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살았으니까 얼추 20년. 고향을 제외하면 백령도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군 생활하면서 4년 넘게 살았고 전역 후 취직해서 백령도에 또 들어갔으니, 전부 합치면 6년 정도 될까? 다른 곳에서는 길어야 3년 산 게 고작이니까.
섬은 지긋지긋하다고 그렇게 떠들어댔으면서 이번 달에 다녀온 섬만 해도 박지도, 반월도, 울릉도,... 특히나 울릉도는 배로 세 시간 반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인데 내 발로 다녀왔다. 이래서 절대 운운하지 말아야 한다. ㅋ
울릉도 여행은... 형편 없었다. 별 다섯 개 만점에 별 한 개 정도? 울릉도가 나빴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나는 패키지 여행에 절대 어울리지 않음을 깨달은 곳이 울릉도였다는 게 문제일 뿐이지.
여행 후기에 자세하게 쓰겠지만 전반적인 연령대가 상당히 높은 동네였다. 배 한 척에서 300명 넘는, 아니, 400명이 넘을까? 하여튼 수백 명의 사람이 쏟아지는데 그 중 80%는 60대 이상이 아닐까 싶다. 젊다고 해봐야 50대로 보이고. 20대는 정말 가뭄에 콩나듯 보였다. 아저씨, 아줌마도 아니고 영감, 할매들이다 보니 개차반이다. 공중 도덕은 개나 줘버린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실외에서 마스크 안 하는 건 당연하고, 가리지도 않고 기침해댄다. 아무데나 카악~ 거리며 침을 뱉고, 줄 서거나 말거나 밀치고 들어와 끼어든다. 사람 많은 곳에서 자기들끼리 꺄앙학학학~ 거리고 소리 높여 웃고, 허세 가득한 몸짓과 말투로 꼴값을 떨고 자빠졌다. 가관이다.
카카오 메이커스를 통해 439,000원을 냈고 혼자라는 이유로 싱글 차지 60,000원을 추가로 냈다. 따로 먹고 마시는 데 쓴 돈을 제외하더라도 50만 원이나 들여 다녀온 여행인데 그닥 만족스럽지 않아서 괜히 다녀왔다는 생각마저 든다. 뭐, 독도 땅 밟아 봤으니 그걸로 됐다고 자위하는 수밖에.
오늘은 저녁에 돈 벌러 가야 한다. 일찌감치 출근해서 빈둥거릴 생각이었는데 막상 가려니까 짜증난다. 그나마 ○○○○ AH 77I 를 안 봐도 된다고 생각하니 다행이다. 사람들이 꼼꼼하네 어쩌네 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게 상당히 돌려 말하는 거라는 걸 깨닫게 됐다. 들들들 볶아대는 꼰대 놈인데 좋게 말한답시고 꼼꼼하네 어쩌네 하는 거였다.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만들어내서 사람을 이상하게 몰아가고, 정작 자기가 원하는대로 하겠다고 했더니 거기서는 또 인심 쓰는 척 한다. 내가 어이 없는 건 반드시 해야 하는 그 일을 진행할 수 없는 게 내 탓만이 아닌데 내 탓을 하고 자빠졌다는 거다.
내가 19일까지 휴가인데 저 꼰대 AH 77I 가 20일부터 휴가다. 26일까지 내리 휴가인데 나는 26일부터 휴가다. 열흘 가까이 만날 수가 없는 거다. 그런데 그걸 내가 계속 휴가 가는 것 때문이라도 몰아 세운다. 휴가 가는 걸로 눈치 주고 있다. 갑질한다고 찔러버릴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반드시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대리인이 해도 되잖아? 저 휴가 기간에 다른 사람이 결재도 하고 업무도 대행하는데, 그 일은 반드시 본인이 해야 한다고? 대단한 일도 아닌데?
전화할 때 받아처버려야 했는데 찍 소리 못하고 당하고 있었던 게 너무 분하다. 전투력을 끌어올리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당해버렸다. 이제는 저 꼰대 놈과 적대 관계를 설정했으니 개소리하면 곱게 당하고 있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 받긴 하는데, 어쩌겠어. 그런가보다 하고 말아야지. 한 사이클만 돌면 또 쉰다. 그걸 기대하고 참아야지.
포항 여객선 터미널에 주차장이 있는데 하루에 5,000원이란다. 장애인과 유공자는 할인이 되고. 근처에 영일대 해수욕장 주차장은 무료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팁이랍시고 거기 차 세우는 걸 추천하고 있었다. 영일대 해수욕장 입구에는 여객선 터미널 이용자들은 주차하지 말라는 걸개가 걸려있고 말이지.
울릉도까지 왔다갔다 하려면 수십 만 원을 써야 하는데 주차비 몇 푼 아끼겠다고 해수욕장 찾는 사람들한테 폐 끼치는 짓 따위는 하고 싶지 않고, 그걸 팁이랍시고 공유하는 것도 우스운 일인데다가, 유공자 할인 받을 수 있으니까 그걸로 됐다 생각해서 그냥 터미널에 차를 세웠다.
주차비 계산하려고 유공자 유족증과 10,000원을 내밀었는데 유족증은 안 된다며 15,000원 내란다. 다른 공영 주차장은 다 되는데 왜 안 되냐고 하니까 먼 산 보면서 대꾸도 안 한다. 당장 담당자한테 전화해서 규정 알아보라며 따지고 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길 막고 서면 결국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주는 꼴이 되니까 그냥 15,000원을 냈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포항 지방 해양수산청에서 뭔 조합인가 어딘가에 위탁해서 운영한다더라. 바로 국민 신문고에 글 남겼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죄송하다고, 근무자 착오라고. 하!
저게 말이 되냐고. 터미널이 생긴 지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닌데, 돈 받는 사람이 유공자 본인만 된다고 말하며 먼 산 보고 무시하고 앉아 있는 게 말이 돼? 전화주신 여자 분이 미안함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기에 퉁명스럽게 대꾸해서 불만스러웠다고 했더니 하루에 수백 명 상대하다보니 그렇다고 핑계를 대더라. 사람 상대하는 게 일인 사람이, 사람 상대하는 것 때문에 퉁명스러워진다는 게 당연해?
나한테 오후 두 시 이후에 전화해서 환불에 대한 안내를 받으라기에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그 쪽에서 전화를 걸었더라. 영수증 받았냐니게 안 주더라고 하니까 카드로 결제했냐고 묻는다. 현금을 냈다고 했더니 그럼 통장 사본, 자동차 등록증, 유족증을 보내달라고 한다. 잘못은 돈 받는 양반이 했는데 불편함은 내가 고스란히 겪어야 하는 거냐고 했더니 죄송하단다. 전화 건 분이 무슨 잘못이겠냐. 괜히 거기에 짜증내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지. 게다가 7,500원 받겠다고 개인 정보 줄줄이 넘겨주고 싶지도 않다. 기본적인 규정도 모르고 일하는 사람이 있는 곳인데 내 개인 정보를 소중히 다뤄줄 리 만무하지. 7,500원 안 받고 말테니까 됐다고 했다.
그냥 넘어갈 줄 알았다면 오산이지. 여행 후기에 이 얘기는 또 쓸 거다.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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