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 ○○○ 터미널
원래는 1일 저녁에 퇴근하고 나서 가방을 꾸릴 생각이었다. 차곡차곡 예쁘게 가방에 넣는다 한들 일본에 도착해서 옷을 꺼내면 24시간만에 바깥 세상을 보게 되는 건데, 잔뜩 구겨진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좀처럼 짐쌀 생각이 들지 않더라.
……… 솔직히 귀찮아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그냥 잤다. 😩
아침에 일어나 가방을 펼쳐놓고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거의 3년 만에 일본 땅을 밟는 이번 여행, 캐리어는 시작부터 내 계획에 없었다. 엄~ 청 돌아다녀야 하는데 들들들들~ 다다다닥~ 요란한 굉음을 만들어내는 캐리어와는 함께 할 수 없었다. 캐리어와 백팩이 자기를 선택해달라며 요란하게 들이댔지만 내게 주어진 목걸이는 이미 백팩을 향해 있었던 거다. 😑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입을 대한민국의 유니폼을 가장 먼저 챙겼다. 서드 유니폼도 챙겼다. 애국심이 차고 넘쳐 질질 흐르는 사람은 아니지만 일본 사람에게도 일본 사람으로 오해 받은 적이 하~ 도 많아서, 한국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든 드러내고 싶었다. 티셔츠야 그렇다 치고, 허리에 고무줄 들어간 바지만 네 벌을 쑤셔넣고 나니 죄책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막 입고 다녀도 되는 걸까?
청바지라도 한 벌 챙겨야 하나 고민했지만, 지상고 170㎝가 채 안 되는 40 넘은 아저씨가 기를 쓰고 꾸며봐야 무슨 소용이냐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고보니 기를 쓰고 꾸민 여행에서도 참한 처자가 먼저 말을 걸어준다던가 하는 경험 따위는 없었다. 나한테 먼저 말 걸어주는 건 인공 지능 스피커(텔레비전이나 유튜브 영상을 제 목소리로 착각해서 종종 말을 겁니다. 😑)와 도를 아는지 궁금한 이들 뿐이었던 거다.
이번 여행은 어디를 가서 뭘 하겠다든가, 뭘 먹어야겠다든가 하는 목적 자체가 없다. 회사의 꼰대 ㅺ 때문에 짜증이 난 상태인지라 화를 풀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내 인생의 황금기로 기억하고 있는 일본 유학 시절을 떠올리고 싶기도 했다. 그게 여행의 목적이라면 목적. 이렇게 쓰면 일본 유학이 엄~ 청 오래 전 일인 줄 알텐데, 3년도 안 됐다. 2018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였다. ㅋ
아무튼, 짐을 꾸리다보니 방학 기간을 이용해 청춘 18 티켓을 사용해 5일 동안 홋카이도까지 갔던 일이 기억났다. 그 때 사용했던 가방이 무척 마음에 들어 색깔만 다른 걸 또 샀는데 그걸 이번 여행에 가지고 가는 거다.
청춘 18 티켓을 이용해서 오사카 → 홋카이도 ① (tistory.com)
2일부터 휴가였지만 1년에 한 번 있는 체력 검정을 받아야 했다. 오전에 출근해서 체력 검정을 받고 나니 열한 시.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 땀을 씻어내고 나갈 준비를 한 뒤 시계를 봤더니 뭔가 애매하다. 전신 육수 발산을 각오하고 움직이면 지하철 + 버스 콤보로 아슬아슬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비가 와도 뛰지 않아 상당수의 머리카락이 두피로부터 탈출한 양반 나으리니까, 느긋하게 가고 싶다. 결국 편하게 가자는 마음이 지갑을 이겨버렸다. 택시를 탔다.
자동차를 가졌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게 된 이후 택시를 탈 일이 거의 없었다. 오랜만에 탄 택시였는데 담배 냄새가 나서 지지리 복도 없다고 생각했다. 30분 정도를 달려 터미널에 도착하니 19,500원. 주행 요금에 경계 할증까지 붙었다. ○○○ 터미널에서 김해 공항까지 가는 버스 비용의 두 배. 젠장.
화장실에 들러 자발적 수분 손실을 하고 나서 버스 타는 곳으로 향한 게 열두 시 하고도 12분. 지하철과 버스를 탔더라면 '이러다 늦는 거 아냐?'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을 게다. 그래, 자고로 사람은 여유로워야지. 훗.
