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장소가 연결되는 경우가 꽤 있다. 오래 전 일은 대부분 잊혀서 기억이 나지 않고, 서태지의 크리스말로윈을 들으면 제주의 한적한 도로가 떠오르는 게 그나마 가장 예전 일이 아닐까 싶다. 그게 2017년이었던가? 성산인지 어디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사람도 없고 차도 없는 한적한 곳에서 노래를 듣던 게 생각난다. 지난 해 11월에 일본의 세키가하라에 갔을 때에도 노기자카 46의 'バンドエイド剥がすような別れ方'를 계~ 속 들었던지라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세키가하라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앉아 있을 때를 떠올리게 된다.
저 때 테일러 스위프트의 'Anti-Hero'로 엄청 들었는데 가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한참을 끙끙거려야 했다. 나이 먹으면 깜빡깜빡하는 일이 많다는데, 나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세월은 나만 피해 가지는 않는다.
나보다 나미 먹은 사람들의 한심한 행동을 보면서 '나도 나이 먹으면 저렇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살아보니 그렇게 걱정했던 일들은 대부분 나에게도 적용이 되더라. 요즘 노래 안 듣고 젊었을 때 듣던 노래만 듣는다던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과거 회상이 잦아진다던가.
같이 일하는 영감 하나가 기본적인 일도 못하면서 개소리나 지껄여대고 있어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에 나도 나이 먹으면 저 따위가 될까 싶어 걱정이 되는 요즘이다. 생각해보니, 교대 근무 할 때마다 기본 업무조차 안 되는 쪼다 ㅺ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본사에 있을 때 한 달에 한 번 내지는 두 번 정도 야근을 해야 했다. 우리 회사에서 야근이라 함은 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게 아니라 밤을 꼴딱 새우는 근무를 말하는 거다.
주말에 야근을 하게 되면 일이 꽤 늘어난다. 토요일 근무자는 금요일과 토요일 상황을 종합해서 일요일 근무자에게 넘겨줘야 하고, 일요일 근무자는 금, 토, 일요일 상황을 종합해서 월요일 아침에 다른 근무자들에게 인계하고 퇴근해야 한다. 내가 일요일 근무인데 토요일 근무자가 금, 토요일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해놓았다면 할 일이 줄어드니 무척 편하지만, 토요일 근무자가 엉망진창으로 해놓고 퇴근해버리면 고스란히 다 뒤집어써야 한다.
ㅇㅇㄷ라고, 선배랍시고 자기 할 말만 하고 남 말은 안 듣는, 더럽게 이기적인 ㅺ가 있었더랬다. 정말 못된 놈이라는 생각이 들어 속으로 엄청 욕하고 싫어했다. 저 ㅺ가 토요일 근무였는데 일요일 아침에 교대하러 갔더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아예 새로 시작하는 게 나을 정도였다. 짜증내며 3일치 자료를 종합해서 결과물을 만들었다. 월요일 아침에 퇴근하면서 업무와 관련된 브리핑을 마치고, 한 말씀 드리겠다고 한 뒤 주말 근무를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한 마디 했다.
일요일에 쉬고 월요일에 출근한 ㅇㅇㄷ라는 사람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변명이랍시고 말 같잖은 소리를 늘어놓기에 따박따박 까댔더니 얼마 못 버티고 "그래, 나 근무 못한다 AH 77I OF !" 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며 급발진했다. "근무 못하는 게 자랑입니까?!" 하고 맞섰고 사람들이 말려서 못 이기는 척 씩씩거리며 사무실을 빠져 나갔더랬다. 15년 전 얘기다.
