 일본과 관련된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일본 사람들은 왜 그래?'라는 게 대부분이더라. 일본 여행 여덟 번에, 1년 반을 살다 온 게 전부이니 내가 다 알 턱이 있나. 아는 건 아는대로, 모르는 건 모르는대로 답변을 해주지만 그럴 때마다 나도 여러가지 궁금함이 생겼다.
그래서 일본을 분석한 책을 꽤 봤는데 이거다 싶은 게 없더라. 일본을 분석한 책 중 필독서 취급을 받는 『 국화와 칼 』도 뭔가 아쉬웠다.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썼는데 그것부터가 좀 이상하다 싶었다. 그 영향을 받아서일까? 일본 여행 한 번이 고작이라는 학자가 일본을 분석한 책을 쓰기도 했다. 『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이라는 책인데, 제목 말고는 볼 게 하나도 없는 책이다. 읽는 내내 이게 뭐야 싶더라.
얼마 전에 클리앙에 올라온 글 중 일본의 거리가 깨끗한 이유에 대한 게 있었다. 국민성이라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보일 뿐이지 똑같다는 사람도 있었다. 몇십 년 산 사람의 의견도 있었는데 나는 '사람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다.'라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내가 살았던 텐노지도 하수구나 가로수 구석구석에 담배 꽁초며 쓰레기 투성이었다. 눈에 보이는 게 없을 뿐이지. 게다가 우리나라도 길가에 차, 바이크, 자전거 못 세우게 하면 일본 못지 않게 깨끗해 보일 게다. 일본의 거리가 깨끗해보이는 건 차를 세우지 못하게 한 게 가장 크지 않나 싶다.
아무튼. 70억이면 70억의 생각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공감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 일본의 굴레 』는 저자 서문만 봐도 공감이 됐으니... 밑줄 그으며 볼 가치가 있다.
나보다 먼저 빌린 사람이 줄도 치고, 동그라미도 그리고, 옆에 한자도 써갈겨 놓고, 난리도 아니더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저 짓을 했다는 건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건데, 글을 읽을 수 있는 지능을 가진 AH 77I 가 왜 저 따위 짓을 하는 거지?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줄을 긋거나, 낙서를 하거나, 페이지를 접거나, 라면 국물을 튀기는, 쓰레기 같은 것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확실히 운전이 거칠어지긴 했다. 매일 다니는 길이니 익숙해서 그런 모양이다. 앞이 뻥~ 뚫려 있는데 빌빌거리며 길을 막고 있으니 짜증이 난다. 나도 모르게 엑셀러레이터를 밟아 급가속하게 된다. 그렇게 성질내며 운전해서 집에 오니 18시가 채 안 됐다. 택배 온 거 집 안으로 옮겨 놓고, 잘못 배송된 물과 관련해서 통화하고.
그런 다음 옷 갈아입고 운동하러 나갔다. 10분 걷고, 10분 뛰고, 20분 걷고, 10분 뛰고, 10분 걸었다. 한 시간 동안 걷고 뛰어서 6㎞를 채웠다. 주간 근무 마치고 저렇게 운동한 자신이 기특하다.
집에 먹을 게 잔뜩이다. 양념 꼬막도 있고, 푸팟퐁커리도 있고, 만두에, 오징어 볶음에. 김치찌개도 끓일 수 있고 참치랑 김가루도 있다. 하지만 빡쌔게 운동한 덕분에 67.9㎏를 찍은 마당에, 내키는대로 처먹으면 또 70㎏가 되어버릴 거다. 먹고 싶다는 욕구를 이겨내고 컵라면과 즉석 밥으로 저녁을 때웠다.
내일 일어나서 운동 갔다와서 제대로 한 끼 먹고 일찌감치 돈 벌러 가야지. 무두절이니까 한결 마음이 편하다.
전기 자전거 배터리를 샀음 싶은데 AU테크에서는 살 수가 없다. 사제 배터리를 만들어주는 곳에 물어보니 그닥 저렴한 것 같지도 않고. 노트북 배터리도 교체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돈 들어갈 일 투성이고만.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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