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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행 』

2022 신안 여행 with 고모 ① 프롤로그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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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까지만 해도 남들 쉴 때 같이 쉬는 곳에서 일을 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10월 3일에도 출근해서 열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낮 근무는 시간이 길어서 힘든데 공휴일에는 관리자들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조금 낫다. 게다가 퇴근하고 나면 내리 6일을 쉴 수 있어서 몸도, 마음도, 가뿐하기 그지없다.

 

 

 

퇴근하고 집으로 와서 운동이고 나발이고 내팽개치고(공휴일이라 다니는 Gym이 15시에 문 닫았다. 아니었음 갔을 거다. 아니, 정말로! 😑) 바로 술 처먹기 시작. 꾸알라가 되어 잠이 들었다.

 

10월 5일에 건강 검진을 받아야 했기에 4일은 술을 마시지 않았고 14시에 점심 겸 저녁을 먹은 뒤 금식한답시고 물도 안 마셨다. 5일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건강 검진을 받았고 돌아와서는 온종일 빈둥거렸다. 어두워지고 나서야 짐을 꾸렸다.

 


 

6일은 정수리가 덜 빛나도록 하는 약을 받기 위해 마산으로 가야 했고, 광주로 건너가 아버지 묘에도 가봐야 했다. 7일 아침 일찍 고모를 만나 신안에 가고, 8일 오전까지 놀다가 오후에 ○○으로 올라가 고모 댁에서 하루 쉰 뒤 9일에 내려오는 일정.  운전하는 걸 좋아하지만 꽤 빡쌔다.

 

6일 아침에 일찌감치 눈을 떴다. 일어날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딱히 할 것도 없기에 컴퓨터와 1 : 7로 스타 크래프트 한 판!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가 제법이다 싶은 정도로 괜찮은 수준이었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갑자기 바보가 되어버려 영~ 싱겁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너프가 된 걸까?   핵이나 쏘면서 농락할까 했는데 나갈 시간을 넘겨버렸다. 깜딱! 놀라 씻으러 들어갔다. 양치하고, 면도하고, 머리 감고, 몸 닦아야 하는데 이러다 늦겠다 싶어 이것저것 건너뛰고 대충 씻은 뒤 가방을 둘러메고 뛰쳐나갔다.

 

 

 

차에 올라 잠시 앉아 있다가 출발! 근처에 있는 저렴한 주유소로 향해 가던 중 뭔가 허전하다 싶어 손목을 봤더니…. 아차! 시계를 풀어 놓고 그냥 나왔다. 샤워하는 잠깐 충전한답시고 충전기에 물려놓고 그냥 나온 거다. 어지간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갔을 테지만 시계랑 핏빗은 몸뚱이의 움직임을 기록해서 그따위로 살다가는 연금 받기 전에 죽는다는 걸 각성하게 만드는 소중한 녀석들이기에 그럴 수 없었다. 차에 밥부터 먹이고 집으로 돌아가 다시 가져오기로 했다. 괜히 서둘러서 이 사달이 났다고 구시렁거렸다.

 

주유소에 가서 차에 밥을 먹였다. 카드를 밀어 넣었더니 인식할 수 없다며 긁어 달라고 한다. 긁고 나서 주유를 마치고 영수증을 받아들고 차에 올라탔는데 안쪽 사무실에서 아저씨 한 분이 뛰어오더니 결제가 제대로 안 됐다며 카드를 달라고 한다. 영수증 나왔는데요? 라며 보여주니까 결제 오류라면서 영수증을 가리킨다. 아….

카드를 건네줬더니 제대로 결제가 됐다. 그 주유소를 이용한 게 한, 두 번이 아닌데 이런 적은 처음이다. 하필이면 늦었다고 서두를 때 이러냐.

 

집으로 돌아가 시동이 걸린 차를 주차장에 세워둔 채 시계를 가지고 나왔다. 다시 출발. 지방 도로지만 잘 닦여 있어서 달리기 좋다. 차도 많지 않고.

그런데 집에서 나온 지 한 시간도 안 되었을 무렵,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문자 메시지를 봤냐고 물어본다. 못 봤다고 했더니…. 했더니…. 담당 의사가 코로나에 걸렸단다. 그래서 진료할 수 없단다. 다른 선생님에게 진료받던가 다른 날로 다시 예약해야 한단다.

화들짝! 놀라 안 된다고, 집이 멀어서 가기 힘들다고, 이미 출발했다고, 다른 선생한테 진료받겠다고 했다.

 

 

아침부터 참…. 버라이어티하다.

 


 

차에 밥을 잔뜩 먹였을 때의 주행 가능 예상 거리가 537㎞였는데 고속으로 달리고 있으니 야금야금 올라가더니 100㎞ 가까이 달렸는데 예상 거리는 638㎞로 늘어나 있다.

2016년에 산 푸조 308의 연비가 16㎞ 조금 더 됐다. 지금 타는 차도 공인 연비가 16㎞ 정도 된다. 푸조 308은 1,600㏄에 디젤이었고 지금 타는 차는 2,000㏄에 휘발유인데도 그렇다. 현대 과학 기술의 힘이란 정말이지….

 

 

 

무료 도로로 안내하라고 했는데 톨게이트를 지나게끔 안내하기에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길지 않은 구간만 유료 도로로 달리게 하더라. 지방 도로를 이용해도 마산까지는 금방이었다.

 

집더하기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병원에 들어가니 로비가 휑~ 하다. 대체 왜 갈 때마다 상태가 이렇게나 다른 걸까? 지난번에는 시장통에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미어터졌는데 말이지. 아무래도 의사 한 명이 코로나에 걸렸으니 대기 시간이 길어질 거라고 여기저기 겁을 준 모양이다.

 

아무튼, 차례가 되어 진료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응?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코로나에 걸렸다던 원장과 굉장히 닮았다. 얼굴뿐만 아니다. 목소리도 닮았다. 헐?!

 

저 병원은 진~ 작부터 탈모 치료를 해온 곳이다. 그 덕분에 유명세를 치러서 돈을 갈퀴로 긁어모은다고 소문이 난 곳이기도 하다. 원장 처지에서는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병원을 넘기고 싶지 않겠지. 자식한테 세습시키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텐데, 그렇다고 해도, 아들한테 의사 하란다고 덜컥! 의사가 될 수 있는 건가?

 


 

아무튼. 진료실에서 대화하는 데 2분 정도 걸렸나? 그리고 88,000원 냈다. 하….

 

한 시간이면 서른 명인데, 오래 걸리는 사람도 있을 테니 스무 명 잡으면 176만 원. 하루에 여덟 시간 진료한다면 1,400만 원. 토요일에 오전 진료만 하고 일요일은 쉰다고 해도 한 달이면 3억을 훌쩍 넘긴다. 건물 임대료 내고 수도랑 전기 요금도 내야 하고 인건비도 들겠지만, 의사 둘이 저렇게 벌어대면…. ㄷㄷㄷ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진료를 마치고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아 왔다. 순식간에 30만 원이 날아간다. 돈 버는 건 힘들지만 쓰는 건 일도 아니다.

 


 

다음 일정은 광주. 하지만 일찍 넘어가는 게 오히려 애매한지라 어딘가 구경할만한 곳에 들러 보기로 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선택한 곳이 해양 드라마 세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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