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퇴근할 시간이 되었는데 교대해야 하는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행사랍시고 단체로 연극보러 가서 돌아오지 않은 것이었다. 나와 교대하는 사람은 왔으니까 땡~ 하자마자 퇴근했다. 나는 내 근무를 마쳤고 인수인계도 끝냈으니 굳이 의리네 뭐네 남아서 지키고 있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고.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방구석에서 맥주 마시며 빈둥거리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자전거도 고칠 겸 운동하러 가기로 결정.
타고 있는 전기 자전거의 지역 전문점이라는 곳에 가서 크랭크 커버를 달았는데 2만 원이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배송비 포함해야 만 원 넘을까 말까던데. 그냥 내가 사서 달 것을, 괜히 맡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품을 사서 볼트만 조이면 될 일인데.
스로틀이 덜렁거려서 얘기했더니 육각 렌치로 나사 풀린 걸 조여줬다. 몰라서 그렇지, 알고 나면 간단하고만. 인터넷으로 부품을 사서 직접 고칠까 하다가 굳이 수리점에 가지고 간 건, 스로틀을 당기면 모터가 돌다 말다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치는 김에 그 얘기를 했더니, 한숨을 쉬면서 다 뜯어봐야 한단다. 일단 가장 저렴한 게 스로틀이니까 스로틀을 바꿔 보고, 그래도 안 되면 또 뭘 바꿔보고, 그래도 안 되면 모터를 손봐야 한단다.
자전거 가격이 60만 원이지만 모터와 배터리 때문에 비싼 거지 자전거 자체는 중국산 싸구려란다. 지역 전문점 사장이 저렇게 말하니, 뭐. 3년 탔다니까 오래 탔단다. 뽕 뽑은 거란다. 핸들이 눕혀놓은 3자 모양으로 구부러진 쌀집 자전거는 한 번 사면 수십 년을 탔는데, 온갖 기술이 발전한 21세기에, 인공위성을 띄워 어디에서나 인터넷이 터지는 세상에서, 자전거 수명이 3년이라고?
10만 원 정도에 내놓으면 누가 사가도 사가지 않을까? 중고로 넘기고 새 걸 살까 하는 마음도 있지만, 통장에 돈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고, 좀 더 타기로 했다.
자전거를 고치는 게 예상보다 빨라서 학교 체육관에 10분 일찍 도착했다. 문 열고 들어갈 수 있지만 그냥 다른 사람을 기다리기로 하고 빈둥거리다가 밴드에 들어갔는데... 체육관 조명 시설에 문제가 있어서 수리한다고 운동 쉰단다. 다섯 시간 전에 공지가 올라왔더라. ㅋㅋㅋ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편의점에서 맥주 사고. 술 처마시며 보냈다.
금요일. 어디라도 다녀올까 싶었다. 지리산 당일치기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 포기했는데 다섯 시에 눈이 떠지니 다녀와도 되지 않을까 싶더라. 일곱 시에 도착해서 버스 타고 간 뒤 오르기 시작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하루 전에 마신 술이 깨지 않은 것 같아서, 음주 단속했는데 술이 덜 깨서 혈중 알콜 농도가 높게 나온다면 망하는 거다. 결국 산에 가는 걸 포기했다.
그렇게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자니 죄를 짓는 기분이다. 어디라도 다녀오고 싶다. 드론을 꺼내서 펌웨어 업데이트가 있는지 봤는데... 없네. 방전된 배터리만 충전했다. 지난 번에 띄우고 나서 완충한 뒤 고이 모셔놨을 뿐인데 60% 밖에 안 남았더라. 배터리 기술이 형편없다.
어디라도 가서 드론이라도 날릴까 싶었는데 막상 가려니까 귀찮다. 결국 차 끌고 나가 집더하기에 간 뒤 술이랑 안주만 사들고 왔다.
낮술 마시기 시작. 술 마시면서 「 옥토패스 트래블러 2 」를 했다. 체험판으로 세 시간까지 할 수 있어서 술 마시면서 하다가, 잠이 와서 누웠다. 패드를 손에 쥔 채 뒹굴거리며 게임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세 시간을 채웠다. 튕겨나갈 줄 알았는데 진행 중인 게임은 계속 할 수 있더라. 응? 그렇다는 것은... 체험판 설치해서 켠왕하면 돈 주고 안 사도 되는 거? ㅋㅋㅋ
피곤하기도 하고 나른하기도 해서 싹 다 끄고 잤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피곤하다. 더 자고 싶은데 잠이 오지 않는다. 발열 안대까지 써봤지만 한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결국 그냥 일어났다. 컵라면에 어제 먹다 남은 치킨(놀랍겠지만 이제는 치킨이 남는 꼴을 내 눈으로 보게 된다. 그렇게 늙어가고 있다.)을 곁들어 배를 채우고 일기 쓰는 중.
「 옥토패스 트래블러 2 」를 좀 해보니 딱 내 스타일이다. 뭔가 「 파랜드 택틱스 」 분위기도 나고. 배송 기다리고 어쩌고 하느니 그냥 온라인 판을 살까 싶었는데 누가 엔딩 보고 나서 5만 원에 팔았다고 글을 썼더라. 소장하면 좋겠지만 가지고 있는다고 평생 할 것 같지 않으니 나도 그렇게 할까 싶어 검색해보니, 파는 곳이 없다. 죄~ 다 품절이고, 한정판을 7만 원대에 팔고 있어서 냉큼 눌렀더니 타이틀은 없고 비닐 뜯은 한정판 구성품만 저 돈에 파는 것이었다. 미친 ×들 많네, 진짜.
어차피 일할 때에는 게임할 시간이 없으니 당장 지르지 말고 좀 기다려봐야겠다. 뭐, 그래봐야 며칠 못 가 온라인에서 다운로드 받을 게 분명하지만.
오늘, 내일은 주말 근무라 그나마 널널. 다음 주 월, 화, 이틀만 버티면 하루 쉰다. 그 때에는 진짜, 근처 산에 다녀와야겠다. 그나저나 강원 원정 따라 가서 축구 보고 잘 숙소를 알아봐야 하는데 만사 귀찮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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