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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08월 28일 일요일 맑음 (주절주절)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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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는 살~ 짝 쌀쌀하게 느껴진다. 드디어 여름이 끝나는 것일까? 해뜨는 시간이 늦어진 것도 느낄 수 있다. 여전히 여섯 시 전에 밝아오긴 하지만 해가 완전히 드러나지는 않는다.

며칠 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으니 지난 일들부터 우르르~ 몰아서 끄적거려 보겠다.

 


 

23일, 화요일. 여덟 시에 일어나 빈둥거리다가 아홉 시 넘은 걸 확인하고 자동차 정비 예약을 했다. 그 이후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린 뒤 집에 들리지 않고 곧장 자전거 가게로 향했다. 2년 가까이 타고 있는데 한 번도 제대로 손 본 적이 없으니까 고칠 부분이 있는지 보고 싶었다.

자전거 가게도 병원처럼 문제가 없을 때에는 외면 받는 걸까? 어디가 안 좋아서 왔냐고 물어보더라. 전반적으로 정비를 좀 받고 싶다고 했더니 일단 가게 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맘 같아서는 싹~ 다 분해해서 청소한 뒤 재조립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걸 요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가게가 좁기도 하고 분해 정비는 거절 당할 것 같은, 그런 분위기.

핸들을 돌려보더니 뭔가 조이고 풀고. 아무래도 덜그럭거리는 게 문제인 모양이다. 그닥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하필 저 날 유난히 덜그덕거리더라고. 아무튼. 핸들 정비가 끝난 후에는 브레이크. 앞, 뒤 브레이크에 유격이 제각각이었는데 그걸 잡아줬다. 브레이크 패드는 갈지 않아도 되는 모양인지 다른 말이 없더라. 한 30분 걸렸나?

얼마냐고 물으니 25,000원이란다.

 

 

솔직히 놀랐다. '8,000원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라 생각하고 있었거든.

뭐, 물가가 엄청 올랐으니까. 기술을 제공하고 받는 댓가도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고 납득하면서도 '이건 좀 과하지 않나?' 싶은 가격이었다. 친절하고 꼼꼼하게 잘 봐준다는 후기를 보고 간 건데 맘에 걸린 게 광고였다는 거거든. 그 왜, 글 맨~ 끄트머리에 소정의 어쩌고를 제공받아 나불나불~ 하는 거 있잖아. '응? 동네 자전거 가게에서?'라 생각하고 간 건데 역시 삐끼 동원하는 가게에는 가면 안 되는 것이었나봉가. 잘 봐주시는 것 같긴 한데 다시 갈 맘은 없다.

 

집에 오니 정오가 지났다. 2층 층계참에 자그마한 말벌이 창문 쪽에서 붕붕거리고 있기에 움찔! 해서 피해 올라왔더니, 3층 층계참에는 더 큰 말벌이 창을 때리고 있었다. 어찌나 큰 녀석인지 창에 부딪칠 때마다 탁! 탁! 소리가 날 정도.
집에 가서 벌레 잡는 스프레이를 들고 나와 1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계~ 속 뿌려댔다. 너무 멀리에서 뿌리는 건가 싶긴 했지만 어찌 되었던 약제가 벌에 닿는 게 보였으니까.

한~ 참을 뿌려도 반응이 없어서 조금 더 다가가 뿌리기를 계속. 이내 빌빌거리더니 탁! 떨어져 죽었다. 뭔가... 미안하다. 말벌이 나한테 해꼬지한 건 아니지만, 그냥 지나가는 것 뿐인데 공격하는 걸로 오해(?)해서 날 공격할 수도 있으니까. 뭐, '쟤가 나 때릴 수도 있으니까 그 전에 죽인다!' 같은 거라 생각하면 참 못된 짓이긴 한데... 😩

 


 

집에 들어오니 고모께 택배 보내야 한다는 게 생각났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잊고 있었다. 부랴부랴 화장품이랑 영양제를 챙겨 근처 우편물 취급소로 향했다. 3호 상자면 충분할 것 같은데 상자가 다 젖었단다. 그럼 4호로 하겠다고 하니 4호도 다 젖었다며 하나를 집어든다. 아니나 다를까 물에 불어 당장이라도 해체될 지경이다. 그런데 그런 상자를 조립하기 시작한다. 응?