잠시 후 버스가 도착했다. 트렁크에 넣을 짐은 없으니까 짊어지고 있던 가방을 든 채 버스에 올랐다. 따가운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커튼을 치려고 보니 의자 뒤쪽에 끼어 있더라. 뽑아내는 게 귀찮아서 그대로 비타민 D를 생성하면서 갔다. 늦게 잔데다 아침부터 뜀박질한 탓인지 졸음이 쏟아졌다. 그대로 잠이 들었고 햇볕 때문에 깼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그렇게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저 멀리에 공항이 보인다.
문득 패스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일부터 9일까지 쓸 패스는 이미 결제를 마쳤지만 2일과 4일에 쓸 패스가 없는 거다. 간사이 공항에서 마이바라까지 제 값을 다 내고 타면 3,300円(간사이 공항 → 야스: 2,900円 + 야스 → 마이바라: 400円)이니 2,400円 주고 패스를 사는 게 훨씬 이득이다. 손전화로 서일본 JR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패스 두 개를 추가로 구매했다.
김해 공항
김해 공항은 2018년에 유학을 떠나면서 이용했던 적이 있는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설다. 안에 들어 갔더니 제주 항공 부스만 바쁘더라. 제주 항공이 잽싸게 일본 노선을 늘려서 한국인을 일본에 실어나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다.
예전에는 티켓을 받기 위해 여권만 보여주면 됐는데, 이제는 (3차)접종 증명서를 보여 달라고 하더라. 손전화에 이미지 파일을 저장해둔 게 있지만 그냥 인쇄한 걸 보여드렸다. 위탁 수하물을 올려달라 하시기에 가지고 탈 거라 했다. 가방이 꽤 크니까 당연히 위탁 수하물로 보낼 줄 아셨나보다.
갑자기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물으시기에 '어? 이렇게 갑자기? 여권 봤으니 나이를 알텐데, 아저씨 취향이신가?' 따위의 망상이 펼쳐질 뻔 했다. 비상구 쪽 자리를 주기 위해 묻는 거였다. 비상구 쪽 자리는 등받이를 뒤로 눕힐 수 없지만 앞쪽 공간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이코노미 석의 등받이라고 해봐야 병아리 눈꼽만큼 눕혀지는 게 고작이니까 다리 쭉 뻗고 가는 게 훨씬 낫다.
1층으로 내려가 미리 예약한 포켓 와이파이를 받았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속 썩였다는 글이 꽤 있던데 죄다 동그랗게 생긴 신형 기기더라고. 그래서 일부러라도 구형 기기를 받으려 했는데 신형 밖에 없는 것 같더라. '일본에서 안 터지면 SIM 카드 사지, 뭐.'라 생각하고 그냥 받았다.
다음으로 할 일은 국제 운전 면허증 발급 받기. 아이슬란드에 갈 때 받은 적이 있는데 유효 기간이 1년인지라 지금은 효력이 없다. 평소에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데 혹시라도 갑자기 보여달라 하면 곤란할 것 같아 차에 두고 다니는 용도로 발급 받을 생각이었다(운전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그런 적이 없긴 하다. 😑). 검색을 해보니 3층에 있단다. 올라갔다.
면허를 발급해줄 만한 곳이 안 보여서 다시 확인해보니 3층에 있다는 건 인천 공항 얘기였다. 김해 공항은 1층에 있단다. 글을 대충 읽어서... 😑
면허증 발급은 물 건너 갔고, 하루종일 아무 것도 안 먹었으니 배도 고프고. 다시 3층으로 올라가 식당으로 향했다. 주문용 키오스크가 두 대 있었는데 미처 보지 못해서 직원에게 주문을 했다. '이걸 먹어야겠다.' 싶은 메뉴가 없었던지라 '일본에 가기 전에 빨간 녀석을 먹자.'는 생각으로 육개장을 골랐다.
