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자존심?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쪽으로 꽤 강한 쪽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이 되었든 간에, 내가 그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없으면 기분이 확~ 나빠지는 거지.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두 살 어렸던 아이들 틈에 섞여 대장 노릇 한 게 원인이 아닐까 싶지만 심리학 쪽으로는 아는 게 쥐뿔도 없으니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상황에서든 대장이 되고 싶어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나는 소총 전문가인데 폭탄이 매설된 현장을 발견했을 경우, 당연히 폭탄 전문가에게 맡기는 거지. 다만, 저런 상황이 벌어질 게 예상되는 경우 내가 선호하는 폭탄 전문가와 동행하는 것에 대해 방해 받거나 간섭 받고 싶지 않아 하는 거다. 이건 누구나 그렇지 않나? 내가 잘 하는 일에 대해 보다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A가 필요한데 지휘부에서 B를 추천하면 A가 낫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잖아?
받는 만큼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받는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게 일하면서 대우 받기를 바라는, 형편없는 작자가 있어 깠더니 그 ㅄ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나라면 창피해서라도 저렇게는 못할텐데, 낯짝이 얼마나 두꺼운 건지.
그 전까지는 내가 모진 사람, 날카로운 사람 등으로 취급 받으며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저 영감이 동정표를 좀 샀지만, 내가 우울증으로 적당히 쉬는 동안 직접 겪어본 사람들은 뒤늦게나마 깨닫게 된 거다. 내가 했던 말은 저 ㅄ을 상당히 순화했다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지는 건 없다. 여전히 저 ㅄ은 나와 같이 일하는 중이고, 여전히 자기가 잘났다 생각하며 부당한 대접을 받는 줄 안다. 나는, 당연히 저 ㅄㅺ를 사람 취급 안 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10월이 됐다. 포항의 일본 원정에 맞춰 여행을 갈 생각이었다. 하필 J 리그에서 ACL 진출권을 얻은 팀이 죄다 도쿄 근처에 있는 팀인지라 도쿄로 가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고모께서 일본에 가보고 싶다고, 내가 살아 있을 때 가보고 싶다 하셔서 ACL이고 나발이고 다 내팽개쳤다.
고모는 내년이면 여든이 되신다. 동생이 말도 못하게 속을 썩여서 책으로 쓰면 최소 다섯 권 짜리 시리즈 물이 될 정도의 고생을 하셨는데, 그 동생의 아들이 나다. 😑 그러니, 내가 고모한테 잘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지.
일본 유학할 때 오시기를 바랐지만 그렇게는 안 됐고, 지금은 그나마 운신할 정도가 되어 여행이 가능하다 하시니 당연히 모셔야지.
이번 달에 카드 값이 300을 넘어갔다. 비행기 표 값이랑 숙소 값이 포함 됐더라. 다음 달에도 비슷하게 나올 거다.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나는 고모한테 잘 하고 싶다. 고모 말대로 해준 게 뭐가 있냐 하더라도, 받은 입장에서는 그게 말도 못하게 크니 말이다.
몇 시간 뒤에 포항의 ACL 조별 예선 경기가 있고, 끝나면 아시아 대회 4강이 있다. 축구 보다가 자고, 내일은 병원 갔다고 돈 벌러 간다. 모레는 주간 근무지만 회사 체육 대회 덕분에 꼰대들을 안 봐도 되니 주말 같은 분윅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 사는 게, 참 별 거 아닌가 싶다가도, 별 거다 싶기도 하고. 명절에 그 누구에게도 먼저 연락하지 않았으면서 연락 온 게 없다는 이유로 인생 잘 못 산 건가 싶어 후회하고 있다.
오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집 근처 주민 센터였다. 보훈 대상자에게 추석 명절이라고 상품권이 나왔는데 받으러 올 수 있냐고 했다. 지난 해에는 통장인가 하는 사람을 통해서 주더니만, 이제는 직접 받으러 가야 하는 모양이다. 곧 점심 시간일 것 같아 13시부터 업무 재개하시냐 묻고, 그렇다고 해서 그럼 그 때 맞춰서 가겠다고 했다.
마냥 빈둥거리고 있기가 뭐해서 세차 용품을 주섬주섬 챙겨 아래로 내려갔다. 자전거부터 꺼내서 체인에 그리스를 발랐다. 지금까지는 손에 기름이 묻을까봐 대충 하고 말았는데 니트릴 장갑이 생긴 이후로 거침없이 처발처발할 수 있게 되었다. 기어와 체인에 그리스를 마구 발라댄 뒤 물 티슈로 여기저기 대충 닦아주고 마무리. 그리고 나서 차 좀 닦고 집으로 들어가니 얼추 나갈 시각이 됐다.
자전거를 타고 주민 센터에 도착하니 13시 2분. 하지만 담당 직원이 없다. 13시부터 근무 아닌가? 늦어도 되는 건가? 하긴, 민원인 상대하려면 열두 시 땡~ 했다고 밥 먹으러 갈 수는 없을 테니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소싯적에나 해봤으니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회사에서 만나는 벌레 같은 ㅺ 한, 둘 때문에 속이 뒤집어지는데 날마다 그런 것들을 만나야 하는 사람이라면... 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아무튼, 포스트 잇으로 다른 사람의 개인 정보를 가린 뒤 사인하라고 주기에 사인하고 나서 만 원 짜리 상품권 두 장을 받아 왔다. 혹시나 해서 신분증을 챙겨 갔는데 본인 확인도 안 하더라. ㅋ
집에 와서 빈둥거리다가 맥주 마시기 시작한 게 14시였다. 포항의 ACL 경기는 19시부터인데 너무 일찍 시작한 게 아니었나 싶었지만, 뭐...
생라면을 안주 삼아 마시다가 김치 꺼내서 마시기 시작. 술이 좀 받는 날이라 그런가 순식간에 여섯 캔을 마셔 버렸다. 배달 음식은 시키지 않으려 했는데 술김에 냉면과 불고기를 시켰고, 불고기를 안주 삼아 두 캔 더 마신 뒤 마저(?) 빈둥거렸다. 그러다 포항 경기 보고, 포항 경기 끝난 후 아시안 게임 경기 보고.
아시안 게임 경기를 보기 전에 약을 먹었는데 전반 끝나고 잠들어버렸다. 자다 깨서 보니 전반 스코어 그대로 경기가 끝났더라. 컴퓨터 끄고 다시 잤다.
최근에는 약을 먹어도 두 시간 정도 자면 깨고 만다. 약을 안 먹으면... 한 시간 단위로 깬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싶어 겨울 이불이랑 컨벡션 히터를 꺼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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