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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일기 』

2023년 10월 26일 목요일 맑음 (그나마 살 구멍이 터지다)

by ㅂ ㅓ ㅈ ㅓ ㅂ ㅣ ㅌ ㅓ 2023.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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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가 유튜브에서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으로 '완벽주의자'를 꼽더라. 내가 저기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 있고, 몰라서 틀릴 수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알려 하지 않거나 '틀리면 어때'라는 식으로 일하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난다. 내가 월급 주는 것은 아니지만 받은 만큼 일하라는 게 과도한 요구는 아니지 않은가?

 


 

나는 내 할 일 하고, A는 A가 할 일, B는 B가 할 일을 한다면 완벽하지 못할 때의 스트레스는 나만 받으면 된다. 내가 원인 제공자이고 내가 피해자니까 누구도 탓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근무 체계는 그렇지 않다. W가 한 일을 내가 이어받아야 하고, 내가 한 일을 W가 이어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W가 평균 이하의 실력으로 일을 하는 바람에 다음 근무자인 나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있으면서도 개선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험담을 일삼고 있으며 문제가 생기면 남 탓만 한다. 내일 모레 환갑이라는 ㅺ가, 왜 저 따위로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난 2월 말부터 지금까지 약 8개월. 저녁 근무를 들어가면 최소 한 시간은 W가 형편없이 해놓은 일을 제대로 돌려놓느라 허비해야 했다. 자기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면서도 자리 비우기 일수, 게다가 외부에는 할 일이 없다는 둥, 편하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

 

가관인지라 대놓고 쓴소리도 하고, 짜증도 냈다. 제대로 좀 하라고 타박했더니 열심히 하는데도 실수하게 되는 걸 어떻게 하냐며 되려 화를 낸다. '열심히'의 기준이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사람보다 낮게 형성되어 있다. 텔레비전 보고, 다른 팀 근무자와 수다 떨다가, 내가 시간 외 근무하러 들어갈 시간이 되면 눈치 보면서 일하는 척 하는 게 저 ㅺ의 '열심히'인 모양이다. 나는 그걸 '농땡이'라 부르는데.

 


 

4월과 5월에 목소리 높여 '내가 잘났네, 네가 잘났네' 다퉜더랬다. 그 뒤로는 소 닭 보듯 하며 무시하는 중이다. 그렇게 냉전이라면 냉전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여전히 일하는 건 형편없다. 나는 그 뒤치다꺼리를 계속 해야 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이고, 또 쌓여서 결국 터져버렸다. 병원 신세를 지지 않으면 미쳐버릴 지경이 되었다.

 

너무 화가 났다. 똥 싸지르는 놈은 따로 있는데, 왜 내가 피 같은 내 돈과 시간을 써가며 병원에 가야 하는지, 왜 내가 미친 놈 소리 들으며 조롱 당해야 하는지. 정작 똥 싸지른 ㅺ는 유유자적인데 말이다.

 


 

ㅇㅇ에 있을 때도 W 못지 않게 일을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심지어 그 사람은 팀의 리더였다. 정말 쉬운 일도 제대로 못 해서 번번이 다른 사람의 신세를 졌는데, 그것이 반복되니 주위에서 도와주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급기야 입사한 지 1년도 안 된 신입 사원에게 팀 리더의 업무를 물어보는 지경이 되었고,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신입 사원은 마치 자기가 팀의 리더라도 된 것처럼 으스대다가 크게 잔소리를 듣고 펑펑 울었다. (맞다. 내가 울렸다.)

일을 못하는 건 W와 똑같지만 그래도 저 사람은 본인이 일을 못한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기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면서도 항상 미안해했고, 밥이나 술을 사겠다며 물량 공세를 폈다. 나이 든 사람이 저러니 어지간하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너무 일을 못해서 손해 입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보니 그나마 선임에 해당하는 내가 칼자루를 쥐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

 


 

여기로 옮겨 와서는 저런 작자를 만나지 않기를 바랐건만, 늑대를 피하니 호랑이가 왔다. ㅇㅇ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은 최소한 남 탓은 하지 않았다. W는 본인 잘못도 남 탓을 한다. 그래서 더 미치겠다. 발로 차버리고 싶다. 쓰러진 대가리를 마구 짓이기고 싶다. 이래서 사람이 먹지도 않는 사람을 죽이는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가 잔혹해짐을 느낀다.