공항에 입점한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이래서 걸려야 한다고 생각하며 휘휘 저어 한 숟갈 떠먹었는데... 세상에나. 수십 번의 상가 방문 경험을 포함하더라도 이 집이 육개장 맛집이다. ㅋㅋㅋ 배가 고파서 그렇게 느낀 것일까?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 뒤 일찌감치 입국 수속을 하러 갔다. 비행기에 100㎖가 넘는 화장품을 가지고 타면 안 된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꺼내서 버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들어가보고 걸리면 빼자.'라고 생각했다. 걱정하고 있었는데 깔~ 끔하게 통과. 응? 괜찮은 건가? ……… 괜찮은 거다. 가방에 넣은 줄 알았는데 집에 두고 갔더라. ㅋㅋㅋ
인터넷으로 미리 질러놓은 면세품을 찾으러 갔다. 외국에 나갈 때면 딱히 필요하지 않아도 뭔가 자꾸 지르려 든다. 최근에는 1,000$로 상향되었다는데 얼마 전까지는 600$였으니까 꾸역꾸역 60만 원을 채워서 뭔가를 사려고 하는 거지. 안 사면 손해보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번에는 살 만한 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관심있게 보는 건 전자 제품인데 대부분은 인터넷에서 사는 게 싸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마스크 열 장 짜리 두 개와 멀티 충전기만 샀다. 마스크는 색깔이 특이해서 지른 거였고, 멀티 충전기는 이미 두 대를 가지고 있지만 집에 고정하다시피 해서 쓰는 거라 여행 다니며 쓸 생각이었다.
면세점 특유의 두꺼운 봉투에 담아주시기에 그냥 주셔도 된다고 했다가 다시 달라고 해서 일단 받았다. 면세점 앞 의자에 앉아 제품만 가방에 넣고 상자는 고이 접어 나빌... 쓰레기 통에 넣었다. 면세점 봉투는 두툼해서 버리기가 아까우니까 가방에 쑤셔 넣었는데 여행 기간 내내 빨래감 담는 바구니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받길 잘 했다. ㅋ
밥 먹고 면세품도 찾고 나니 정말로 할 일이 없다. 시간은 많이 남았고. 커피라도 마셔야겠다 싶어 어슬렁거리며 10번 게이트 앞까지 걸어갔다. 날이 더우니 아이스 커피를 주문했더니 5,000원이란다. 오냐, 오냐 했더니 할아버지 수염 잡아당기는 손자를 보는 기분이다. 커피 값이 왜 이렇게 건방져졌냐?
뜨거우면 식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라도 있지, 그런 것도 없어서 순식간에 다 마셔버렸다. 4번 게이트 앞에서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그 쪽으로 갈까 하다가 사람이 많아서 그냥 9번 게이트 앞에 자리를 잡았다. 태블릿으로 블로그에 올릴 글의 초안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슬슬 타러 가야겠다 싶어 4번 게이트 앞으로 이동했는데 탑승 지연 방송이 나왔다. 10분 정도 늦어진단다. 16시 20분이 되자 탑승을 시작하겠다는 방송이 나와 사람들이 우르르~ 줄을 섰는데 그 상태에서 10분이 늦어진다는 방송이 또 나왔다. 사람들 줄 세워놓고 뭐하는 짓이람? 오래 걸릴 것 같아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 와중에 에어 부산은 칼 같이 시간 지켜가며 이륙 준비를 마쳤다.
김해 공항 → 간사이 공항
비상구 쪽 자리에 앉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비상구 쪽만 세 명씩 꽉꽉 채워놨더라. 일행이 없다면 한 명만 앉혀도 될 정도로 빈 자리가 꽤 있었는데 말이지. 그렇다 해도 밀폐된 공간에 사람이 바글거리는 환경이라는 건 울릉도 갈 때와 다를 바가 없는데 별로 짜증이 안 난다. 역시, 마음의 문제인 모양이다. 그냥 할저씨, 할줌마들이 싫은 거다. 나도 어디 가서 젊... 늙은 축에 속하니 이런 말 할 입장은 아니지만.
비행기에서 내려 한~ 참을 걸었다. 꽤 걸어가니 공항 직원이 MySOS의 파란 화면(사전에 백신 접종 정보와 여권 정보 등을 제대로 입력하면 배경 화면이 파~ 랗게 변한다.)을 보여주고 지나가라 한다. 급하게 앱을 실행해서 보여주며 지나쳤다. 길을 따라 계속 걷다 보니 NEC의 컴퓨터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잔뜩 앉아있는 곳에 도착했다. 참하게 생긴 처자 두 명이 앉아있는 곳으로 안내를 받아 Visit Japan Web에서 갈무리한 QR 코드를 보여줬다. JR Ticket Office에 가서 표도 사야 하니까 빨리 좀 해줬음 좋겠는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참을 버벅거리더니 컴퓨터가 다운되었다며 다른 자리로 안내해준다.
