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 근무를 하고 나서 축구 보고 왔더니 체력이 완전히 방전되었다. 말도 못하게 졸리더라. 바로 자야 했는데 안 자고 버티다가 자정이 넘어 잠이 들었다. 평소보다는 덜 깨면서 잘 잤고 여섯 시가 채 안 되어 깨는 바람에 태블릿 붙잡고 시간을 보내다가 안대를 쓰고 다시 잠을 청했다. 찔끔 더 자고 일어나 시계를 보니 아홉 시.
월급 날이지만 추가로 나오는 게 개뿔도 없어서 그닥 기쁘지 않다. 컴퓨터 앞에 앉아 빈둥거리다가 라면을 끓여 배를 채우고 빈둥거렸다. 비 오고 나서 좀 시원해졌다 싶더라니, 또 엄청 덥다.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는 날씨다. 5월인데 이러면 7, 8월에는 대체...
멍 때리고 있다가 도서관에 다녀와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다섯 권 빌려 왔는데 소설 두 권을 대충 읽은데다 한 권은 빌려볼 책이 아니라는 생각에 주문을 해서 금방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가방에 주섬주섬 책을 넣고 자전거에 올랐다.
얼마 가지 않았는데 체인이 빠져 버렸다. 체인이 빠지는 일은 종종 있었으니까 주위에 있는 나뭇가지를 주워 끼워넣으려고 하는데 크랭크에 붙어 있던 플라스틱 커버가 떨어져버리더라.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천천히 살펴보니 볼트가 다 어디로 빠지고 없더라. 거기에다 고정이 되어야 하는 부분도 부서져버렸고.
그 자리에서 고칠 수가 없으니 일단 조심해서 도서관까지 타고 갔다. 책을 빌려 돌아오는 길에 대학교 근처의 커다란 자전거 가게에 가지고 갔더니 맞는 부품이 없다며 따로 주문해야 한단다. 레이싱 유니폼을 입은 할아버지가 관심 없다는 듯 대충 말하기에 그냥 돌아왔다. 지나다니며 본 게 전부지만 어쩐지 가고 싶지 않더라니, 첫 인상이 정확했다.
자전거 제조사 홈페이지에 가보니 해당 부품은 팔지 않고 있었다. 검색해보니 48T 크랭크 커버를 사면 된다는데 만 원도 안 한다. 직접 사서 갈까 하다가, 스로틀이 떨어져서 덜렁거리는 상태이기도 하고, 동력이 전달 되다 말다 하는 문제도 있고 하니 지역 대리점에 맡겨야겠다 싶어 전화를 걸었다.
크랭크 커버는 주문해야 하는데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고, 스로틀은 직접 봐야 알 수 있단다. 자전거를 산 지 얼마 안 됐는데, 그닥 험하게 타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러네. 적당히 고쳐서 중고로 팔고 새 걸 살까 고민이 된다. 배터리 수명도 다 되서 주행 거리가 말도 못하게 짧아졌는데 용량이 큰 걸 새로 사려니 엄청 비싸더라고. 그럴 바에는 다른 회사 제품으로 사는 게 낫지 않을까? AU 테크, 유명하다고 해서 샀는데 판매 후 서비스가 형편 없다.
내일은 낮 근무고, 모레는 산에라도 다녀올까 고민 중이니 언제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 내일 퇴근하고 가봐야 하려나. 어중간한 거리를 갈 때 자전거를 무척 애용했는데, 자꾸 탈이 나서 영 언짢다.
승진 발표가 났다. 제목에 쓴 것처럼 이번에도 실패. 너댓 번 겪다보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을텐데, 기분이 좋지는 않다. 나보다 한~ 참 떨어진다 싶은 것들도 줄줄이 승진하는 마당에, 혼자 계속 물 먹고 있으니까.
2018년에 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때 승진했었을까? 순서대로라면 그 때 1번이긴 했는데 복직한 후에도 계속 이렇게 미끄러지니 그 때에도 후배들한테 밟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입사 동기는 이미 나보다 두 계단 위로 올라간 사람도 있는데, 동기들 중에 유일하게 승진 못하고 있다. 후배들한테 밟힌 지 오래이고. 이번에 승진한 사람 중에 입사 초기 내가 가르친 사람도 있다.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사람 AH 77I 로 취급하지 않는 ㅈㅈㄷㅈ 똥구멍 빠느라 정신 없는 AH 77I 인데 이번에 승진했다. 나로써는 최악의 결과. 뭐,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승진은 남들보다 한~ 참 늦어졌고, 출세하기 위해 아둥바둥하고 싶지도 않다. 남들한테 일 잘 한다 소리 들어봐야, 내가 몇 년 전에 만들어놓은 엑셀 파일이 여전히 쓰이고 있다고 만날 떠들어봐야, 결국 승진하지 못하고 계속 미끄러지는 패배자일 뿐이지.
승진 발표도 났겠다, 이제는 전반기에 ㅇㅇ으로 옮기는 것만 생각하면 되겠다. 이 거지 발싸개 같은 곳을 하루 빨리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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