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은 출근해서 저녁 근무를 했고, 8일부터 쉬기 시작. 당장 8일에 순창으로 떠났고, 버스를 이용해 광주까지 갔고, 아버지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소주를 마셨더랬다. 숙소로 돌아가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다음 날 하루 더 묵을까 말까 하다가 돌아왔다.
10일은... 뭐했지? 기억이 안 난다. 11일도, 12일도. 아, 12일에는 세차했고나. 순창 다녀오면서 차에 들이받아 터져버린 벌레 사체를 씻어냈다. 어제는 불국사와 문무대왕릉에 갔고, 호미곶에서 드론 날리려다 엄청난 비 때문에 그냥 돌아왔고. 그리고... 오늘은... 아무 것도 안 했다. 잠깐 회사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회사라면 질색인데 오늘은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살 것들이 좀 있었다. 어제 술 마시고 고모한테 전화해서 주절거렸는데 약 떨어져간다 하시기에 약 사러 갔다. 사는 김에 고모 드릴 화장품도 좀 사고. 그러다 마사미 님께 보낼 홍삼도 샀다. 다녀오자마자 우체국에 가서 택배로 보냈다.
이번 달은 은근히 지출이 많다. 명절 보너스가 넉넉하게 들어왔지만 그 이상으로 빠져 나가는 기분.
엔진 오일 갈아야 하는 시기인데, 지난 주 금요일에 연락한 이후 답장이 없다. 알아보고 연락한다는데 일주일을 기다리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괜히 보채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냥 근처 카센터에서 돈 주고 갈아도 되지만 그래도 평생 무료라고 해서 얼씨구나~ 한 건데... 다시 연락해봐야 하나 망설이는 중이다. 아예 모르는 사람이면 얼굴에 철판 깔고 싫은 소리도 할텐데 그럴 수가 없으니... 분당 올라가게 되면 누나들도 만나고, 퇴직한 선배도 보고, 조기 축구회에서 같이 공 찼던 형님도 뵙고 올까 싶었는데 시간이 어찌 될랑가.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 일이 힘드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회사와 거기 몸 담고 있는 것들에 대한 혐오감이 너무 커졌다. 저 따위 것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 생각하면 숨이 턱! 턱! 막혀 온다. 맘 같아서는 총이라도 뽑아들고 와서 다 갈겨버리고 싶다. 아니, 마체테 같은 걸로 마구 찍어내리고 싶다.
쉬면서 이 따위 분노를 가라 앉혀야 하는데, 고작 회사에 잠깐 장 보러 다녀왔다는 이유로 화가 난다. 앞으로 15년을 더 다녀야 하는데... 버틸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이 1년을 쉬어야 하는 타이밍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모아둔 돈이라고 해봐야 얼마 안 되지만 적금 해약하고 차 팔면 일본에서 1년 살 돈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돌아올 즈음에는 정말 거지 깽깽이가 되는 거지만, 그걸 알기에 차마 저지르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 힘들다. 지치고, 짜증나고, 아무 이유없이 화나고.
8, 9, 10, 11, 12, 13, 14,... 2주 휴식 중 딱 절반이 지났다. 휴식이 끝나는 날, 얼마나 출근하기 싫을지... 이미 한 번 겪어봐서 더 싫다. 이제는 더 도망칠 수도 없다. 10월에 내 휴가 써서 일본 가는 걸 기다리며 버티는 수밖에 없다. 자꾸 이렇게 도망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닌데... 성질대로 살 수 없으니 속이 터진다.
세상에 쉬운 일이 있을까 싶다. 행복한 줄 몰라서 불행하다 생각한다는 말도 공감이 되고. 그런데... 머리가 납득해도 가슴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지금 내 상황이 그런 것 같다.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물으면 딱히 이래서 힘들다, 저래서 힘들다, 말로 바꾸는 게 쉽지 않은데, 그냥 힘들다.
매일 술이다. 운동도 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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