일단 보내고 받는 주소를 끄적거리고 있으면서 곁눈질로 계속 봤는데 테이프를 여러 번 둘러가며 상자를 만든다. 맘에 안 들긴 하지만 저 정도면 상자가 망가지지는 않겠다 싶어 별 말 하지 않았다.

3㎏ 정도 나왔는데 상자 값을 포함해서 6,200원이란다. 아까의 자전거 정비에 대한 댓가와는 다른 의미로 놀랐다. 훨씬 더 나올 줄 알았으니까.

동전 빨래방에서 바꾼 뒤 고이 모셔두고 있었던 500원 짜리 열두 개와 100원 짜리 두 개로 요금을 지불했다. 우리나라 우체국, 서비스의 질에 비해 가격이 확실히 저렴하다. 절대 민영화하면 안 될 서비스다.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몸이 찌뿌둥해서 맨 바닥에 누워 한 시간 가량 잤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반나절이 지나가버렸다.

 


 

24일, 수요일. 사이고 다카모리와 서남 전쟁에 대한 책을 읽었다. 일본에서는 마지막 사무라이라고 추앙받는 사람이지만 정한론을 운운한 씨앙 ×의 ㅅㄲ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서남 전쟁과 더불어 좀 더 공부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서남 전쟁을 통해 군의 동원과 수송, 편제에 대한 경험을 쌓게 되었다고 한다. 선박과 열차를 통한 병력과 물자 수송의 노하우를 쌓는 계기가 되었다네. 기차로 이동하는 병력들에게 제공된 도시락이 에키벤의 근원이 되었다 하고.

그렇게 쌓은 노하우로 아시아 각국에 피해를 끼친 건데, 그런 것도 모르고 일본 여행 가면 에키벤 먹어보겠답시고 까불고 다닌 건가? 뭔가, 좀 바보 같았고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따지면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냐 싶기도 하고.

 


 

뒷 유리에 워셔액 쏠 때 지연이 생긴다. 작동 버튼을 누르면 바로 워셔액이 나가지 않고 와이퍼만 움직인다. 좀 길게 누르고 있어야 워셔액이 나간다. 전에 탔던 i30, 308도 그랬다. 처음 샀을 때에는 안 그랬는데. 어쩔 수 없는 모양이지?

 

안개가 살짝 낀데다 비까지 내리고 있어 어둑어둑한데도 라이트를 안 켜고 다니는 ㅄㅺ들이 있다. 하긴, 밤에도 라이트 끄고 다니는 것들도 있으니 낮이야 오죽할라고. 저런 것들은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이 마주오는 사람을 위해 등 들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느끼는 게 없을테지? 똑같이 고등교육 받았는데 저 정도의 기본적인 배려조차 생략하고 자기 편할대로 살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아무렇지 않게 주변에서 살고 있잖아, 저런 것들이. 참...

 


 

25일, 목요일. 오랜만에 쉬는 날이 평일이었기에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예천에 다녀왔다. 자전거 싣고 우포에 가서 늪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올까 싶기도 하고 밀양에 가볼까 싶기도 했는데, 결국은 차박 사전답사 겸 예천으로 결정했다. 10월이 되어 좀 더 시원해지면 아버지한테 다녀온 뒤 예천에서 하루 자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26일, 금요일. 오산에서 같이 일했던 한~ 참 선배로부터 부고 메시지가 왔다. 평소 은퇴한 선배들의 경조사를 알리는 역할을 해왔으니 본인 부고 역시 본인이 알릴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굳이 나한테까지 보낼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일하면서 사이가 틀어져 관계가 나빠졌기 때문에 따로 연락하거나 하지 않고 있으니까 말이다. ㅇㅇ에서 같이 일했던 분의 부고를 들었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기분이었다. 그러고보면 지금 일하고 있는 파트에만 15년 가까이 몸 담고 있는데 ㅈㅇ 선배를 제외하면 사람 같은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반면 ㅇㅇ에서 만난 사람들과 보낸 시간은 2년이 채 안 되는데 다들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일도 별로 맘에 안 드는 와중에 사람들도 싫으니, 정나미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여행을 다녀왔지만 여전히 가라앉은 상태다. 같이 일하는 비정규직 젊은 직원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 상식 선에서 일하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그걸 지적하면 말 같잖은 변명으로 일관한다. 같이 근무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그게 불가능하니 결국 참을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맺는 잠깐의 인연이니까 굳이 잘해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소 닭 보듯 살자고 마음 먹은 뒤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회사에서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으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불편해한다. 그게 느껴지긴 하는데 '너희들 편하게 해주겠답시고 재롱 떨다 뒤통수 맞으면 나만 손해'다 싶으니 어쩔 수 없다.