그런데 거기에서도 계속 에러가 떴다. 하도 안 되니까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어 '혹시 유학 때 사용했던 여권과 지금 가지고 있는 여권이 달라 그런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Visit Japan Web에서 갈무리한 QR 코드를 읽어들여도 계속 오류가 나니까 결국 앱을 실행해서 QR 코드를 들이댔다. 그래도 안 된다. MySOS의 QR 아니냐니까 아니라고 하더니, 오류가 반복되니까 MySOS로 해보자고 한다. 바로 통과됐다. 아오, 씨~
드디어 입국 심사장에 도착. 안내하는 직원이 서라는 곳에 섰는데 다른 줄에서 사람이 두, 세 명 빠져나가는 동안에도 앞에 있는 사람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오늘 뭔가 단단히 재수가 없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심사 받던 사람이 다시 빠져 나온다. 기계가 고장났단다.
옆 줄로 옮겨 서서 다시 한~ 참을 기다린 끝에 겨우 입국 심사가 끝났다. 위탁 수하물이 없으니까 바로 밖으로 빠져 나갔다. 3년 만에 간사이 공항을 보는 거니까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았는데 예전과 달라진 게 없어서인지 뭉클까지는 아니고, 몽~ 클~ 했다가 이내 그 감정이 사라진다. 느긋하게 움직이고 싶지만 이미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으니 서둘러야 했다. 바로 2층으로 올라간 뒤 JR Ticket Office로 향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덥다. 그렇지. 일본에서는 12월까지 덥다고 생각하며 생활했던 것 같다. 반팔 티셔츠 위주로 챙겨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 몸에 열이 넘치는 제 기준입니다. 한국에서도 12월까지는 반바지 입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2일에 간사이 패스, 4일도 간사이 패스, 5~9일까지 간사이 와이드 에어리어 패스 두 장, 전부 네 장이라고 했더니 당황하며 급히 받아 적는다. 일단 2일과 4일에 쓸 패스는 받았다. 예전에는 JR 패스만 줬는데 뭔가 잔~ 뜩 준다. 대충 보니 한큐線, 케이한線 등을 탈 수 있는 패스 교환권이다. 예전에는 이런 게 없었던 것 같은데.
이제 5일 짜리 패스를 받아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여권도 가지고 있냐고 물어보더라. 없다고 했더니 그럼 안 된단다. 여권이 필요하단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더니 결제한 건 취소를 하고 다시 한 장을 사라고 한다. 마음이 급하니까 일단 한 장을 다시 결제하고 나서 예약 번호를 알려주고, 처리가 되는 동안 한국에서 결제했던 걸 취소했다. 취소 수수료로 1,120円이 날아갔다. 젠장... 이렇게 또 멍청 비용이...
입국 수속이 오래 걸렸고 JR Ticket Office에서도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 그래서 예상했던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마이바라까지 가는데 어떻게 가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하루카를 타고 야스까지 간 뒤 거기에서 갈아타라고 알려준다. 손전화로 검색했을 때에는 나오지 않는 루트였기에 가는 방법이 인쇄된 종이를 소중히 들고 나왔다. 열차 출발까지는 10분이 채 남지 않았지만 어디에서 타는지 아니까 서두르지 않고 ICOCA(간사이 지역에서 사용되는 교통 카드 겸용의 IC 카드)에 10,000円을 충전했다.