저 사람 같지 않은 ㅺ는 진작에 퇴직했고 최근에 자식 결혼한다는 소식이 게시판에 올라왔던데 축의금은 당연히 할 맘이 1도 없지. 심지어 죽었다는 소식 들려도 명복 따위 빌어줄 마음이 전혀 없을 정도로, 여전히 미워하는 사... 아니, 사람 취급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근무지를 옮긴 이후에도 근무를 너무 못해서 힘들게 만드는 양반이 하나 있었더랬다. 나와는 입사 년도가 별로 차이나지 않는데 근무 못한다고 갈구면 자기가 선배라고 목에 힘주던 양반이었다. 일을 너~ 무 못해서 가는 곳마다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본인만 그걸 몰랐다. 자기는 근무를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라 착각하며 살았다. 저 사람 뒷 근무를 들어가면 일이 늘어서 굉장히 짜증스러웠다. 결국 사람 대접 안 하고 무시했더니 '사람이 말을 하면 눈을 봐야지.' 라며 한 마디 하기에 '사람 같지 않아서 안 본다.' 고 해서 또 한 번 시끄러워졌더랬다. 지금은 예전 일이라 생각해서 그냥저냥 말은 섞고 있지만, 저 사람 무능한 건 여전한지라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 같이 일하는 양반. 처음부터 뭔가 나와는 맞지 않았던 양반. 일은 못하는데 가르쳐주면 배울 생각은 안 하고 그 자리만 피하려 든다. 파워포인트로 뭔가를 만들 때 글꼴이나 색깔, 크기 등을 하나로 맞춰 달라 했는데 그것조차 못하면서, 내가 질알하니까 자기보다 해당 업무를 더 잘 안다는 이유로 사람을 쪼아댄다고, 전문 지식으로 갈군다고 사방팔방 떠들어대고 다닌다. 그렇잖아도 이 동네에서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 저 양반 덕분에 제대로 빌런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저 뻔뻔함을 용납할 수가 없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뒷 사람한테 떠넘기면 미안해해야 하지 않나? 노력하는데 안 된다고 변명하면서 하는 꼬라지 보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수다 떨고, 전에 있던 부서에 전화해서 여기 할 거 하나도 없다며 편하다는 개소리나 하고 자빠졌다. 가해자가 피해자 코스프레 하며 다니는 통에 엄청 짜증스럽다.
그래도 참는답시고 참고 있는데 태도에 불만이 드러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만나는 자리에서마다 힘들다고 징징거려 더 꼴보기 싫다.
지금까지는 저 ㅄㅺ한테 짜증내고 질알했는데, 오늘부터는 그냥 내려놓으려 한다. 근무는 엉망일 게 분명하니 인수인계 받고 자시고 할 거 없고, 빨리 비키라고 밀어낸 뒤 나 할 일 하련다. 그리고, 그동안 사무실에서 말이 너무 많았다. 이제 닥치고 있을 생각이다. 회사에서 업무와 관련된 대화 외에는 아~ 예! 안 할 생각이다. 그래야 내가 살 것 같다. 해야 할 일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 하는 것들한테 질알했더니 왜 질알이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불쌍한 척 해대는데 다른 사람들은 거기에 반응을 해버리니 방법이 없다.
그냥, 다 7H AH 77I 라 생각하고 무시하며 버티는 수밖에. 그리고, 올 여름에 여기를 떠야 한다. 지긋지긋하다.
서세원이 캄보디아에서 죽었단다. 한 때 엄청난 권력을 가졌던 사람인데 순식간에 무너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가정 폭력까지 드러나 바닥까지 떨어졌더랬지. 재기한답시고 외국으로 나간 모양인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죽음을 맞이했다.
댓글을 보니 추모하는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많이 미움받는고나 싶더라. 죽어서도 미움 받는 삶이라... 나는 지금 당장 죽으면 저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나. 아둥바둥 해봐야 다 헛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위에서 언급한 한심한 영감, 저 따위로 일해도 월급 받으며 할 거 다 하고 사는데 나도 그 따위로 살자 싶기도 하다. 그게 안 되겠지만서도.
아무튼. 저녁 근무 때마다 스트레스 받는 데 지쳤다, 나도. 이제는 포기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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