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여관에서 추월산 용마루 길에 대해 들은 뒤 가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출발. 우리나라 여기저기, 다 잘 되어있다고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경치였다.
부지런히 사진 찍고, 널찍한 공간이 나오기에 주섬주섬 드론을 꺼냈다. 마침 지나가던 할저씨, 할줌마들이 드론을 보고 한 마디씩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드론에 대해 거부감이 전혀 없는 편. 다들 신기해하며 한 마디씩 던지고 간다. 그 중에 할저씨 한 분이 '저러다 없어지기도 하겠네요?'라기에 알아서 찾아온다고 대답했다.
저 할저씨, 예언가이거나 주술사임이 분명하다. 이 글은 순창 용마루 길이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추락한 드론을 찾아헤맨 고생담!
적당히 사진을 찍고 나서 드론을 꺼냈다. 시간이 갈수록 바람이 무척 강해지긴 했는데 내가 길을 나섰던 아침 무렵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부지런히 사진을 찍다가, 영상 하나 남겨야겠다 싶어 C(Cinema) 모드로 바꾸고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인공 폭포 쪽을 먼저 찍고 나서 다리 아래로 드론을 통과 시켜 반대쪽의 담양호를 대각으로 스윽~ 훑어가며 찍는 거지. 원하는대로 날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면에 풀이 비친다 싶더라니, 투둑 탁탁! 하고는 추락해버렸다. 😱
어? 이게 뭐지? 어? 잽싸게 다시 날개를 돌려봤지만 장애물 때문에 회전이 안 된단다. 이게 뭐냐. 이를 어째? 말 그대로 멘탈이 부서졌다. 집 나가는 정신을 간신히 부여 잡은 뒤 추락 지점으로 향했다. 추락 지점은 당연히 길이 없는 곳. 평소 같으면 절대로 가지 않을 길이다. 게다가 뱀 조심하라는 안내가 있었는데 누가 봐도 뱀 나올 것 같은 곳이다.
그냥, 포기하고 싶었다. 보험도 들었으니까 20만 원인가 얼마인가 내면 새 기체를 받을 수 있다. 그래, 포기하자. 그렇게 마음 먹었는데... 저장된 사진과 영상을 생각하니 안 되겠다 싶더라. 사진 찍겠답시고, 영상 찍겠답시고, 사전에 허가를 받네 어쩌네 고생하며 찍은 건데. 일단 찾아보기라도 하자.
데크와 야산의 높낮이 차이가 가장 적은 곳을 찾아내어 데크를 넘어갔다. 컨트롤러에 표시되는 드론의 위치와 내 위치를 비교해가며 천천히 다가가는데 사방이 풀숲인데다 옷에 달라붙는 이상한 풀때기들 투성이라 금방 걸레짝이 되어버렸다. 옷 따위를 신경쓸 때가 아닌지라 드론을 향해 가는데 뱀 나올까 겁은 나지, 옷에 뭐가 자꾸 달라 붙지, 발에도 뭐가 엉키지, 총체적 난국이다. 악전고투 끝에, 정말 만신창이가 되어 드론이 있다는 곳까지 왔는데 소리내는 버튼을 아무리 눌러봐도 감감무소식. 소리가 안 난다. 드론 찾기를 하면 빼액~ 빼액~ 시끄럽게 운다는데, 아무 소리가 안 나더라. 환장하겠다.
그 와중에, 과열로 인해 기체 전원을 차단한다며 드론이 꺼져버렸다. 초소형 드론인지라 모터에서 열이 굉장히 많이 나는데 평소에는 이걸 비행하면서 맞은 편에서 부는 바람으로 식히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실내라던가 바람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는 과열된다. 펌웨어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실내에서 모터를 회전시키지 않고 기체만 켤 때가 있는데 그 때에도 어김없이 과열 메시지가 떴다. 그래서 맞은 편에 선풍기를 켜놔야 했다.
추락하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고나. 기체 과열이라며 꺼져 버리다니. 젠장할... 소리도 안 나고, 기체 전원은 꺼져 버렸고. 그나마 다행인 건 컨트롤러에서 마지막 위치는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안 보인다. 기체가 작고 가벼우니까 깊이까지 들어가지는 않았을텐데... 부딪치는 순간 탁! 떨어졌음 나무가 풀이 엉켜 있는 곳 위에 있을텐데...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게다가 거기서 뭐하냐고 한 소리 들을 것 같아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이거야말로 한강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 손전화를 꺼내 검색을 해봤다. 혹시나 소리를 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나 싶어서. 없더라. 그런 방법은 없었다. 고객 센터에 전화했더니 한국 사람이 맞나 싶은 억양으로 기체가 꺼지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더라. 미치겠다, 진짜.
컨트롤러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켰다. 혹시나 GPS 위치가 달라질까 싶어서. 다시 켰더니 아까보다 약간, 약~ 간 다른 지점으로 표시가 된다. 그쪽으로 옮겨 갔다. 이렇~ 게 날아오다가, 저기서 탁! 부딪쳤을 거고, 그러면 여기에 떨어졌을 건데... 혼자 소설을 써가며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안 보인다. 제발~ 제발~ 수백 번을 되뇌이며 찾던 그 때!!! 보인다!!! 한강 백사장에 떨어진 바늘이 보인다!!!
마른 나뭇가지 덤불 안쪽에 기체가 떨어져 있었다. 잽싸게 달려가 주워 들었다. 날개 한 쪽이 접혀 있더라. 이러니 다시 모터를 돌리려 해도 안 돌아갔지. 나중에 녹화된 영상을 보니 추락 후에도 내가 다시 모터를 돌리려 해서 움찔! 움찔! 하는 게 보이더라.
못 찾을 줄 알았는데... 천만다행이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용마루 길이고 나발이고 만사 귀찮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깊이 들어갔더라. 뱀 나올까봐 무서워하면서, 100만 원 짜리 드론 찾겠다고 숲에 들어갔다가 뱀에 물리면 이 무슨 바보 짓이냐 하면서, 힘겹게 빠져 나왔다. 한쪽 구석으로 가서 옷에 붙은 온갖 이상한 풀때기들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국민학교 때나 보던 걸, 30년이 지나서 보게 되다니.
그렇게 한~ 참 동안 옷에 붙은 풀때기를 떼어내야 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 잠시 고민을 했다. 계속 길을 따라 걸어야 하나, 그냥 되돌아가야 하나.
드론 찾는다고 힘을 다 써버리는 바람에 만사 귀찮았지만 온 김에 좀 더 보자 싶어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넓은 곳에 도착해서 다시 드론을 꺼냈다. 혹시나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모터 돌려보고, 제대로 뜨는 것만 확인한 뒤 바로 내렸다. 뭐, 오래 오래 비행하면 언젠가 겪을 일이었을텐데, 지나치게 일찍 경험했다. 찾느라 고생도 엄청 하고. 이래서 보험은 꼭 들라고 한 모양이다. 😭
이상, 용마루 길 다녀온 이야기랍시고 쓴 드론 잊어버릴 뻔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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