JR Ticket Office 옆에 티켓 자판기가 있습니다. 난카이線이나 JR을 탈 수 있는 표가 없다면 여기에서 구입하게 됩니다. 희한한 건, 갈 때마다 한국인 떼가 두 자리를 잡아먹고 있다는 겁니다. 얼마 짜리 표를 사야 하는지 잘 모르니까 자판기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것 같은데 꼭 서너 명이 모여서 그러고 있더라고요. 좁은 자판기 앞에서 그러고 있으니 옆 자판기까지 차지하게 되고, 기계 앞에 사람이 있으니 당연히 그 사람이 쓰고 있는 것 같아 보여서 다른 사람이 이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안내하는 직원이 있으니 물어보던가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ICOCA는 간사이 지역에서 사용되는 IC 카드입니다. 선불 충전식이고요. 최대 20,000円까지 충전할 수 있습니다. 16,000円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5,000円을 충전하려고 하면 오류가 발생합니다. 일본은 대중 교통이 민영화되어 있기 때문에 노선도 많고 운영하는 회사도 다양합니다. 회사가 다를 경우 환승이 되지도 않고요. 때문에 표를 구입하는 게 번거롭고 어려운 편인데요. ICOCA가 있다면 신경쓰지 않고 다녀도 되니 편리합니다. 버스 같은 경우 거리에 비례해서 요금이 올라가는 구조인데 탈 때 정리권이라 부르는 종이를 뽑아 요금을 낼 때 같이 내야 합니다. 우리와 다른 시스템이라서 불편하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할텐데요. 역시나 ICOCA가 있다면 우리나라에서처럼 탈 때 한 번, 내릴 때 한 번 찍으면 됩니다. 자판기 중에 IC 카드를 지원하는 기종이 있으면 현금 없이 음료를 뽑아 마실 수도 있습니다. 음료 버튼을 먼저 누른 후 카드를 갖다 대면 됩니다. ICOCA의 가장 큰 장점은 동전이 생기지 않는다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부가 가치세에 해당하는 소비세가 10%로 오르면서 1円, 5円 짜리를 거스름 돈으로 받을 일이 줄어들긴 했습니다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1円과 5円 짜리를 일상 생활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계속 쓰면 되니까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동전은 골치 아픈 존재가 됩니다. 이 때 ICOCA를 쓰면 동전이 생길 일이 없습니다. 로손, 세븐 일레븐, 패밀리 마트 등에서 ICOCA를 쓸 수 있고요. 계산할 금액이 얼마라고 알려줬을 때 ICOCAでお願いします(이코카데 오네가이시마스: 이코카로 부탁합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그리고 나서 앞에 있는 단말기에 카드를 갖다 대면 삐릭~ 하고 결제가 됩니다. |
간사이 공항 → 마이바라
JR에서 운영하는 쾌속 열차인 하루카는 30분에 한 대 편성되어 있습니다. 간사이 공항 → 텐노지 → 신 오사카 → 교토 → …에서 멈춥니다. 한국 여행자들은 교토에 갈 때 주로 이용합니다. 간사이 공항에서 교토까지는 80분 걸립니다. 운임은 2,900円이니까 2,400円으로 하루동안 (서일본)JR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간사이 패스를 구입하는 편이 낫습니다. 간사이 공항 바로 다음 역인 린쿠 타운에는 멈추지 않으니까 주의하시고요. 교토까지는 대부분의 역을 건너 뛰지만 그 뒤로는 정차역이 많아집니다. 하루카는 5호 차, 6호 차가 자유석입니다. 큰 짐이 있다면 입구의 보관용 자리에 두고 타시면 됩니다. 앉아 있으면 검표원이 표를 확인하러 옵니다. 표를 확인하고 나면 보통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보니까 일본어를 모르더라도 어디까지 간다고 대답해주면 됩니다. 일본어를 듣고 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으면 영어로 질문할 겁니다. |
지연되었다는 말이 없었는데, 도착할 때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달리고 있다. 열차가 멈췄을 때 밖을 봤더니 야스에서 갈아타야 할 열차 정보가 표시되고 있었다. 굳이 종점인 야스까지 가지 않고 환승해도 되는 모양이다. 내려서 갈아타려고 가방을 들쳐멨는데 문이 닫혀 버렸다. 구글 지도에서 확인해보니 종점인 야스까지는 좀 더 가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계획대로 야스에서 내리기로 했다. 호텔 위치를 확인하려고 예약 앱을 켰는데 22시 이후에는 체크인이 안 된다고 쓰여 있다. 응? 뭐라고?
