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얘기부터. 항상 일어나던 시각에 일어나 씻고 돈 벌러 나갔다. 타이밍이 잘 맞으면 기다리지 않고 우회전해서 큰 도로에 합류하는 게 가능한데 어제도 그랬다. 내 앞에 단 한 대도 없는 상황. 맨 앞에 서서 좌회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신호가 들어와 좌회전을 하는데 맞은 편에서 미친 듯 달려오는 7H AH 77I 한 마리.
왕복 6차로인지라 쌩쌩 달리는 차가 많아서 노란 불이 꽤 길게 들어오고 빨간 불이 켜진 후 맞은 편에 초록 불이 켜진다. 즉, 내가 초록 불을 봤는데 맞은 편에서 처 달려오는 7H AH 77I 라면 빨간 불을 보고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오히려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는 거다. 마음 같아서는 확 들이받아버리고 싶지만 목숨이 하나인지라 그렇게는 못하겠고, 블랙박스에 녹화된 영상으로 신고하고 싶지만 잔뜩 가속하고 있는 차라서 번호판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 그저, 저 따위로 운전하다가 비명횡사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7H만도 못한 AH 77I.
좌회전해서 직진하는데 3차로에 있던 차가 갑자기 내가 달리고 있던 2차로로 들어온다. 감속하지 않으면 들이 받는 상황. 대체 왜 저 따위로 운전하는 걸까? 운전하는 내 몸이 쏠릴 정도로 급감속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던지라 급하게 1차로로 넘어갔다가 다시 2차로로 돌아갔다. 저래놓고 어디 가서 위협 운전 당했다는 개소리하고 다니려나?
아침부터 뭔 똥 쓰레기들이 이렇게 많냐... 한숨 쉬며 가던 길 가는데 이번에는 1차로로 아반떼 한 대가 쌩~ 하고 지나간다. 좌회전 차로인데 그냥 직진해버린다. 이 동네에 처음 왔을 때 2, 3차로는 유난히 밀리는데 1차로만 휑~ 하기에 달리다보니 좌회전 전용 차로라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달리는 꼬라지를 보니 몰라서 달리는 건 아닌 것 같더라. 그대로 직진해버리더니 앞에서도 깜빡이 안 넣고 차로를 넘는다.
급똥 시그널이라도 온건지 이리저리 차로 옮겨다니며 꼴값을 떨더라. 그리고 어느 정도 더 달렸을 무렵, 1차로를 막고 서행하는 차량 발견. 초보 운전 딱지가 붙어 있었으니 뭐라고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그 와중에도 왜 1차로에서 저러고 있나 싶긴 했다. 깜빡이를 넣는다면 양보해주는 사람이 적지 않을테니 초보자라도 차로를 옮길 수 있을텐데. 많이 무서웠던 걸까?
평소에도 운전하다보면 별에 별 꼴 같잖은 것들을 많이 보지만 불과 10분 동안 희한한 것들을 잇달아 보다 보니 오늘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아침에 약 먹다가 약 포장 케이스에 손가락 끝을 베였더랬다. 조짐이 좋지 않다.
다행히도 일하는 동안 큰 일은 없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한가한 편이었다. 근무 평가서 쓰라기에 지난 번에 썼던 거 그대로 붙여넣기 해서 냈다. 공 들여 쓸 필요가 없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한다고 제대로 평가해주지도 않거니와 근무 능력이 승진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본사에서 눈에 자주 띄는 애들 위주로 승진 시키고 지사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사람들은 찬 밥 신세지. 게다가, 입사 후 만난 월급 도둑 5적(ㅇㅊㅇ, ㅇㅇㄷ, ㅈㄱㅇ, ㅂㅇㅈ, ㅇㅈㅂ)은 죄다 ○○이었다. 저 따위로 해도 승진하니까, 뭐.
그러고보니 일주일 후면 승진 발표인데, 이번에도 기대를 하지 않는다. 휴가 중에 교육 받으라고 하기에 부당한 지시라서 따를 수 없다고 했더니 앙심을 품고 있다가 근무 평가를 형편없이 준 7H AH 77I 가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제대로 평가를 할 리가 없지. 그저 내가 조직의 윗선에 신고할까 전전긍긍하는 게 전부인, 그저 개자식이다. 그냥 포기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승진시켜 주겠지. 안 시켜주면 마는 거고.