 


 

차량 관리 어플에서 브레이크 오일 교체 시기란다. 검색해보니 40,000㎞ 정도 달리고 난 뒤 오일 상태를 보고 교환하는 거란다. 70,000㎞ 달린 뒤 교환해도 된다는 글도 있더라. 내 차는 주행 거리가 23,000㎞도 안 된다. 아직 멀었다.

무료 점검 서비스는 엔진 오일만 달랑 갈아주고 말텐데, 겸사겸사 에어 필터도 갈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리 주문해놔야지.

 

정비 받고 내려오면서 이천에 들러 맥주랑 옷 좀 사올까 싶은데, 다시 생각해보니 옷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대부분 같은 스타일의 옷인지라 남들에게 옷 잘 입는다는 소리는 들은 바 없고. 😑

 


 

엑스페리아 XZP의 배터리가 심각하게 안 좋다. 알리에서 배터리를 사서 셀프로 갈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저 녀석을 꾸준히 살려두는 이유는 일본에서 맺은 인연 때문이다. 선생님, 친구들과 라인을 통해 연락하는데 엑스페리아 외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는 거다. 일본에서 쓰던 라인이니까 다른 폰에서 로그인하려면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일본 전화번호가 없으니 그럴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슬슬 놔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선생님들과도, 친구들과도, 항상 내가 먼저 연락했고 선물도 보내는 쪽이었으니까. 선생님이 매 년 보내는 선물을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한 것도 있고, 친구들과도 1년에 한 번 연락할까 말까 하니까, 이제는 그냥 방치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해외 여행이 자유로웠더라면 각자의 나라에서 한 번이라도 더 만나서 인연이 좀 더 오래 지속되었겠지만 염병할 코로나 때문에...

아무튼, 나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기억하고 있으니까 소중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럴 거라 생각하는 건 착각일 수 있다. 나는 일본에서 만난 선생님과의 추억을 파먹고 있지만 선생님은 새로운 학생들과 날마다 새로운 일들을 겪으면서 내 기억은 옅어지고 있을테니까. 그런 걸 생각하면, 슬슬 일본에서의 일들은 잊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쉽긴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손전화를 붙잡고 있다가 더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밝아진 뒤라 쉽지 않다. 안대를 하고서라도 더 자야 하는데, 그대로 일어나버렸다. 아침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운동 가야 하니까 다녀와서 먹자 생각하고 잠시 참았다. 하지만 일요일이니까, 오늘은 쉬자는 생각으로 결국 라면과 즉석 밥으로 배를 채웠다. 그리고 나서 '일요일이지만 운동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는 오랜만에 운동했는데, 발에 통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뜀박질하는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몸이 무겁거나 통증이 있으면 뛰지 말고 걷기만 하더라도 운동은 거르지 말아야겠다. 그러려고 실내 운동장에 돈 내고 다니는 건데.

 


 

다음 쉬는 날은 화요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예상한대로 뒤로 슬금슬금 밀리기 시작한다. 화요일에 강수 확률이 90% 이상이었는데 흐림으로 바뀌고 수요일 강수 확률이 100%. 이대로라면 수요일까지는 흐리다 말고 목요일에나 비가 올 게다. 평일이니까 어디라도 다녀와야겠다 싶은데 아직은 모르겠다.

미리 이사갈 집을 좀 알아봐야겠다 싶어 여기저기 보고 있는데 여기다! 하고 100% 맘에 드는 곳은 없다. 하지만 그 와중에 확실한 건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월세가 과하다는 것. 확실히 주변보다 훨씬 비싸다.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이사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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