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됐나? 다른 곳에서 일하던 큰 선배 한 명이 내가 일하는 곳으로 왔다. 30년 가까이? 넘게? 아무튼 퇴직까지 2년 정도 남았다 하니 엄~ 청 선배다. 나이도 상당히 차이나고, 경력도 그렇고, 아무튼.
입사해서 지금까지 가구 만드는 일만 해온 사람(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거지, 실제 업무가 그렇다는 건 아님)인데 퇴직을 앞두고 집 짓는 파트(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거임)로 옮겨온 거다. 둘 다 나무를 다룬다, 베고 다듬고 끼워 맞춘다 등, 하는 일이 비슷하긴 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2주 정도 우리 일을 배운 뒤 업무에 투입이 되었는데, 당연히 일이 서툴다. 그러니 저 양반 뒤에 근무를 들어가면 별에 별 뒤치닥거리를 다 하게 된다. 문제는, 실력이 부족해서 실수하는 게 아니라 엄벙덤벙하기 때문에 실수하고 있다는 거다. 예를 들면 소나무라고 입력되어 있는 걸 참나무로 바꿔야 하는 경우, 뒤에 있는 나무는 그대로 두고 '소'만 지운 뒤 '참'으로 바꾸면 되잖아? 그걸 굳~ 이 고쳐서 참니무로 바꿔 놓는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저런 실수를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까, 당연히 맞을 거라 생각하고 체크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발견해서 고치기 일수. 게다가 저건 새발의 피다. 차마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짜잘짜잘한 실수가 차고 넘친다.
나도 사람인지라, 앞 사람이 저렇게 저질러 놓고 퇴근하면 짜증이 많이 난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해서 한 달 가까이 참았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대놓고 짜증을 좀 냈다. 그랬더니 한 달만 참으란다. 정년 퇴직까지 2년 정도 남았는데 한 달 뒤에 그만 둘 생각인 걸까?
아니, 나는 저런 사고 방식이 맘에 안 든다. 실력이 부족해서 실수하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신경 쓰면 될 일인데 고칠 생각은 안 하고 참으란다. 본인이 실수하지 않을 생각은 하지 않고 참으라고? 원인 제공은 자기가 하면서, 나보고 참으라고?
당사자 앞에서는 찍~ 소리도 못하다가, 뒤에서 왱알왱알 까대는 모습을 보니 전형적인 우리 회사 사람이고나 싶더라. 경력도 있고, 나이도 있으니 나서서 미운 소리도 할 줄 알아야 되는데 본인 앞 길에 돌이라도 놓일까 싶어 싫은 소리는 절~ 대 안 하다가, 한~ 참 아랫 사람 붙잡고 한탄하듯 뒷담화질.
가장 확~ 깬 건, 업무 때문에 귀찮은 전화가 여러 번 왔는데 본인이 아는 게 없으니 그 전화가 반갑지 않은 거다. 뭘 물어보면 잘 모른다고 어버버~ 하다가 다른 사람 찾아야 하니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는지 전화 벨이 울리니까 입사한 지 5개월 된 사람한테 전화 받으라고 떠넘기더라. 그 꼴을 보고 정나미가 확! 떨어졌다.
교회 다니지, 담배 피우지, 개인적인 것도 나와 맞는 게 없는데 하는 꼬라지를 보니 나와는 1도 맞는 구석이 없고나 싶더라. 내가 요즘 다른 사람들과 대화 나누면 자~ 꾸 자기 자랑으로 흘러가는 게 느껴져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저런 양반들과 나를 비교하니 자랑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나는 적어도 후배한테 일 떠넘기고 자리 비우거나 개뿔도 모르면서 아는 척 나대서 여러 사람에게 피해 끼치는 짓은 안 하거든.
'나는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하고 다짐하는 계기가 된다. 아무튼, 예전에는 낮 근무가 참 싫었는데 요즘은 저녁 근무 들어가는 게 꺼려진다. 저 양반이 싸지른 똥 치우는 게 일과가 됐다. 진~ 짜 싫다.
요즘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윗 대가리 눈치도 안 보고, 일도 고만고만해서 긴장이 안 되고, 딱히 어렵다 싶은 일이 없다보니 말과 행동이 거침없이 막 나가는 것 같다. 중간 관리자는 개인 감정으로 업무 평가한 게 나한테 딱 걸려서, 하필 그 따위로 평가한 대상이 나라서, 내가 자기 눈 밖에 나도 잔소리할 엄두도 못 내는 상태. 요즘은 출, 퇴근 전에 인사도 안 하는데 전혀 나무라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의 눈에 안 띄는 게 도움이 되는 상태인 거다. 근무 중에도 딱히 어렵다거나 힘들다 싶은 게 없고. 항상 이럴 때 입을 잘못 놀리거나 행동을 잘못해서 무덤을 판다. 그걸 알고 있으니까, 조심해야 한다. 출근하면 최대한 입 다물고, 얌전히 앉아 시간이나 보내다 와야지. 월급 도둑질만 안 하면 된다. 받은 만큼만 일하고 오면 된다.
이번 주는 근무 좀 바꿔 달라고 해서 저녁 근무만 세 번이다. 수요일에 쉬는데 드론 들고 가서 영상이나 좀 찍어올까 싶다.
금방 끝날 거라 생각해서 오늘 겨울 옷을 정리했는데 생각보다 한참 걸렸다. 힘들긴 오질라게 힘들고. 그래도 난장판이었던 거실이 조금이나마 깔끔해진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슬슬 겨울 이불 빨아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광주도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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