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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3년 09월 07일 목요일 맑음 (병원)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3.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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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만에 병원에 가는 날이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서 가도 항상 기다리게 된다. 너무나도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한 칸 걸러 한 칸씩 자리잡고 앉아, 스마트 폰만 쳐다보고 있다. 겉으로 봐서는 어디도 아파 보이지 않는데, 다들 마음이 아파 병원을 찾았겠지. 나도 그 중 한 사람이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 처음 방문한 사람이 왔다. 이번 주는 어렵다고, 다음 주도 안 된다고, 빨라야 다다음 주라고 하니까 알겠다며 그냥 돌아가더라. 마음이 아파 힘든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데 놀랐다.

 

같은 부위에 상처가 나도 느끼는 고통이나 흐르는 피의 양이 다르다. 열 사람이면 열 사람이 다 다르다. 그러니, 고작 그 정도로 상처 받느냐고 비아냥거리거나 멘탈이 약하다고 나댈 필요가 없다. 아픈 사람에게는 위로와 치료가 필요할 뿐이다.

 


 

내가 벌레 취급하는 그 ㅺ는 누구보다 아픈 사람이다. 기본적인 업무도 안 되는데 배울 마음도 없고, 남에게 해를 끼치고 있음에도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데다, 자기 대신 누군가가 자신이 싸지른 똥을 치우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저런 중환자에게는 매가 약인데, 곤죽이 될 때까지 쥐어 패버렸음 좋겠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 내가 없는 동안 우리 업무를 언급하며 이게 뭐가 중요하냐고, 이거 못한다고 대한민국이 없어지냐고 했다는 말을 듣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런 논리라면 저 ㅄㅺ야말로 당장 없어져야 한다.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저 나이 먹고 저 따위로 살고 있는 걸 보면서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곤 한다.

 


 

내일부터 또 쉴 수 있게 되었다. 순창에 가서 차를 세워두고 대중 교통을 이용해 아버지한테 가서 낮술 한 병 까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가려니까 귀찮음이 앞선다. 꼼짝도 하고 싶지 않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서 참 돌아다니기 좋은데 왜 이럴까 싶다.

 


 

파파야 이후 가장 좋아하는 걸 그룹인 오마이걸에 미미라는 멤버가 있다. 본인이 원하는 건 걸 크러시 쪽인데 회사에서 프릴 있는 옷 입히고 귀여운 척 하라 하니 너무 힘들었단다. 하지만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낸 덕분에 지금은 예능에도 출연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니, 나도 지금의 힘든 시기를 이겨내면 밝은 미래가 오ㄹ...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안 든다. 지금의 나는 아무 목표가 없다.

 

돈을 모아서 집을 사야겠다, 땅을 사야겠다라는 목표도 없고, 그저 하루하루 즐겁게 살면 좋겠다. 일을 그만두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빈둥거리고 싶다. 하지만 모아놓은 돈이 없으니 일을 하지 않으면 그렇게 살 수 없다. 뭐, 누구나 다 마찬가지라 생각하지만.

 


 

일단은 오늘 하루만 잘 버티자. 내일부터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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