 


 

지난 근무 때에는 장비와 관련된 일 처리를 엉망으로 해놨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남겨놓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씨×, ×발거리면서 뒤치다꺼리를 했을 텐데, 이번에는 엿 먹으라는 마음으로 손도 안 댔다. 대신 뭐가 어떻게 틀렸다는 걸 지적해서 따로 메모해서 보고했다.

그 여파가 있었던 걸까? 교대하면서 얘기 좀 하자고 부르더라. 저 작자의 얼굴 보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인데, 목소리를 들으면 발로 차버리고 싶어 죽을 것 같은데, 꾸역꾸역 참고 들으러 갔다. 상종하고 싶지 않아 후배가 대신 인수인계를 받는 게 다른 사람에게는 근무 태만으로 비춰질 수 있단다. 하... 하하... 이런 7H AH 77I 가...

근무 태만? 근무 태만? 낯짝 두꺼운 ㅺ가 주둥이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이는고나. 열 시간 동안 글로 남기는 인수인계조차 제대로 못하면서, 말로 하면 뭐가 달라지나? 저가 인수인계를 똑바로 안 해서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그걸 내 탓 한다고? 윗 사람 팔아서 겁을 주면 내가 쫄 줄 알았나보지? 아직도 내가 저와 똑같은 쓰레기로 보이는 건가? 개만도 못한 게...

반말 찍찍하기에 같이 반말해줄 걸 그랬다. 너 때문에 아프다고 질알 염병을 떨어줄 걸 그랬다. 아무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으니까 만만하게 본다. 저걸 어떻게 찢어버릴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마구 찢어놓고 싶다.

 


 

병가의 기준이 30일이다, 60일이다, 말이 다르다. 며칠 전에 본사의 담당자에게 물어보려고 통화를 시도했는데 종일 전화를 안 받더라. 오늘 오전에 통화를 했다. 연속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을 제외하고 30일이라고 한다.

8월에 9일, 9월에 10일, 합이 19일이다. 다음 달에 주말 빼면 열흘을 쉴 수 있다. 비겁하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도망치지 않으면 저 쓰레기 같은 작자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가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날마다 든다. 병가를 사용할 수 없다면 한 달이라도 휴직하려 했다. 다행히 휴직까지는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죽을 것 같은 와중에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지만, 돌아오면 여전히 저 개만도 못한 자식이 버티고 있다. 저 염병할 월급 도둑놈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내 스트레스는 사라지지 않을 거다.

 


 

어제가 역대 최고였다. 너무 힘들었다. 귀에서는 계속 삐이~ 하는 이명이 들리고, 태양을 본 후 앞을 보는 것처럼 눈 앞에는 검은 어둠이 모니터를 가렸다. 제대로 보이지 않고, 제대로 들리지 않으니 멀미가 왔고 속이 울렁거렸다. 잠시 책상에 고개를 박고 엎드려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보는 눈이 많아서 울면 안 된다고, 너무 쪽 팔리다고, 간신히 울음을 삼키고 고개를 들었다.

퇴근하고 밖으로 나갔더니 찬 공기가 후욱~ 하고 들어왔다. 개운해야 하는데, 갑자기 숨 쉬는 게 너무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들숨과 날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내가 왜 이 지경이 됐나 하는 생각에 서러웠다. 몹시 서러웠다.

 


 

나는 완벽을 추구하지만 완벽할 수 없음을 안다. 나 자신도 그렇고 남도 그렇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안 되니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에 공감할 수 없다. 하는 데까지는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 때 포기해도 된다. 어차피 안 되니까 대충 막 하자고? 혼자 사는 세상이라면 그래도 된다. 오롯이 자기가 뒤집어 쓴다면 그렇게 살아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서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끼친다면? 주위 사람이 너 때문에 힘들다고 얘기를 한다면? 적어도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하잖아. 그게 당연하잖아. 고등 교육은 그저 받은 게 아니잖아. 목 위에 붙어있는 묵직한 덩어리는 장식이 아니잖아.

 

그런데, 딱 그렇게 사는 개만도 못한 ㅺ 때문에, 쓰레기에 비교하는 것조차 과분하다 느껴지는 한심한 ㅺ 때문에, 내 영혼이, 육체가, 시들어가고 있다. 너무 힘들다. 난 앞으로 더 좋아질 세상에서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하니까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하지 않을 거다. 극단적으로 가야 한다면, 저 쓰레기를 태워버리고 말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저질러 버릴 용기도 없으니 결국 도망친다. 그게 내가 발견한 하나 뿐인 살 방법이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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