숙박 시설이 문 잠그는 일이 있겠냐...라 한다면, 있다. 게스트하우스 중 저런 식으로 몇 시 이후에는 전화하라고 문 닫아버리는 경우가 있다. 호텔은 대부분 24시간 체크인이 가능하지만, 저렴한 체인인 토요코인이니까, 그리고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에서 저렇게 써놨으니까, 걱정이 되더라. 부랴부랴 메시지를 보냈는데 안 본다. 혹시나 싶어 전화를 걸었더니 벨이 한참 울리다가 자동 응답으로 넘어간다. 당황해서 더듬더듬 조금 늦을 것 같다고 얘기를 했는데 할 말을 다 하고 나면 어떻게 하라는 안내가 없었다. *도 한 번 눌러보고, #도 한 번 눌러보고. 아무 반응이 없기에 '끊으면 알아서 녹음되겠지.'라 생각하고 종료 버튼을 누르려는데 뭐라고 뭐라고 녹음된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손가락이 빨랐다. 종료를 눌러 버렸다. 만약 체크인 안 해주면, 근처 다른 숙소에서 자고 돈 돌려 달라고 징징거리던가 해야지. 에효... 그나저나, 로밍 차단했는데 전화가 되네? 괜찮나 이거? 요금 폭탄 맞는 건 아니겠지?
한국에 돌아온 뒤 실시간 요금을 통해 확인해봤더니 하루에 3분의 무료 통화를 주더고만요. 그 덕분에 따로 통화료가 부과되지는 않았습니다. SKT입니다. |
하루카가 야스에 도착하는 게 21:04였고 야스에서 마이바라까지 가는 열차는 21:16에 출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하루카가 연착되어 21:20이 다 되어서야 야스에 도착했다. 원래대로라면 야스로 향하는 열차는 이미 출발했을 시각인데 그 녀석도 연착(……… 😑)되어 9분 늦게 도착한다고 표시되는 중이었다.
9분 늦으면 21:25 도착일텐데 좀 서둘렀는지 22분이 되니 열차가 들어왔다. 냉큼 올라탔더니 엄청 밟아대는 게 느껴지더라. 하루카보다 빠르게 느껴졌다. 앱을 켜서 속도를 확인해봤더니 110㎞/h였다. 하루카에서 좀 밟는다 싶어 확인해본 속도가 99㎞/h였으니까 확실히 일반 열차가 더 빠르다. ㅋ
도착해서 역을 빠져나오니 딱 22시. 다행히 역 바로 앞이 토요코인이었다. 정문에 도착하니 22:01이다. 설마 1분 늦었다고 체크인이 안 된다고 할까 싶어 들어갔더니 걱정한 게 무색하게끔 노란 제복 입은 여직원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호텔 예약 앱에서 잔뜩 겁을 주는 바람에 괜히 쫄아가지고.
배가 고파서 체크인만 한 채 그대로 다시 나왔다. 근처에 식당이 보이지는 않기에 편의점이 어디 있나 알아봤다. 좀 걸어야 하더라. 일본에서 살 때에는 상자로 사서 쌓아두고 마셨던 오후의 홍차와 맥주를 사고, 안주로 먹을 오징어도 골랐다. 이 오징어가 진짜 먹고 싶었다. 배를 채워야 하니까 도시락은 두 개. 순식간에 3,000円 넘게 써버렸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예전에는 당연하다는 듯 봉투를 줬는데 이제는 꼬박꼬박 봉투가 필요하냐고 물어본다는 것. 봉투 값을 따로 받기 때문이다. 10円 찍히는 것 같더라.
3년 만에 가리가리군(아이스크림) 씹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가 짐을 내팽개치고 도시락부터 먹으... 려... 했는데... 젓가락이 없다. 달라고 안 해도 알아서 넣어주는데 편의점 알바가 깜빡한 모양이다. 젠장. 젓가락 받으러 다시 왔다갔다 하기가 번거로우니까, 아이스크림 막대기로 대충 먹었다. 하나는 야끼소바였고 다른 하나는 돈가스 정식이었는데 워낙 배가 고파서인지 꿀맛이더라. 젓가락 대신 써야 했던 아이스크림 막대기도 의외로 불편하지 않았고. ㅋ
배가 부르니 만사 귀찮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한국에 있었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가지고 간 태블릿으로 유튜브에 접속해서 이런저런 영상을 보면서 맥주를 마셨다. 예상대로, 이동해서 숙소에 도착하는 것만으로 하루가 끝났다.
▶◀ 이태원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몸과 마음을 다친 분들의 쾌유를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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