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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2년 10월 13일 목요일 맑음 (두근두근/온통 여행/구독 서비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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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상급 기관에서 나와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평가한다고 한다. 그래. 우린 유난히 월급 도둑놈이 많은 조직이니까. 저런 게 필요하지. 문제는, 저런 짓거리가 월급 도둑놈들을 전혀 걸러내지 못한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 준~ 히 반복하고 있다. 그러면서 말하지. 최소한의 노력은 하고 있다고.

 

예전에는, 그러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5년 전까지만 해도? 월급 도둑놈들을 혐오했다. 그들의 해악은 단순히 월급을 훔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소중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동료의 노력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 뿐더러, 동료의 공을 가로채기도 한다. 혐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그런 존재가 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 ㅇㅇ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무척이나 의욕적으로 일했고,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지금은 있으나마나 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스스로 그걸 알지만 개선하고 싶은 의지가 전혀 없다. 그냥 이렇게,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벌써부터 이 모양인데, 조금 더 나이 먹으면 얼마나 개차반이 될까? 내가 그토록 혐오했던 이들보다 더 형편없는 인간이 되는 걸까?

 

 

평가는 그럭저럭 끝냈지만 얼토당토 않은 실수를 했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실수라서 만점 받기 싫어 일부러 틀렸냐는 농담을 들을 정도였다. 다른 사람이 똑같은 실수를 했더라면 엄청나게 비아냥거렸을 게 분명하다. '내가 이렇게 풀어졌고나.'하는 생각이 들어 어이가 없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이랬다면 기본도 모르냐고 나무랐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엄격한, 내가 혐오하는 인간이 되어 간다. 참... 하아...

 

문제는, 그걸 알면서도 크게 충격받지 않았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다는 거다. 30년 넘게 한 분야에 에너지를 태우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해당하지 않는다. 나는 이미 ○○○○에 대한 에너지를 다 태웠다. □에 대해 재미를 붙이고 덤벼들 무렵 쫓겨나는 바람에 혼자 미련이 남아 아쉬워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좋게 봐주는 것 정도일까?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 아, 이건 너무 당연한 거지. 내일은 근처 저수지로 드론을 가지고 산책하러 간다. 관제권이라서 드론 비행 자체가 불가능한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의 조언대로 고도를 낮춰 신청했더니 문제없이 통과가 됐다. 혹시나 담당자가 어디인지 몰라서 그냥 허가를 내어준 게 아닌가 싶어 냉큼 촬영하러 가려고 한다. 운동하러 자주 들락거렸던 공간에서 촬영한다 생각하니까 그저 신나더라. 오전에 한 번 찍고, 해질 무렵에 또 나갈 생각이다.

 

내일이 지나면 저녁 근무 한 번, 낮 근무 한 번이 있는데 주말이니까 마음 편히 출근할 수 있다. 두 번 출근하고 나면 다음 날은 울릉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싣게 된다. 그렇게, 2022년 10월은, 온통 여행이다. 잠깐 일하고, 여행을 떠나고, 또 잠깐 일하고, 여행을 떠나고. 그렇게 사는 게 말도 못하게 즐겁다. 두근거리고, 신난다. 여행에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기대는 잔뜩 되기 마련이고, 그 기대 때문에 일을 하는 것 같다. 참고, 버티고, 견디다가 잔잔하게 밀려오는 즐거움에 그런 감정들을 묻어 버리는 거다. 그게 여행의 힘이 아닌가 싶다.

 

빨리 써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써갈기는, 말 그대로 써갈기는 글은 항상 후회가 된다. 그나마 고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은데, 고쳐야지~ 고쳐야지~ 하다가 처음 쓴 그대로 남겨두는 바보 짓을 자주 한다. 이번에 고모를 모시고 다녀온 여행이 그렇다. 울릉도 가기 전에 빨리 손 봐야 한다. 울릉도 다녀오면 그 이야기를 또 써야 하고, 그 뒤의 여행도 준비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일본에 다녀올 거고. 참... 이래저래 할 일이 많고나.

하기 싫은 게 아니라 내가 좋아 하는 일이라 싫지는 않지만 부담스럽기는 하다. 보다 잘 쓰고 잘 찍어서 블로그만으로도 충~ 분히 먹고 살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뭐, 이제는 그런 꿈을 꾸는 게 지나치게 늦은 게 아닌가 싶지만.

 

자정이 지나버렸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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