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알람 울리기 한 시간 전에 눈이 떠졌다. 제일 피곤한 경우 되시겠다. 다시 잠들기도 어렵고, 그대로 일어나고 싶지도 않은, 어중간한 때라서.
다시 자보려고 이리저리 뒤척거렸지만 결국 실패했다. 태블릿 붙잡고 시간을 보내다가 여섯 시가 넘어 씻으러 들어갔다. 대충 씻고 나와 편하게 입고 밖으로 나가니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진짜, 비를 부르는 몸이다. 부슬부슬 내리다가도 내가 나가면 그 순간부터 쏴아아~ 하고 쏟아진다. 희한하기도 하지.
집 근처의 롯데리아에 처음 가봤다. 24시간 운영하는 곳이라는 것도, 드라이브 스루라는 것도, 미리 검색해서 알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좌회전 했을 곳에서 유턴해서 차를 돌려 롯데리아에 가서 햄버거를 주문했다. 아침부터 햄버거 열 개를 주문해서 좀 놀랐나보다. 10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일곱 시도 안 된 시각에 배달 바이크가 나가더라. 그 시각에 햄버거 배달 시키는 사람이 있다는 게 조금 놀라웠다. 남들처럼 휴일에 쉬지 못하고 일하러 가야 하는 사람이 급하게 끼니 때우려고 주문한 걸까? 아침 일찍 눈이 떠진 엄마가 아이들에게 먹일 햄버거를 주문한 걸까? 아무튼, 비 오는 날 바이크 타고 배달 가는 사람들을 보니 나는 복에 겨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지 발싸개 같은 직장이라고 궁시렁거리지만 더울 때 시원하게 일하고, 추울 때 따뜻하게 일하는 게 어디냐. 적당히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데 욕심만 커진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같이 일하는 계약직 직원들, 정규직 직원들과 햄버거를 나눠 먹고 일과를 시작했다. 날씨 탓인지 딱히 바쁘지 않아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 화장실에 다녀온 직원이 난리가 났다며 호들갑을 떤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화장실에서 물이 역류해 복도까지 물바다가 되었단다. 확인해보려고 갔더니, 말 그대로 복도까지 물이 넘어왔다. 문제는, 그냥 물이 아니라 똥물이라는 거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누가 똥덩어리를 남겨두고 그냥 튀었다. 그걸 보고는 청소 당번이 인상을 쓰며 물을 내렸는데 안 내려 가더란다. 그래서 뚫어보려 했는데 안 되서 포기했단다. 그 후 누가 또 그 꼴을 보고 짜증내며 물을 내렸겠지? 그런데 막혀서 안 내려가는 거다. 그런데 뭐가 잘못된 건지 물이 계~ 속 흘러 내려와 변기에서 넘쳐버렸고, 화장실의 메인 배수구도 막혀서 결국 그 똥물이 복도까지 넘어와버린 거다.
당직 근무자에게 연락했더니 부랴부랴 왔는데 하필 친분이 있는 선배였다. 꼴을 보더니 바로 장화로 갈아신고 고무 장갑을 낀 채 배수구 뚫으려 하더라.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나와는 확실히 비교된다. 저러니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고나 싶더라. 얼마 후 계약직 직원들이 뭣도 모르고 불려 왔다가 졸지에 똥물을 치우는 일에 동참하게 됐다.
배수구가 아예 막혀 있었기 때문에 쓰레기 통을 가져와서 쓰레받이로 물을 퍼 담은 뒤 밖에 물을 버렸다. 그 짓을 수십 번 반복해야 했다. 냄새는 냄새대로 나고, 짜증은 짜증대로 나고. 하지만 내가 짜증내면 아무 것도 모르고 끌려왔다고 똥물 푸고 있는 계약직 직원들이 더 힘들어 할 것 같아 잘하고 있다고, 조금만 참자고 다독이며 같이 치웠다. 그 와중에 선배 두 명은 장화 신고 배수구 뚫으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었고.
두 시간 정도 작업한 것 같다. 결국 안 뚫려서 물을 다 퍼냈다. 대충 일이 마무리되어가는 것 같아 잽싸게 자리로 돌아간 뒤 쓰지 말라고 인쇄해서 화장실 입구에 붙였다. 얼마 후 선배가 하나 뽑아와서 붙이라고 하기에 붙여놨다고 했다. 그 정도 일머리는 있다. ㅋ
정오가 되기도 전에 만신창이가 됐다. 언더 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었고. 정말 힘들더라. 짜증도 났고. 잠시 앉아서 쉬다가, 청소에 동참한 계약직 직원들을 매점으로 불러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라고 했다. 내가 화장실을 막은 것도 아니고, 내가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냥 같이 고생했으니까 한 푼이라도 더 버는 내가 뭐라도 사줘야 할 것 같았다.
먹고 싶은 거 다 고르라는데도 눈치 보면서 주춤거리기에 막 집으라고 했는데도 3만 원이 채 안 나왔다. 맛있게 먹으라 인사하고 나는 다시 일하러 갔다.
염병할 ㅺ가 와서 홀짝거리며 커피 처마시고 있기에 본체만체 하고 있다가 인수인계 써놨으니 보면 된다 하고 눈도 안 마주치고 그냥 나왔다. 꼴도 보기 싫다. 진짜, 혐오스럽다.
지난 주에 삼성전자가 미쳐 날뛰어서 본전 가까이 갔다고 썼는데, 오늘! 드디어 수익이 났다. 확인한 시점 기준으로 0.01% 이익이다. 2,750원 벌 수 있다고 나오더라. ㅋㅋㅋ 하지만 팔면 수수료 떼어 가고 어쩌고 하느라 결국 마이너스가 되겠지. 게다가 LG 디스플레이에서 10만 원 가까이 까먹... 고 있었는데 저것도 오른다. 이게 무슨 일이냐. ㅋㅋㅋ
삼성전자 주식으로 본전만 나오면 무조건 팔고 다시는 주식 쳐다도 안 보겠다고 큰소리 쳤는데, 사람이 진~ 짜 간사하다. 욕심이 난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되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수수료 포함해서 이익이 나면 바로 팔아버려야지. ㅋ
오늘, 내일, 이틀 일하고 나면 하루 쉰다. 다음 달 중순이나 되어야 휴가가 있어서 쉴 수 있으니 2주 정도는 꼬박 근무만 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힘들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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