퇴근하려고 나왔더니 은행에서 연락이 여러 번 왔더라. 왜 그랬나 추측해보니, 대출이 끝나가고 있는데 연장할 것인지 물어보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 뭐, 연장해야지. 갚을 돈이 없으니까.
앱으로 자동 연장 신청하려고 보니 이자가 1% 오른다. 일본에서 유학할 때 돈 떨어져서 퇴직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건데, 2%로 시작했던 이자가 4%까지 올랐다. 단 한 번도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갚고 있는데 꾸역꾸역 이자를 올리고 있으니, 결국 연체하는 사람으로 인한 손해를 꾸준히 이자내는 사람에게 받아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식 산다고 쓴 돈이 본전만 쳐도 당장 찾아버릴텐데, 100만 원 넘게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니 본전 생각이 나서 포기하지를 못하겠다. 수수료 뜯겨도 본전 찾는 수준만 되면 바로 찾아서 차 값부터 다 갚고, 부지런히 모아서 대출부터 없애야겠다 생각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먹고 마시고 쓸데없는 거 질러대는 소비 습관부터 고쳐야 하는데 고칠 마음이 없으니, 결국 투덜거리는 게 전부인 모양. 금융 전문가에게 자문 받겠다고 현 상황을 떠들면 틀림없이 야단부터 맞겠지. ㅋ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운동하러 갔다.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레슨하러 온 코치를 상대로 한 게임 했다. 죽는 줄 알았다. 옆구리가 너무 아프더라. 상대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치는데, 나만 미친 듯 뛰어다니니까 이렇게 되는 거다. 그래도 운동 같은 운동 한 것 같아서 개운하긴 했다. 달랑 두 게임하고 지쳐서 집으로 돌아왔다. 맥주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제주는 비바람 때문에 난리였다는데, 빗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는 게 맞나 갸우뚱하고 있을 무렵 빗소리가 들려 밖을 보니 바람도 제법 불고 비도 꽤 내린다. 하루종일 이런다고 했는데 잠깐 그러더니 말더라.
그러고보면, 이 동네는 눈 보기도 어렵고 일단 날씨만 놓고 보면 참 좋은 곳인데 희한하게 정이 안 간다. 빨리 떠야겠다는 생각 뿐.
이번 달 21일에 강원 원정이 있어서 보러 가려고 한다. 21일 아침에 출발해서 국도 따라 올라가면서 대충 구경 좀 하고, 숙소에 체크인 한 뒤 경기장으로 이동해서 축구 보고 쉴 예정. 국도 달리다가 한적한 곳이 보이면 드론으로 차량 추적하게 해서 영상 한 번 찍어보고 싶은데, 민폐 끼치지 않고 가능할랑가 모르겠다. 그러다가 문득, 경기장에서 드론을 띄워 촬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드론원스톱에서 확인해보니 드론 비행에 제한이 없는 구역이다. 하지만 저런 장소는 대부분 드론원스톱과 별개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송암 스포츠타운에 물어보려고 했는데 하필 열두 시. 점심 시간일테니 조금 기다렸다가, 13시가 넘으면 전화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된다고 하면 드론원스톱에 촬영 신청 넣어야지.
안 된다고 거절할 것 같은 예감이 들긴 한다. 저고도 비행을 하거나 경기장에 진입하지 않고 관중석에서만 띄워 전경 정도만 찍겠다고 해도 안 된다 하더라고. 안전 사고를 우려하는 것이겠지만 미성년자도 아니고, 충분히 조심하겠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거부하는 게 아닌가 싶어 언짢긴 하다.
홈페이지에 글 남기는 게 가장 편하긴 한데 온통 출장 안마 광고인 것을 보니 관리가 아예 안 되는 모양이다. 전화를 했는데... 안 받는다. 계속 통화 중이라고 나온다. 30분째 시도하고 있는데 이럴 수 있나? 오늘 공휴일이라 근무하지 않으니까 전화기를 아예 내려놓은 건가?
오늘은 월급 도둑놈이 휴가 가서 꼬라지를 안 봐도 되는 날이다. 게다가 휴일이라 꼰대들도 없다. 일찌감치 씻고 시간 외 근무나 하러 들어가야겠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해서 엄청 졸릴 것 같은데 사무실에 가서 커피 마시면서 버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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