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대 몸무게를 보자마자 이건 안 된다 싶었다. 사실, 내 키에 지금의 몸무게 앞 자리도 말이 안 되는 거다. 아버지는 내게 탈모 뿐만 아니라 비만의 유전자도 분명히 물려주셨을테니 방심하는 순간 퐁~ 하고 퍼져버릴 게 분명하다. 안 된다. 안 된다.
있을 수 없는 몸무게였기에 바로 극단적인 살까기에 돌입했다. 일단, 아무 것도 안 먹었다. 출근해서 커피 두 잔 마신 게 전부. 다음 날은 미숫가루 세 봉 까서 먹고, 커피 두 잔 마시고 아무 것도 안 먹었다. 저러는 동안 하루에 5㎞씩 걸었고.
그렇게 이틀 만에 5㎏를 깠다. 까는 김에, 목표량까지 까보자 싶더라. 그래서 샐러드를 주문하고, 18시 이후에는 마시는 것 외에는 절대 먹지 않기로 했다. 맥주를 마시게 되면 자꾸 이것저것 주워 먹게 되니까 당분간은 집에서 혼술도 참기로 했다.
이래놓고 어제는 모처럼 쉬는 날이랍시고 치킨이랑 맥주 먹었다. 냉장고 털어 먹기의 일환이었다. 고작 이틀 굶었다고 위가 줄어든 것인지, 치킨 반도 못 먹었는데 배가 불러서 퍼져 버렸다. 먹던 걸 그대로 두고 자다가 깨서 마저 먹었다.
우울증이 심해져서 무기력함이 극에 달하고 말았다. 운동을 하면 나아진다는데, 전혀 나아짐이 없다. 집에만 있으면 안 된다 싶어 어떻게든 나가려 했고, 그래서 팔공산에 다녀왔는데 막상 도착해도 가고 싶은 마음이 그닥 들지 않았다. 그냥 돌아가고 싶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래도 모처럼 산에 왔으니 정상석까지는 가자 싶어 꾸역꾸역 갔는데 성취감도 없고, 아무 느낌이 없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 뿐.
극장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렵게 마음 먹고 예매해서 간 건데, 시작한 지 30분 정도 후 잠이 들어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기 직전에 깼다. 이렇게 잔 적은 처음이다. 내키지 않는데 억지로 움직인 탓이 아닐까 싶다. 기를 쓰고 꾸역꾸역 움직였는데 뭔가 나아지지 않고 괜히 했다 싶으니까 멘탈이 부서진다.
○○○○ 놈을 보는 것도 짜증스럽지만 지금의 내게는 ㅄㅺ가 가장 큰 문제다. 휴가 길게 간다고 꼰대 짓 하던 ○○○○ 놈은 주말 끼고 9일을 내리 쉬는 휴가를 갔다. 처음도 아니다. 저는 저 따위로 휴가 가면서, 교대 근무하는 내가 며칠을 내리 쉬면 길게 쉰다고 질알했더랬지. 하지만 무시하고 살면 되니까 괜찮다. 버틸만 하다. 하지만 ㅄㅺ는 아니다.
사람 취급을 안 하기 때문에 상대 자체를 안 한다. 말도 안 섞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하지만 저 빌어먹을 ㅺ와 근무가 겹치기 때문에, 똥을 싸질러 놓으면 내가 다 치워야 한다. 근무를 제대로 못하면 물어서 안 틀리게 해야 할텐데, '아 몰랑'을 시전, 저 마음대로 해놓고 가버리니 속이 터진다.
뒤치다꺼리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근무 때마다 한 시간 정도는 저 ㅄㅺ가 엉망진창으로 저질러 놓은 걸 처리해야 한다. 속이 뒤집힌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뻑뻑해진다.
지난 주간 근무를 마치고 나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진짜,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해야겠다.
지금까지는 인수인계를 통해 일 좀 제대로 하라고, 이거 틀렸다고, 저거 틀렸다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저렇게 해야 한다고, 미주알 고주알 깠더랬다. 하지만 '쇠귀에 경읽기'다. 제대로 읽지도 않고 여전히 엉망진창으로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험담하는 중이다.
저 빌어먹을 자식을 잠시라도 잊고 살기 위해 이번 달에도, 다음 달에도 병가를 가려 했는데 규정이 이상하다. 1년에 60일이라 표기해놓은 곳도 있고 30일이라 표기해놓은 곳도 있다. 본사 인사 담당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려 했는데 아예 안 받는다. 속이 터진다.
내일 낮에 본사에 전화해서, 이번에도 안 받으면 다른 사람에게라도 전화해서 담당자 바꿔달라고 할 생각이다. 확실하게 해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30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미 8월과 9월에 2주씩 쉰 덕분에 더 이상 쉴 수 없게 된다.
남은 휴가는 3일. 이걸로 올해를 버텨야 한다. 가능할까? 저 ㅄㅺ를 견뎌낼 수 있을까?
우울증이 너무 심해지니 무기력증이 터져버려서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진다. 일찌감치 자고 일어나서 컴퓨터 앞에 앉아 유튜브 새로 고침이나 하고 있다가, 다시 잔다. 일어나서 또 그러고 있다가 출근. 출근해서 ㅄㅺ가 싸지른 똥 치우고, 책 좀 보다가 퇴근. 다음 날 낮에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 컴퓨터 앞에 앉아 멍 때리고 앉아 있다가 자고. 이런 일상의 반복이다. 외부 활동도 없고, 누군가를 만나지도 않는다. 이게 전부다. 그래서 살이 찐 게 아닌가 싶고.
남한테 폐 끼치지 않고 내 할 일 하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게 목표인데, 이게 참 어렵다. 남한테 폐 끼치면서도 뻔뻔한 ㅺ 한 마리가 인생에 끼어들어 힘들다. 벌레만도 못한 ㅺ는 따로 있는데, 저 ㅄㅺ 때문에 왜 내가 명을 갉아 먹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화가 난다. 발로 차버렸음 좋겠다. 자빠진 ㅺ를 마구 짓밟아버렸으면 좋겠다. 곤죽이 된 ㅺ를 이리저리 발로 차서 굴리면서 모욕하고 싶다.
미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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