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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22 신안 여행 with 고모 ③ 광주 ○○공원 묘지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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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있으니 슬슬 움직여야 했다. 티맵에 목적지를 찍었더니 ○○ IC로 나가라고 안내해서 뭔가 신기했다.

 

세 시간 가까이 운전해서 도착. 헤매지 않고 한 번에 찾아간 아버지 계신 곳은 마치 폐가와 같은 분위기였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과속으로 인한 범칙금 고지서가 여러 차례 발급되었는데 돈이 없다고 안 내는 바람에 노역형을 사셨던 모양이다. 그것 때문에 현충원 심사에서 탈락했다. 나라 팔아먹은 AH 77I 도 들어가고, 독립군 때려잡던 매국노 AH 77I도 들어가는데, 베트남까지 가서 동료들 죽어나가는 거 보면서 평생 트라우마가 될 상처를 안고 돌아온 아버지는 현충원에 들어가지 못했다.

동생이라는 ㄴ이 광주에 살고 있어서, 나는 근무지에 따라 수시로 사는 곳을 옮기니까, 광주에 모시기로 하고 ○○ 공원에 자리를 잡은 거였다. 50년 간 관리한 후 숲으로 조성한다고 하더니, 채 5년도 되지 않아 손을 놔버렸다. 처음에는 잡초도 뽑고 주변 청소도 하더니 언제부터인가 아예 손을 안 댄다. 그래서 갈 때마다 누군가가 찾아오는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의 차이가 눈에 확 들어온다.

동생이라는 ㄴ은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그렇게 서럽게 울더니, 돌아가신 뒤로 딱 한 번 가고는 안 갔다. 고모가 뭐라 하니까 아니라고, 갔다고 거짓말이나 하고.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나름 고생하며 자란 걸 아니까, 잘해주고 싶은데 하는 짓을 보면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진다. 천벌 받을 ㄴ 같으니라고.

 

 

잡초를 뽑고, 쓰레기를 치우고, 사들고 간 조화로 대충 꾸몄다. 해바라기 조화가 길어서 금방 넘어질 것 같아 불안했다.

 

인터넷으로 무궁화 조화를 잔뜩 샀는데 출발하고 나서 도착하는 바람에 이번에는 꾸미지 못했다. 11월에 차박할 겸 다시 한 번 찾아갈까 싶다. 그 때 무궁화로 좀 더 꾸며놓을 생각이다.

 

 

벌써 돌아가신 지 6년이 되었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어야 할 사람. 그랬다면 나는 태어나지 못했겠지만.

 

액자에 넣은 해병대 티셔츠. 그리고 거기에 비친 나. 이렇게 어설프게나마 아버지와 사진을 찍고 자리를 떴다.

 

살아계실 때에는 의절한답시고 10년 넘도록 연락마저 끊고 살았더랬다. 돌아가신 뒤에 이렇게 호들갑 떠는 거, 안다, 꼴값인 거. 그냥, 스스로의 죄책감을 덮기 위해 쇼하는 거라는 거,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후...

 

 

 

 

 

'여기어때'에서 평가가 좋기에 예약한 숙소는... 형편 없었다. 방 바닥과 화장실에는 갈 길을 잊고 방황하는 머리카락이 잔뜩 있었고, 침대 시트는 찢어져 있었다. 근처에 식당이 많다는 것과 주차가 편하다는 것 외에는 좋은 점이 없다. 그냥 '야놀자' 체인 모텔로 가는 건데. 젠장.

 

방에서 빈둥거리다가 숙소 바로 앞에 있는 국밥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다. 슬리퍼를 신고 있었기에 잃어버릴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고 어슬렁거리다가 현대옥 간판을 보고 그 쪽으로 향했다.

 

 

아버지 묘에서 소주 한 잔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 밥 먹으면서 반주로 소주 한 병.

 

깍두기는 맛있었지만 김치는 별로였다. 수란과 국밥은 뭐, 말할 것도 없지. 콩나물 비린내도 없고 깔끔했다.

 

갤럭시 S20+의 음식 사진 모드로 사진 한 장 더 찍고 밥 먹기 시작.

 

 

밥을 다 먹고 편의점에 들렀다. 딱히 술이 마시고 싶지 않아 맥주는 사지 않았고 콜라와 팝콘만 사들고 숙소로 돌아갔다. 텔레비전은 하도 안 봐서 그런지 별로 볼 게 없다 싶어 노트북으로 유튜브 영상을 켜놨는데 배터리가 쭉~ 쭉~ 빠진다. 손전화로 유튜브 영상을 켜놓고 소리만 들으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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